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홍(전라남도의원)

오로지 1등만을 향해 달려야 하는 무한경쟁시스템의 스트레스로 고3 학생이 엄마를 죽였다. 왕따,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속출 하고 있다. 믿기 어려운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학부모들이나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폭압적인 경쟁교육체제 아래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이제 사 큰 발견이라도 했듯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전부터 사실이었고 현실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은 서열화 돼 있었고 성적대로 순위를 매겨 평가받고 있었다. 학교 교육에 다양한 가치는 없었고 무조건 성적순대로 줄을 세웠고, 그 순서에 따라 명문대에 들어가야만 성공한 학생,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

사실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자체가 서열화 되어있었다. 그것을 온 몸으로 보고 배우면서 체득해왔던 사람이 지금의 학부모들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 현 우리나라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학창시절 얼마나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자녀들 미래가 훤히 보이고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적인 상황에서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상위층에 갈 수 있도록 자녀교육에 올 인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을 탓할 수 없다.

‘10대가 아프다’라는 기획기사를 싣고 있는 경향신문 1면 헤드라인에 ‘한국 가정은 애정공동체가 아닌 대입프로젝트 공동체’라는 기사가 보인다. 맞는 말이지만 이번 사태 책임을 학부모들에게 전가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려는 말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나 교육당국이다. 그들은 지금 현 교육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이들은 학교에 옭아 메어놓고,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등골이 휘게 만들어 다른 일에는 신경조차 쓸 겨를이 없게 만들어 놓으면 나라는 망국병처럼 속으로는 곪아 터져 가는데도 겉의 사회는 조용하고 안정되어 보일 수도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만 근시안적인 단기적인 처방을 내놓는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단 1년 앞도 내다보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위에서부터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더 이상 풀어낼 수 없도록 얽혀 버렸고 이런 교육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학부모들은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어쩔 수 없다며 한 숨만 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알렉산더처럼 매듭을 풀려고 하기보다는 단칼에 썰어버리는 결단도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 자녀들인 십대들은 이 순간에도 아파하고 죽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아픔을 덜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 한다.

한국 고3은 하루에 5시간 자고 1주일에 50시간 공부한다. 그런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과 비슷한 성적을 내는 핀란드 고3생의 공부시간은 1주일에 30시간이다. 하루 수면시간은 8시간이다. 대학가서는 학업성취도가 훨씬 더 크게 격차가 벌어진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학생들도 이와 비슷하다.

단순하게 시간과 노력 대비 성과를 두고 따져보면 한국의 ‘공부 생산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무엇 때문인가. 어떤 과목이든 원리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 달달 외는 ‘재래식 공부’를 하는 탓이다. 이제는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공부와 우리 실생활에 직접 도움이 될 새로운 교육이 필요 할 때이다.

학부모가 되어버린 우리 스스로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많은 것들이 현재 우리의 실생활에서 어느 만 큼 사용되어지고 있는 가 살펴보자. 밤새워 죽어라고 외웠던 영어단어와 문법들, 인수분해, 미적분등 수학공식들, 화학기호, 물리법칙 등 우리가 골머리를 앓으면서 배우고 외웠던 수많은 학문적인 지식들은 우리 실생활에서 써먹는 것이 있는가?

지금 부터라도 공부하는 방법과 과목을 바꿔 나가야 한다. 우선 지금처럼 학생들을 학교에 오랫동안 잡아두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자. 교육방법만 바꾼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도 나쁘지는 않다. 핀란드식교육방법이 최고는 아니라고 해도 30시간 공부와 50시간 공부가 똑같은 결과를 낸다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1주일 20시간이면 엄청난 시간이다. 그 시간에 스포츠와 예술, 품성·공감 교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스포츠 등 신체단련과 품성, 예술 등 공감교육은 지금 당장이라도 돈 안들이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날마다 하루 십 분씩이라도 보건체조를 했다.

연구보고서에도 나왔지만 요즈음 아이들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엉망이다. 괜히 책상에만 오래 앉혀 놔 체형도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또 날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 공부 생산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댄스와 음악 등을 학생들 건강에 적합하게 개발해서 모든 학교에서 하루 십 분씩이라도 보건 댄스를 시행하면 아이들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힐링 시네마’ 같은 과목을 만들어 십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화를 선택해서 정기적으로 보여주고 서로 토론하게 하면 공감교육과 사회적응력에도 많은 진척이 있을 것이다.

또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를 다루게 하거나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학교에서 하게 해준다면 아이들 감수성 증진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현재 문제되는 왕따, 학교폭력, 자살 등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맘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아픈 십대들을 살려내기 위해서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 말로만 떠들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 할 수 있는 조그마한 방법들이라도 더 찾아보고 당장 실행하도록 하자. 아픈 십대들의 상처를 더 이상 깊어지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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