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前 전라남도기획관리실장)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촉발되었던 촛불집회가 4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농장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였지만 정부가 광우병 발생시 취하겠다던 수입중단과 전수검역실시, 급식중단 등 약속을 즉각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미국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근거로 이번 광우병이 10년 7개월 된 젖소에서 발병한 비정형 광우병으로 동물사료 섭취로 인한 정형 광우병과 달라 위험성이 거의 없으며, 우리의 경우 30개월령 이하의 소만 수입하기 때문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걱정과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다.

국회까지 나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수입중단이 어렵다면 한시적인 검역중단만이라도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 확보는 기존 3%에서 50%까지의 검역확대로 충분하며 미국에 파견한 현지 조사단의 조사결과 국민의 건강에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추가조치를 취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어느 언론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이상이 즉각 수입중단을 해야 한다고 답변을 했다는데 왜 정부는 이렇게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우이독경 식 행정을 고집하는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을 하겠다던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가이다. 4년 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식품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인한 촛불정국의 수습을 위해 정부발표와 일간지 광고를 통해 추가적인 광우병 발생 시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현직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문제가 없어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현직 장관은 4년 전에 한 전직 장관의 약속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고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전혀 없는 것일까? 정권과 장관이 바뀌어도 행정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행정계속성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비록 전직 장관이 한 약속이라도 현직 장관은 이를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이행하여야 한다.

사인 간에 한 구두약속이라도 신의 성실의 법원칙에 입각하여 충실히 이행해야 할텐데, 하물며 주권자인 국민에게 한 약속을 후임 장관이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앞으로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를 것인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는 말 바꾸는 정부, 거짓말 하는 정부로 존립의 근거를 상실할 뿐인 것이다.

둘째, 친정부 인사로만 구성된 미국 현지 조사단 활동의 객관성과 실효성 문제이다. 국민생활에 중대하고 찬반 대립이 치열한 현안 문제일수록 해결을 위한 조사단 구성에 찬성과 반대 그리고 중립적 인사가 균형있게 참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에 미국으로 파견하는 광우병 현장 조사단은 친정부일색의 인사로만 구성되어 있어 조사단 활동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또한 조사단은 광우병 발생 현지농장을 자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농장 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미국 관계자가 안내하고 설명하는 시설만을 보고 올 수 밖에 없어 조사단이 아닌 견학단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조사단의 조사활동과 발표내용을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셋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운동에 대한 정부관계자들의 인식과 자세 또한 편향 되어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실제 안전할 수도 있겠지만,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농림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미국측 발표에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면서도 정작 수입중단과 검역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국민, 정치권의 요구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거나 반미·종북의 이념적 선동과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 유포차원으로 치부하는것 또한 큰 문제이다.

오죽했으면 국회상임위 현안 질의에서 의원들까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한 공무원들인가 하고 물었겠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비록 미국이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초강대국이고 우리의 외교·통상에 매우 중요한 혈맹이요 우방이라 하더라도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축산농가 보호에 중점을 두고 당당하게 정책을 집행해 나가야 한다. 국가통치 수단 중에 군사와 재정보다 국민의 신뢰가 가장 우선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오늘 다시 한 번 가슴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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