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광 원장(담양 수북나눔내과의원)

암 발생률 2위! 암환자 중 사망률 1위! 암으로 인한 사망 중 가장 흔한 원인인 폐암의 이야기입니다. 2007년 미국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폐암 환자의 86%가 진단을 받은 지 5년 안에 사망하였습니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모든 암으로 인한 사망의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폐암은 대체로 경과가 좋지 않은 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5년 생존율, 즉 폐암으로 진단을 받은 후 5년 이후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약 15%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이 비율은 지난 30년 간 치료 방법의 발달로 인하여 2배로 개선된 것입니다. 아마 암 중에서는 가장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또한 쉽지 않는 것이 폐암입니다. 그럼, 폐암은 어떤 병일까요?

폐암은 일반적으로 원발성 폐암암을 의미하며, 원발성 폐암은 폐에서 기원한 악성 종양을 의미합니다. 폐암은 조직의 형태에 따라 크게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구분합니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소세포 폐암이 치료법과 예후 면에서 다른 종류의 폐암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어서이며, 따라서 폐암은 조직학적 진단, 즉 조직검사의 결과가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폐암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흡연입니다. 폐암의 약 85%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은 폐암의 발생 위험을 13배 증가시키며, 장기간의 간접흡연은 1.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의 양과 기간도 폐암에 걸릴 확률과 관련이 있습니다. 매일 한 갑의 담배를 40년간 피워 온 사람이라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20년간 두 갑을 피워 온 남자라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60~70배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폐암이 걸릴 위험이 높았던 흡연자들도 금연을 하면 향후에 폐암에 걸릴 위험도가 금연 후 15년간 계속 감소하여, 금연 15년 후 폐암에 걸릴 위험도는 비흡연자의 약 2배로까지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 이후에도 완전히 폐암에 걸릴 위험도가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담배의 해악은 여성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같은 정도로 흡연에 노출되었다면 남자보다 여자가 폐암 발생 확률이 1.5배 높다는 것입니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날 때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진행된 폐암이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폐암 환자의 5~15% 정도는 무증상일 때 폐암으로 진단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폐암으로 진단을 받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건강 검진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선별검사 방법도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는 진단 당시에 하나 이상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 객혈, 흉통(가슴 통증), 호흡곤란입니다. 폐암의 진단 당시에, 기침은 폐암 환자의 50~75%에서, 객혈은 25~50%에서, 흉통은 약 20%에서, 호흡곤란은 약 25%에서 나타납니다.

이 외에 폐암이 생긴 부위에 따라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 덩어리가 식도를 압박하는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울 수 있고, 발성에 관여하는 신경을 침범하는 경우 쉰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또한 폐의 꼭대기 부위에 암세포 덩어리가 위치한 경우 어깨 통증과 팔의 안쪽부위(새끼 손가락 방향)로 뻗치는 통증이 있을 수도 있고, 호흡곤란과 함께 가래가 증가하기도 하여 폐렴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폐암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는 가슴 부위의 X선 촬영을 받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조영제를 사용한 전산화 단층촬영(CT)를 시행하여 보다 정밀한 평가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들에서 폐암이 의심된 환자는 반드시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조직의 형태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하여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방침이나 경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검사는 암세포 덩어리의 위치에 따라서 X선 촬영이나 CT를 보며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침을 찔러 넣어 암세포가 있는 조직을 얻는 ‘경피적 미세침 흡인 검사'를 사용하기도 하고, 또는 기관지 내시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단순히 가래를 뱉어서 시행하는 세포진 검사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암의 치료는 병기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 치료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에 30~50%가 반응하고, 항암화학요법에는 20~35%가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방법의 치료라도 병기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최근까지 각 병기에 따른 가장 우수한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표적 치료제라는 새로운 부류의 약이 개발되어 많은 환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가의 약제들을 쓰는 것이 유익한 경우는 제한적이며, 더욱이 완치를 목적으로 쓰는 약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새로이 폐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표적 치료제들은 고가의 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효능이 좋은 것이 아니며, 환자들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득과 실을 따져 사용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식이요법으로 폐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며, 실제로 이전에는 항산화제, 채소 등이 폐암의 발생을 줄여준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폐암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품으로 알고 있는 항산화제의 하나인 비타민 E(vitamin E),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은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오히려 폐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주변의 몇 환자가 특정 식품을 먹고 효과가 있다'는 식의 유혹에 속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폐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미 시작한 사람이라면 금연을 하는 것입니다. 70~80%의 흡연자들은 금연을 원하고 연간 약 1/3의 흡연자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약 90%가 실패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마저도 20~30% 정도만이 금연에 성공하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금연의 성공률이 낮은 것은 흡연이 헤로인만큼 강력한 니코틴 중독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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