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필자가 2년 전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는 통화 도중 끊겨 불편한 적이 많았다. 최근에는 LTE라는 차세대 전화망에 가입한 사람들이 그런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상대방의 음성은 들리는데 나의 말은 전달이 안 되어 “여보세요”를 몇 차례를 반복하다가 전화를 다시 걸어야 하는 경우다. 중요한 전화면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서로 확인하고 통화를 계속하지만, 가족 간의 간단한 안부전화였다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곤 한다.

일방적으로 내 말만 전달하는, 혹은 상대방의 말만 듣기만 하는 전화나 대화는 비록 “불통”은 아니지만 “소통”은 아니다. 상호 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진다.

물론 서로 앞에 두고 대화한다고 해서, 통화상태가 좋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언어표현 능력의 한계 때문에, 혹은 보복이나 불이익이 두려워, 자신들의 진의를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소통은 필수 요소이다. 소통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 힘들고, 소통구조가 정착되지 못한 조직은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후진적인 분야로 꼽히는 곳이 정치판인데, 그 요인도 바로 소통능력의 부족과 소통구조의 부실에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 앞에서 상호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요뉴스로 취급되는 국내 정치 뉴스의 대부분은 정치인들의 갈등과 대립에 관한 것이다. 다른 정당과의 갈등은 물론이고 자기 정당 내에서도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반목하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남성에 비해 대화와 소통에 유능한 여성들이 여당과 야당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지만, 상호 소통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들과 국민들 사이의 소통도 사실상 먹통 상태다.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 새로운 진영으로 지도부를 개편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총선 후보들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총선 공천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를 거부했다. "국민경선“이나 ”여론조사“라는 형식으로 지역주민의 의견을 조금 반영한 곳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당 지도부의 친정체제로 후보진영을 구축했다. 심지어는 그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 그 지역의 정당후보자가 되는 실정이다. 4-11 총선에서 당선될 국회의원들은 그들을 선출한 지역구 주민들보다 그들을 후보자로 선출해준 정당 지도부에 더 감사하고 충성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후 다시 공천을 받아야 할테니까...


정치인들이 국민들과 소통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이유 중에는 언론의 탓도 있다. 선거 때가 되면 언론들은 너 나 없이 유권자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선거보도에서 유권자는 철저히 무시된다.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소통기능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다. 선거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인데, 언론보도를 보면 주인공은 언제나 후보자들이고 유권자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언론은 후보자들의 상대 비방이나 세몰이 선거운동에만 주목할 뿐, 정작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찾아내 보도하려 하지 않는다. 민생을 외면하는 식물국회를 비난하던 국민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갑자기 유명정치인의 열렬 팬으로 바뀐 길거리 행인들의 모습이 반복된다. 보수와 진보로 갈린 신문사들은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자신들 지지정당이나 정파에게 유리한 제목과 기사선택으로 지면을 장식한다.

결국 국민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긴 하지만,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중간 중간 말이 끊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전화 통화나 마찬가지다. 불통의 정당정치구조, 먹통의 언론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총선 이후에도 답답한 국민의 좌절과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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