지난 1월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울산공항에서 생긴 일이다. 탑승장 출입구에서 신원확인을 마치고 막 들어서는데 내 신원을 확인한 항공사 여직원이 주변 동료들에게 놀라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할아버지, 1915년생이셔!”

침술원에서 진료를 할 때도, 업무상 해외를 나가도 모두 하나같이 내 건강의 비결을 묻곤 한다. 뭔가 특별한 약이라도 먹을까, 뭔가 색다른 운동비법이라도 있을까 하여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다 뜸 덕입니다”하면 “그게 뭔데요”한다.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무극보양뜸을 뜬다. 내가 이렇게 젊은이 못지 않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무극보양뜸 덕분이다. 무극보양뜸은 8혈 12자리(여자는 13자리)에 쌀알 반알 크기의 뜸을 매일 한 자리에 3~5장씩 뜨는 뜸요법으로, 병이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무극보양뜸의 뜸자리는 사지의 곡지(曲池), 족삼리(足三里), 몸통 앞쪽의 중완(中脘), 기해(氣海), 관원(關元)(단, 여자는 중극(中極), 수도(水道)로 대치), 몸통 뒤쪽의 폐유(肺兪), 고황, 그리고 정수리 부근의 백회(百會)로 이루어져 있다.

예로부터 뜸을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잘 알리는 대표 뜸자리가 족삼리다. 몸 전체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자양강장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만평(萬平)일가는 3대에 걸쳐 여섯 사람이 100세에서 300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이들이 말하는 비결 역시 족삼리 뜸법이었다. 이외에도 감기, 급ㆍ만성 위염, 위경련, 고혈압, 동맥경화, 신장염, 빈혈, 관절염, 중풍, 언어장애, 신경쇠약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곡지는 특히 고혈압이나 중풍, 당뇨병 등 성인병에 좋다. 오래 하면 고혈압은 거의 정상이 되고 설사 정상 혈압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하여도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고 혈관에 쌓인 지방이 깨끗이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중풍예방이 자연히 된다고 하겠다. 성인병 중에서 특히 잘 낫지 않는다고 하는 당뇨병도 뜸을 열심히 계속한 사람 중에는 완치가 된 예도 볼 수 있다.

흔히 양기(陽氣)가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양기란 기운을 만들어 내는 신진작용을 의미한다. 우리 몸에서 이러한 신진대사를 맡고 있는 기관이 바로 위(胃)이다. 침뜸의학에서 말하는 위는 오장육부의 하나로 음식물을 담아내고 그 대사물질을 전달하고 내보내는 대사작용을 담당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위 주머니의 가운데인 중완은 무극보양뜸의 주요혈이다. 각종 위장질환을 비롯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부종, 당뇨병, 갑상선종, 관절염, 편두통, 신경쇠약, 중풍, 자궁후굴, 불감증, 임포텐스 등에 효과가 좋다.

기해는 글자 그대로 원기(元氣)의 바다로 관원과 함께 남자의 정력의 바다를 이루는 곳이다. 실제로 관원과 함께 뜨면 확실하게 좋은 것은 임상적으로 분명하다. 급성장염으로 설사가 심할 때 이 자리에 뜸을 하면 설사가 그치는데 배 꼽아래 모든 동통에 효과가 있다. 각종 장질환을 비롯하여 만성복막염, 신장질환, 신경쇠약, 임포텐스, 불감증, 자궁근종 등 그 적응증 역시 광범위하다. 남자는 정력이 좋아야 하고 여자는 자궁이 튼튼해야 한다. 관원은 일명 단전(丹田)이라고도 하는데 이곳에 뜸을 하면 칠팔십 노인도 회춘된다고 하니 꺼져가는 선천의 기운 즉 생명의 뿌리인 정력을 다시 살리는 자리이다.

이 정력이라는 것은 꼭 색(色)에 쓰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에 쓰면 유명한 정치가가 될 것이고, 학문에 쓰면 훌륭한 학자가 될 것이며, 장사에 쓰면 돈 잘 버는 부자가 될 것이고, 여색에 쓰면 오입쟁이가 되는 것으로 그 쓰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므로 좋은 일에 자신의 정력을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건강하고 활력적으로 살기 위해 정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의 경우 기해, 관원 대신 중극과 수도를 쓴다. 여성은 월경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물길인 수도(水道)를 잘 터주어야 건강하다. 인체 이뇨작용을 담당하고 있는 방광의 기운이 복부에 모이는 자리인 중극과 물길이란 의미인 수도는 그래서 여성에게 중요한 자리이다. 한편 고서에서 이르길 사람이 늙으면 제일 먼저 폐유자리 근처가 뻣뻣하고 가렵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면 답답하기도 하여 신경통이 쉽게 생기는 곳으로 등 갈퀴로 긁기도 하고 두들기기도 하는 등 나이가 많아지면서 제일 먼저 노쇠함을 알리는 곳이다.

고황은 <의학입문>에 보면 백병(百病)을 맡고 있어 뜸을 백장에서 천장 정도 한 후 기해와 족삼리에 뜸을 하면 보양이 된다고 할 정도로 장수보건에 중요한 자리이다. 속칭 갈비씨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 중 소화불량이 있거나 잘 먹기는 하는데 살이 찌지 않는 사람들은 이 자리에 뜸을 몇 달 해보면 쌀값 물어달라는 사람과 옷값 물어달라는 사람이 될 정도로 건강하여 진다.

백회는 백가지 맥이 모이는 자리로 두통, 건망증, 가슴 답답함과 아울러 심신이 흔들리고 힘이 빠지고 헛것이 보이는 신경쇠약증에도 좋다. 수험생에게는 일명 서울대 뜸자리라고 불릴 정도로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좋다.

필자는 늘 무극보양뜸은 병이 있거나 없거나 누구에게나 좋다고 한다. 그러나 뜸[구(灸)]은 오랠 구(久) 밑에 불 화(火)를 붙여쓴 것처럼 오래도록 떠야 그 참 효과를 만날 수 있다. 큰 바다도 물방울이 모여서 바다가 되고 소의 느린 걸음도 천리 길을 간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욕심내지 말고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오래도록 뜨면 그것이 날마다 축적되어 언젠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필자는 온 인류가 다 같이 뜸을 하여 질병의 고통 없는 즐거운 인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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