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피하려면 폐경 전부터 뜸을 떠라

L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 탈 없이 월경 주기를 넘겼고 허리 아픈 것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20년이 넘은 병입니다. 지금은 다 나은 것 같지만 완전히 나으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반드시 뜸을 꾸준히 떠야 합니다.”

L 교수가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뜸뜨지 말라고 하셔도 뜰 거예요. 그리고 제가 바빠서 뜸을 거르기라도 할 것 같으면 아이랑 남편이 먼저 뜸 떴느냐면서 안 떴으면 해 줄 테니 누우라고 해요. 제가 건강해지니까 저보다 아이랑 남편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젊은 여자면 누구나 하는 월경이지만 사람에 따라 월경 전과 월경 때 나타나는 증세가 천차만별이고 그 경중도 천지 차이이다. 그렇다면 폐경(閉經)이 되면 만사형통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월경은 마지막 인사도 순순히 고하지 않는데 여자 몸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월경이 성깔부리는 것이 여성 갱년기 질환이다.

월경이 끝나는 폐경으로 상징되는 갱년기를 통해 여성은 두 번째로 다시 태어난다. 갱년기를 통해 여성은 두 번째로 다시 태어난다. 갱년기를 맞이하는 여자 중에는 무탈하게 노년으로 넘어가는 이도 있지만 대개 약간의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신고식을 치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여자는 대개 다른 병을 염려하며 왔다. 갱년기 장애임을 알고 치료를 받는다. 보통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며 온몸이 아프거나 어깨가 굳어 꼼짝 못해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나를 찾아온다. 만성적인 두통, 소화불량, 심장 부위의 압박감 때문에 오는 사람도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는 갑자기 몸이 후끈해지며 열이 올랐다 순식간에 으슬으슬 추워지며 땀이 좍 나는 증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니 45세가 넘은 여자가 열이 확 올랐다 뚝 떨어진다는 말을 하면 갱년기 장애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갱년기 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온몸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고 특히 팔다리가 쑤시며 기운이 없다는 말도 많이 한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식사량이 갑자기 많아지며 폭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깨가 돌을 달아 놓은 것처럼 굳어지며 머리에 무얼 씌워 놓은 것 같은 명쾌하지 못한 느낌이나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고 가슴 부위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다.


기(氣) 끌어내리고 혈(血) 끌어올려야


정서적인 증상으로는 만사에 의욕이 없고 우울해지며 짜증이 늘고 변덕스러워지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한없이 들뜨지만 한번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지면 어린아이처럼 가족들에게 투정을 부리면서 울기도 한다. 갱년기 장애 여성은 남편이나 자식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오는 수가 많은데 이는 가족이 짜증과 변덕, 신경질, 투정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경 전부터 뜸을 꾸준히 뜬 이는 갱년기 장애를 겪지 않는다. 병이 없을 때에는 건강을 위해 무극보양뜸을 뜨면 되는데 뜸자리가 많아 꺼려지거나 뜸을 떠 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면 혼자서도 쉽게 뜸을 뜰 수 있는 자리로 삼리(三里) 혈과 곡지(曲池) 혈, 중완(中脘) 혈, 기해(氣海) 혈, 관원(關元) 혈을 권한다.

갱년기 증상이란 기(氣)는 상승되고 혈(血)은 하강되어 나타나는 것이 태반이다. 그러니 다리의 족삼리(足三里) 혈로 지나치게 상승된 기를 끌어내리고 양팔의 곡지 혈로 혈을 끌어올려야 한다. 배의 중완 혈에 뜸을 뜬 까닭은 잘 먹고 잘 소화해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다. 배꼽 아래 기해 혈과 관원 혈로 원기를 더해 신정(腎精)을 촉진하면 전체와 뿌리의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갱년기 장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면 신유(腎兪) 혈이 요혈(要穴)이다. 신(腎)을 도와 정(精)을 보내고 배꼽 아래 하초(下焦)를 따뜻하게 해서 허리와 등골뼈를 강하게 하는 자리로는 신유 혈이 으뜸인 까닭이다. 신의 기가 흘러들어 머무는 신유에 침을 놓고 뜸을 뜨는 것은 시들시들해지는 식물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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