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스마트폰, 태블릿을 끼고 산다. 채팅을 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마우스를 클릭해 홈페이지, 웹사이트, 블로그, 포털, 유튜브에 들어가, 다운로드, 업데이트, 스트리밍, 채팅을 한다. 그 중에는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필요한 곳도 있다. 전 에는 플라피 디스크, 하드 드라이브, 메모리 스틱 같은 것에 파일을 저장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가 대신한다. 바이러스나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탓이다.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지금 우리의 생활상이다. 그래서 생소한 외래어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던 1986년에는 회사에서 아무도 컴퓨터를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각 부서마다 컴퓨터 한 대씩 갖다 놓았지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해외에서 기계 부품을 수입하는 부서였는데, 장부를 만들어 기록하고, 보관하고, 찾아내어 확인하는 일을 매일 반복했다. 문서를 컴퓨터에 저장해 두면 편리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화기로 신문과 TV를 볼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면 미친 놈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IT 기술은 우리의 상상력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왔고, 앞으로도 변해갈 것이다.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용어는 “플랫폼”이다. 원래는 기차역에서 기차에 올라타는 공간을 가리켰다.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구분하던 종래의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디지털 실체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고, 기기와 콘텐츠가 혼합되는 영역이다. 대화, 뉴스, 쇼핑, 직장 업무 등 각각 따로 분리된 디지털 영역이 하나의 영역으로 모아놓은 것이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아이폰 제조회사 애플이다. 애플은 2007년 회사명에서 컴퓨터를 삭제했다. 2001년 아이튠즈를 통해 세계 최대의 음원판매회사가 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플랫폼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아이폰 하나면 디지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게 해준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수익만이 아니라 아이폰 사용에 필요한 앱을 제작하고 판매하면서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

페이스북 역시 플랫폼이다. 그러나 애플처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도 아니고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의 대부분도 페이스북이 만든 것이 아니다. 뉴스는 언론사로부터, 메시지는 개인 사용자로부터 조달받는다. 대신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벗어나지 않고 머물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발한다.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장 잘 활용하는 플랫폼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수년만에 세계 최대 IT 사업자가 되었다.

플랫폼의 특징은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만들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플랫폼이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IT 첨단기업도 플랫폼 변신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해 휴대폰 시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Chromebook으로 뛰어든 노트북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페이스북을 겨냥해 만든 구글 플러스 역시 실패했다. Google Glass나 무인자동차 등의 실험은 진행형이다.

미국의 디지털 전문가 필 사이먼은 그의 저서 <플랫폼 시대>에서 기업이 플랫폼으로 성공하려면?폐쇄와 독점을 추구하던 기존의 경영방식이 아니라 개방과 협력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강력한 플랫폼 기업들이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에 필요한 물리적 토대나 기술적 자원은 충분하지만, 개방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갑을” 관계에 익숙한 한국 시장에서는 뿌리내리기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폐쇄와 독점을 통해 이윤을 축적해온 한국의 기업들이 플랫폼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군림할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할 수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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