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홍 (전라남도의원)

영조는 조선 제 21대 왕으로,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긴 왕이다. 사도세자(1735-1762)는 영조의 둘째 아들이자 조선 제 22대 왕 정조의 친 아버지다.

영조 38년 나경언은 역모가 있다고 영조를 뵙기를 청해 놓고 역모를 말하는 대신 영조에게 사도세자의 비행을 낱낱이 고해바친다. 사도세자는 그동안 괴이한 행동을 함으로 해서 영조의 눈 밖에 벗어나 있었을 때다. 그런 사도세자를 향한 영조의 분노는 나경언의 고변으로 하늘을 찌르듯이 높아졌고 비극은 시작되었다.

나경언의 고변이 있고 난 얼마 후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자결을 명한다. 하지만 자결을 하지 않고 살려만 달라는 세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영조는 끝내 명을 내린다. "세자를 폐서인 하고, 뒤주에 깊이 가두라." 1762년 사도세자는 왕명으로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28세의 나이로 뒤주 속에서 죽고 만다.
사도세자 죽음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중 당파 싸움에 의한 노론벽파에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론벽파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극도로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영조가 이처럼 극도로 사도세자를 미워한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영조는 지금으로도 늦은 나이(42세)에 사도세자를 낳았다. 온 궁중의 축복 속에 태어난 사도세자는 영조가 태어난 지 1년 후에 왕세자로 책봉할 만큼 영조에게는 소중한 아들이었다. 영조가 이런 아들을 당쟁의 희생물로서만 죽이기까지 했을까?

설마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기까지 하겠냐 하면서 뒤주 속에 스스로 들어간 사도세자의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하루 이틀 그 이상이 지나면서 뒤주 속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의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사도세자의 피맺힌 외침의 소리가 지금 내 귀에도 울리는 거 같다. "아바마마, 소자의 죽을죄가 무엇이옵니까?" 사도세자에 죽임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당파싸움, 사도세자의 광증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나는 사도세자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르게 본다. 출생열등감에 사로잡혀 편집증에 걸려 버린 영조의 과잉 교육열과 오도된 교육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도세자가 어릴 때는 영조의 엄청난 교육열에 어느 정도 부응하여 천재적인 모습도 보여 영조를 흡족하게 해준다.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공부에 사도세자가 진절머리를 내면서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문제는 영조가 편집증적인 질환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번 사람을 미워하면 끝까지 미워했다. 영조의 오도된 애정이 오도된 교육관과 함께 공부를 멀리하는 사도세자에 대한 강력한 증오로 변한 것이다. 영조는 아직 어린 15세의 사도세자에게 대리청정으로 시험 해본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대리청정기간동안 앞서 말한 노론의 지독한 견제와 영조의 변덕에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진짜 광증에 걸려 이상행동을 자주 한다.

사실 사도세자는 당시는 잡서라고 했지만 삼국지연의 등 무예와 전술에 관한 책은 병석에서도 놓지 않을 만큼 심취했으며 직접 무예도 단련하여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무예신보라는 조선 최고의 무예지도 직접 쓸 만큼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과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의 국, 영, 수처럼 오로지 사서삼경만이 전부로 안 조선시대의 오도된 교육관과 영조의 과잉 교육열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났지만 단지 사서삼경 고리타분한 학문에 별 관심이 없었던 사도세자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광증이라는 병에까지 걸려 이상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영조는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른 체 자기 눈높이에서만 사도세자를 바라보고 미워하고 증오하다가 급기야 좁은 뒤주 속에 가두어 엄청난 고통 속에서 아비에 의해 살해당하는 조선 최대 비극적인 인물인 사도세자로 만든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이 조선시대에만 있었을까? 지금 현실에서도 너무 자주 보지 않는 가? 얼마 전 과잉 교육열에 사로 잡혀 아들을 학대하다가 그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 슬픈 어머니의 이야기, 결과는 반대지만 비슷하지 않는가?

오늘도 우리 사회의 일등주의 경쟁교육과 학벌위주 사회의 대입입시제도에 따른 부모들의 과잉 교육열과 오도된 교육관 때문에 우리 아들, 딸들이 사도세자처럼 좁은 뒤주 속에 갇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세계 최고의 학생 자살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학생들이 일등주의 대입체제의 좁은 뒤주 속에 갇혀 "아빠, 엄마! 우리가 잘못 한 것이 무엇이나요?"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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