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전남도의원)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42만 명, 5년 사이 노인 인구가 24% 급증했다.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은 11.3%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 사회(14~20%)'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10년 정도 지나면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 720만 명이라는 현재 노인인구보다 더 많은 인구가 노인인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이 축복을 뒷받침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면서 고령화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건강보험을 기준으로 전체 의료비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의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에 30.5%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1999년만 해도 17.0%에 그쳤지만, 10년 만에 13.5%포인트나 증가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또 국민연금의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은 1989년 1.3%에서 2009년에 15.0%로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사회적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각 개인의 그늘은 더 처참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이후 자산여력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가구의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 자금은 현재 자산 기준으로 3억6천만 원 수준인데 그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가구는 24.3%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 가구의 51.7%는 최소 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곧 베이비부머 가구의 노후대비가 아주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고령화의 그늘은 질병과 빈곤만이 아니다. 부부 관계도 그중 하나다. 평균 수명이 늘고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사는 '빈 둥지 기간'이 늘면서 65세 이상 노년층 부부가 겪는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결혼생활 20년 이상의 황혼 이혼이 4년 이하 신혼이혼을 추월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 시대의 그늘은 현재 진행형이면서 미래의 핵폭탄 같은 엄청난 사회문제이다. 이 문제는 국가적 문제로서 대통령, 국회,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가장 급한 현안 문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적 차원에서도 풀어 나갈 일들도 많다.

그 한 예로 지난 5월 전남도의회에서 본 의원이 도정질문을 통해 도지사와 교육감에게 제안한 내용을 예로 들어본다. 도지사에게는 마을 기업을 잘 활용하여 노인 일자리 많이 창출해 주라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 마을기업 정책은 행정안전부 지침에 의해 유형별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전남道내는 현재 34개 마을기업이 운영 중이며 최근 2년간 351명의 일자리 창출과 8억 9천 여 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행정안전부 지침에만 따라서는 전남도내 10,000개정도 되는 모든 마을을 다 충족할 수 없다. 행안부 지침 예외로 전남도 자체적으로 마을 기업에 관심 있는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우선적으로 도비와 시군비 50:50으로 해서 한 해 이천만원정도를 지원하는 마을 기업을 해마다 100개정도 선정해야한다. 그리 큰 비용 들지 않고도 농촌경제를 살리고 베이비부머세대 은퇴 후 일자리 창출과도 관련이 있는 제안이었다.

또 교육감에게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초중고 방과 후 학교를 학생들과 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라고 제안했다. 비록 손자뻘 학생들이지만 서로 같이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특기 개발을 배우면 은퇴 후 적막한 시간을 조금은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세대 간의 대화통로 시간도 되고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방과 후 수업을 잘 이용해 은퇴 후 베이비부머 세대와 현재 학생들과 같이 취미생활이나 특기개발을 같이 해나간다면 사회의 큰 핵폭탄이 될 베이비부머세대가 다음세대와 잘 융합해나가는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고령화의 그늘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 고령화의 그늘이 우리사회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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