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침술원이 ‘침 한번 집’으로 불리게 된 사연(1)


전직 대통령의 아픈 어깨를 고치다



소문이란 참 고약하다. 세상에, 좌골신경통으로 고생한 지 7년이 넘었다면서 어떻게 침 한 번 맞고 병이 낫기를 바랄 수 있는가. 아무리 내 침술원을 사람들이 ‘침 한 번 집’이라고 부른다지만 말이다.

경기도 연천에서 소문 듣고 찾아 왔다는 이씨 할머니. 중년의 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선 이씨 할머니는 진료대에 걸터앉아 다짜고짜 “정말, 침 한 번 맞으면 싹 낫는 거죠?” 하고 다짐하듯 물었다. 나는 웃으며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 건지 봐야 알죠” 했다. 그랬더니 이씨 할머니는 “여기가 침 한 번 집으로 소문난 집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시겠어요” 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소문은 참 발도 넓다. 김영삼 대통령도 그 소문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전에 나를 상도동 자택으로 부른 적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다 보니 어깨에 통증이 심해 팔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긴 어깨 통증이라면 말 그대로 ‘침 한 번’으로 낫는다. 그때 나는 장침 하나를 아픈 어깨의 어깨마루 바깥쪽 우묵한 견우 혈에 깊게 놓아 곧바로 팔을 마음대로 움직이게 해 주었다. 그랬더니 김 전 대통령은 “정말, 침 한 번 집이네요”하고 악수를 건네며 크게 웃었다.

어깨와 팔이 아흔 견비통 때문에 나에게 온 사람들은 대개 침 맞고 바로 그 자리에서 아픈 게 낫는다. 나한테 왔을 때는 어깨와 팔아 아파서 겉옷도 제대로 벗지 못할 정도인데, 갈 때는 옷을 입으면서 자꾸 팔을 돌려보고 갑자기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재미있게도 그들은 나한테는 나았다는 얘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는 침 한 번 맞고 나았다며 자랑하듯 소문을 낸다.

그와 같이 좋게 소문나는 것이야 반가운 일이다. 일부러 소문내려고 비싼 돈 들여 광고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소문이 소문을 낳고 또 소문을 낳다보면 오해를 낳게 되니 걱정이다. 침 한 번 집이라는 소문이 오해를 낳아 어떤 병이든 침 한 번으로 낫게 해 준다고 믿고 나에게 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경기도 연천에서 여기까지 물어물어 찾아왔을 이씨 할머니처럼.

나는 잠시 이씨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소문을 들먹이는 이씨 할머니는 이미 침 한 번으로 낫기를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나에게 요구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할머니, 침이든 약이든 오래된 병이나 만성병은 오래 치료해야 낫는 거예요. 게다가 할머니가 앓고 있는 좌골신경통은 재발이 잘 돼 아주 괴로운 병이죠. 그래서 7년 넘게 병원도 다니고 한약도 많이 먹고 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잖아요.”

나는 문진(問診)을 하면서 이씨 할머니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아니 침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어야 했다.

“아무리 침이 신통하게 병을 잘 고친다고 해도, 침으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 겁니다. 물론 정말 신통할 정도로 침 한 번으로 치료되는 게 있죠. 실제로도 아주 많아요. 뜀뛰기를 하다가 비장근이 파열되는 경우가 그런데요. 그렇게 장딴지 근육에 탈이 나면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침으로는 한 번으로 씻은 듯이 낫지요.”

비장근이 파열되어 장딴지가 뚱뚱 부었을 때 의사는 오랫동안 물리치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침으로 치료하면 아주 간단하다. 부어오른 장딴지를 만져보면 돌덩이같이 딱딱한데 이럴 때는 오그라진 힘줄이나 힘살을 펴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곤륜(崑崙) 혈과 위중(委中) 혈, 승산(承山) 혈에 침을 놓으면 된다.

곤륜은 바깥 복사뼈 뒤쪽과 아킬레스 건 사이에 있고, 위중은 오금 정 가운데에 있다. 승산은 종아리의 중앙부로 종아리에 힘을 주었을 때 ‘人’ 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가장 딱딱한 곳을 아시혈로 잡아 침을 놓는다. 이렇게 몇 군데만 침을 놓으면 잘 걷지도 못하고 온 사람이 똑바로 걸어 나간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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