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대나무축제위원회 이사장)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손가락만한 죽순이 돋아나고 주 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 가까이 쑥쑥 자라기 시작해 한 달 쯤 되면 30m 가까이 자란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5년이란 세월동안 자라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 100m가 넘도록 땅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5년간 숨죽인 듯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내실을 다지다가 5년 후 당당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른 나무와 달리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뿌리 내림과 넓힘에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모죽’의 교훈이 지난달 31일 100만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대 성공을 거두고 폐막한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성공 개최 기사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이번 박람회의 지붕 없는 주제관으로 지난 2003년 개장한 죽녹원은 개장 초기에 곡절이 있었다. 당시 사양산업으로 관심이 멀어지던 상황에서 대나무를 더 심고 보존하고 가꿔야 한다는 군수의 주장이 일부 군민들의 냉소의 벽에 부딪혔고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생태도시 담양의 미래성장동력으로써의 대나무의 효용 가치를 예측한 담양군의 지속적인 주민 설득과 지혜를 모은 결과, 이제는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담양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해 담양하면 대나무가 연상되는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나무를 담양의 미래산업으로 키워나가고자 할 초창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다른 나무와 달리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뿌리 내림과 넓힘에 필요한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모죽’의 교훈으로 차근차근 준비한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가 지난 9월 17일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라는 주제로 개막해 10월 31일까지 45일간의 행사를 성공리에 끝냈다.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100만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힐링과 체험이라는 콘텐츠로 녹여낸 박람회를 둘러봤다. 많은 관람객은 대숲 바람에 흔들리는 죽녹원 길에서 느림, 비움, 채움의 여유도 가졌을 것이고 녹색 미래를 밝힐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귀중한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 대나무 면적의 34%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담양에서 지구 온난화로 날로 심각해져가는 환경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대나무의 가치를 공감하였을 것이다.또한 지역 주민들에게도 세계대나무박람회를 개최한 주민으로서의 자긍심도 심어 주었을 것이다.

이번 세계대나무박람회에는 군민 120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담양을 전국에 알리고 해외에 알리는 도우미를 자청했다. 그리고 관광객을 통해 자신들의 고향인 담양이 전국적으로 훨씬 많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담양에 사는 주민이 서울이나 타지역에 갔을 때 담양에서 왔다고 하면 충청북도 단양에서 온 걸로 착각했지만 이젠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한다. 이젠 담양하면 아! 대나무, 죽녹원으로 통하게 됐다. 박람회 기간 담양을 찾은 관람객 중 특히 젊은층의 관람객이 많았다는 것도 담양의 미래를 밝게 해 준다. 그 젊은이들이 몇 년 후에는 추억이 깃든 담양을 자녀들과 또 찾아 올 것이다.

2018년이면 담양이란 지명을 사용한 지 천년이 된다. 박람회를 치르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은 지명 천년을 맞아 다시 한번 꽃피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죽녹원에서 관방천에서, 또 가로수길에서 찾은 담양의 녹색 미래를 관람객들은 다시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인고의 세월을 딛고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모죽’의 교훈처럼 또 다른 씨앗을 심고 내실을 다져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나무로 쑥쑥 커 갈 시간이 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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