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환(前 담양농협 전무)
저는 지난 2009년 1월 1일자 신문에 시설원예농가의 의식변화를 통한 ‘담양농산물 새 이미지 회복운동’을 전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설원예농가 의식변화와 더불어 농협과 행정기관의 역할과 지도·지원방향의 변화를 요구하고 싶습니다.
우선 농협의 판매사업 형태는 단순수탁위주이며, 판매처결정은 산지유통시설을 제외하고는 생산농가가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결과 농협의 판매사업에 대한 역할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출하처에 대한 송장 작성정도에 불과하여 공판장 출하장려금을 판매수수료로 기표하면서 조수익이 너무 낮다고 아쉬움을 타내는가 하면 출하농가나 조직은 농협 무용론을 말하곤 합니다.
이처럼 농협과 작목반 또는 유통사업단이 서로 불신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함은 무엇보다 유능한‘농산물품질관리사’를 확보하지 못함이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협은 ‘농산물품질관리사’ 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농산물품질관리사의 능력이 적어도 소비지 바이어 눈높이 수준이 되어야만 내부적으로는 농산물 검사시 농가별 잡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판매된 농산물가격이 기대이하일 때 경매사나 상인과의 대화를 통한 가격조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농협이 품질관리사 확보가 힘들다면 공동선별조직이 있는 농협이라도 대도시 공판장 근무경력이 있는 판매사를 영입해서라도 공선장 입하농산물 검품과 소비지의 거래처관리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농협의 지도사업은 단순 소모적인 면이 많은데, 행정기관과의 공조로 농산물의 고급화와 균일화로 상품성향상에 역점을 두어야 하며, 일회성이 아니라 잘하려는 농가나 조직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차적으로 모든 농가가 참여하는 ‘조직의 규모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조직의 규모화는 취급물량의 규모화로 차별화된 판매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거래처의 다변화를 기할 수 있습니다.
행정과 농협의 농업정책방향은 동일하며 지도·지원대상자도 같습니다.
농정의 밑그림에 농협은 지자체협력사업을 통해 생산농가의 숙원사업을 해결함은 물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여 행정지원에 반영되도록 하고, 특히 농협간의 공조로 품목별 연합사업을 통해 규모화를 이루어 대외교섭력을 높이고 행정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농협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상품성향상을 통한 농가수취가격제고도 중요하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영농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영비절감이 필요한데 지금이라도 관내조합간 연합구매를 통해 원가절감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요즈음 농협의 신용사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위축되면서 경영이 점차 어려워져 자칫 지도·경제사업에 소홀함이 우려되지만 농협이 판매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농민들도 농협을 더욱 신뢰하고 판매사업도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기관의 농민에 대한 지원방향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은 나름대로 기준에 의거 잘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모두를 다 아우르기라도 하려는 듯 나눠 주기식 지원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원기준의 첫째는 행정기관이 밑그림을 그려놓고 그 안에 들어오는 농가를 대상으로 해야 하고 무엇보다 ‘잘하려는 농민과 조직’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산조직의 규모화를 유도하고 농산물 상품성향상과 균일화를 통한 연합마케팅을 실천하는 조직이나 농가에 우선적으로 지원방향을 잡는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원하고 나면 특별관리대장을 작성하여 사후관리를 하고 그 결과에 의거 계속지원사업여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작금의 지원사업은 농가의 필요성보다 일부 회사가 자사제품 홍보와 판촉을 위해 보조사업으로 끼워 넣는 형태로 변질되는 양상인데, 한 가지 지원사업이 결정되면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지속사업으로 모든 농가가 지원을 받아서 반드시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잘하려는 농민을 중심으로 조직이 형성되고 그 조직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게 되면, 조직내부에서 농가 간 선의의 경쟁심이 발동되고, 선도농가를 활용해서 주위농가를 지도하게 하여 다음년도에 선도그룹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되풀이하다보면 조만간 조직의 규모화와 상품의 고급화·균일화를 이룰 수 있어 연합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최근에는 농사에 실패한 일부농가는 상품성이 없는 비품농산물을 본인의 조그마한 이익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공판장으로 출하하여 담양농산물명성에 먹칠하는 사례가 있는데 농협과 행정이 ‘규격외 제품’에 대한 자체 폐기를 지시하고 일정금액을 지원하거나, 1차가공식품화 하여 학교급식이나 완제품생산회사에 원료로 납품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연작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하우스 휴경제를 도입하여 휴경 하우스에는 토양개량을 할 수 있도록 연작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재를 무상으로 지원하거나 휴경보상금제를 시행하여 소액이라도 지원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행정과 농협은 단시일에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밑그림을 그려 놓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그림 안에 들어오는 농가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반드시 사후관리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 한다면 얼마 후에는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늦다고 느낄 때가 그나마도 빠르다 했습니다.
한·미간, 한·EU간 FTA협상이 타결되고 나면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데 행정과 농협과 생산조직이 하나가 되어 ‘조직의 규모화’. ‘상품의 균일화와 고급화’. ‘판매의 다양화’를 이루는데 모든 역량을 다해 반드시 담양농산물의 옛 명성을 되찾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