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전남도의원)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2014년 현재 13%에서 2030년에는 24%, 2050년 38%가 돼 40여년 후에는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초고령화 국가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 고령화사회 대응책은 2005년부터 시행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노인을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해 사회복지대상으로만 삼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편견에 빠진 고정관념은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노인들에게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노인들끼리만 모아놓은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동시대 아래 세대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사회가 노인복지제도를 통해 노인들의 기본적 욕구해결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명의 증가로 노인들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또 요즈음 노인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예전 노인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능력 향상도 가능한 노인들이다. 이런 노인들을 사회의 주류에서 제외해 복지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은 사회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노인의 가치성과 자존감을 크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필자는 격대교육을 방과후학교에서 활용하는 정책을 전남도의회에서 도정질문과 상임위 활동을 통해 해결책의 하나로 제안했다. 격대교육이란 조부모가 손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대신 교육시키는 것을 말한다. 옛 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손주가 조부모 방에서 지내며 예의범절과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교육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육아일기는 조선중기 선비 이문건이 쓴 《양아록》으로 손. 자녀를 키우는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씌어졌다. 기대치가 높고 욕심이 많은 부모보다 눈높이 교육과 관찰에 있어서 조부모가 더 유리하다는 것을 우리나라 현명한 선조들은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이는 최근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UCSD(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연구진이 MRI 등을 통해 뇌를 연구한 결과 노년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데 지장이 없을뿐더러, 감정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아 종합적 판단력이 젊은 층보다 한층 높다는 것이다. 서구 선진교육에서도 격대교육은 최근에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편견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으시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가르쳐 주셨다”라며 조부모에 의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빌 게이츠 역시 “할머니와의 대화와 독서가 나를 만들었다”며 격대교육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美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더교수팀은 조부모와 손자녀의 상관관계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또 자주 접촉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인이 된 후의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독일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여해주는 서비스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따라 일정한 교육을 받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료로 부모의 손길이 잘 안 뻗치는 아이들을 알뜰히 보살피고 있다. 다른 국가 훌륭한 격대교육 사례도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는 격대교육이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일반적 전통교육의 일환이었지만 거의 잊혀 졌다가 요즈음 다시 유치원할머니이야기선생님 등 이제 막 시작할 단계이다.

그러나 아직 격대교육이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는 교육 담당자들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노인예산의 쓰임새를 보면 경로당, 요양원, 노인종합복지센터 등 노인들 위주의 시설에만 집중투자하고 있다. 손주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시설에 노인복지예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열악한 재정에서 그런 시설을 지금 당장 만들어 내라는 것도 무리이다.

그래서 필자는 해결책의 하나로 앞서 말한 것처럼 격대교육과 방과후학교의 접목을 주장한 것이다. 따로 돈 들여 시설을 안 만들고 할 수 있는 격대교육이 방과후학교이다. 방과후학교에 조부모와 함께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여 활용하면 격대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외로움에 떠는 노인문제도 일부분 해결 할 수 있다. 교육 담당자들은 지금 당장 이와 같은 정책을 시행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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