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시즌은 지방대학 교수인 필자에게는 우울한 시기이다. 입학할 때의 부푼 희망대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한 졸업생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들이 절반이 넘고, 취업을 했지만 4년간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는 무관한 곳에 취업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나마 TV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처럼 대부분 계약직이다.

특히 지방대학 신문방송학과의 취업현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열악하다.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방송제작 분야이다. 신문 분야로 취업을 희망한 학생들은 올해 50여명의 졸업생 중 한 두명에 불과하다. 매년 지역신문에서 신입기자를 뽑는다며 구인요청을 해오지만 추천할 학생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방송분야는 다른 어느 산업분야 보다 서울 집중 비율이 높아 지방에서는 취업할 직장이 많지 않다.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의 취업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방송산업은 고용의 질이 매우 좋지 않은 분야이다. 임금은 낮고 근로환경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요즘 소위 갑질에 대한 횡포가 방송뉴스의 단골소재이지만 방송산업처럼 갑과 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심한 분야가 드물다. KBS나 MBC같은 중앙의 방송국과 지역민방의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되려면 소위 “언론고시”를 치러야 할 정도로 힘들다. 지방대 졸업생들에게 취업기회가 주어지는 방송분야는 중앙방송사에 납품하는 하청방송사업자들이다.

삼성이 만드는 휴대전화나 현대가 만드는 자동차 부품의 대다수가 하청업체 제품이듯이, KBS나 MBC와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도 하청업체, 소위 외주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들이다. 방송법에 따라 KBS와 MBC 같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체 방송시간의 40% 내외를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의무 편성해야 한다. 자체 프로그램 제작기반이 취약한 종합편성 채널의 경우, 뉴스와 토크쇼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에서 구매한다.

특히 지방에서 촬영을 해야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대부분 외주제작사의 몫이다. 전국 각지에서 촬영해야 하는 KBS "6시 내 고향"의 경우, 현장을 소개하는 부분은 거의 모두 외주제작사가 담당하고, 스튜디오 진행부분만 KBS 본사가 제작한다. 방송 3사의 오전과 오후 교양 프로그램이 거의 모두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중앙방송국에 TV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제작사는 국내에 50여개에 달하는데, 직원 수가 20명 남짓한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다. 요즘에는 촬영이나 조명, 편집, 그래픽 등 방송의 특정 부분만 맡아 처리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방송사 납품여부에 따라 회사의 운명과 직원의 고용여부가 결정된다. 국내 방송사들이 거의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외주제작업체의 90%가 서울에 위치한다.

방송하청업체 직원들은 출입증을 받아 마치 해당 방송사 직원처럼 출입할 수 있지만, 4대 보험조차 제공되지 않는 임시직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청업체 회사간부들은 납품하는 방송사에서 일하다 그만 둔 사람들로, 지방대학 언론관련 학과 출신이나 각 방송사가 운영하는 소위 <아카데미> 출신 젊은 인력들을 선발해 회사를 운영한다. 그러나 고단한 근로환경, 낮은 급여 그리고 불안한 지위 탓에 오래 버티는 근로자들은 많지 않다. 특히 지방대 출신들은 고시원 신세를 지거나, 임대료가 싼 변두리에 자취방을 구하고 한 두시간 넘게 출근해야하고, 납품 기한에 맞추어 밤샘을 하기가 일쑤다. 그러다 보니 1-2년 다니다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송산업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한 취업분야이다. 지방대학 졸업생들에게는 그런 일자리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 주된 원인은 방송산업이 서울에 몰려있는 탓이다. 지역시청자 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도 방송의 서울집중을 해소하고 지역방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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