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당장이라도 韓中FTA 협상을 개시할 기세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개선문을 입성할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도대체 이런 무모함과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혹시 정부가 지난 11월 韓美FTA 국회 비준 동의안을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얻어낸 결과를 국민과 국익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자가당착에 빠져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 아닌 지 되묻고 싶다.

韓美FTA는 분명히 경제주권과 99%의 국민을 외면한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협약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도 정치적 합의도 없이 오만으로 무장한 정부와 한나라당이 빚어낸 만행이었다.

韓美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농민과 서민의 삶의 터전까지 빼앗아 사회적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버거운 삶 속에서 숨 쉬는 것마저 고통스러움을 느낄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중에 韓中FTA 협상을 개시해 이명박 정권에서 타결을 목표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한심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韓美FTA로 삶의 의욕을 잃은 농심을 달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은 뒷전이고 韓中FTA 협상을 개시할 계획이라니 무뇌아 정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농업분야에 있어서 韓中FTA는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과는 피해양상 자체가 다르다. 韓中FTA 협상 개시는 이명박 정부가 우리농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며, 우리의 생명산업을 고사시키는 매국행위와 다름없다 할 것이다.

韓美FTA가 발효되면 향후 15년간 농업생산액은 1조 6천억원의 감소가 예상되며, 설상가상으로 韓中FTA까지 체결되어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의 관세가 철폐된다면 2020년에는 무려 7조원에 달하는 농업생산액이 감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칠레, EU, 미국과의 협상으로 농업분야의 피해는 축산과 과수 등 일부 제한적 영향을 받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 중국 농산물은 지금처럼 관세 등 높은 무역장벽에서도 국내시장에서 월등히 높은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던 신선과채류까지 큰 타격을 미쳐 우리 농업은 벼랑 끝에 몰릴 것이다.

또, 지리적으로 중국은 우리 소비자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과 매우 가깝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시간은 전남이나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중국 대련이나 청도의 경우 당일 생산된 신선과채류 등이 당일 우리나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 해도 과장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韓中FTA는 우리농업에 대한 사형선고로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韓中FTA를 거론하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다.

지금은 잦은 재해, 농자재 가격 폭등, 고령화, 한우 가격 폭락, 농산물 수급불안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농업 농촌문제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해결해서 농심을 달랠 것인가 하는 고심이 최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韓中FTA를 논하기 전에 농가 소득안정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올해 농가소득은 3,341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5,140만원 추정)의 65%수준으로 사상최대의 격차이며, 2021년에는 43%로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의 소득안정은 생존권을 지키는 것과 같다. 소득보장이 없으면 탈농업과 함께 농촌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며, 농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또 다시 韓美 FTA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韓中FTA는 반드시 농민이 납득할 만한 선 대책을 마련하고,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진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