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재 록

  아, 금성산성!

  

  호젓한 산길 굽이돌아
  철옹성의 관문 보국문 들어서니
  안민보국의 성지
  아, 금성산성!


  호시절 춘삼월인데
  오늘따라 꾀꼬리 소리 처량하고
  지천에 널려 있는 제비꽃, 양지꽃은
  왜 저리도 애절한 자태일까?
  노적봉, 철마봉, 운대봉, 시루봉
  봉마다 서려 있는 호국의 충절 되새겨 보니
  처량한 꾀꼬리 소리
  봄꽃의 애절한 자태
  이제야 알 것 같구나.


  아, 금성산성
  역사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
  한때는 녹두장군 전봉준 동학농민군의
  거룩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던 곳
  한때는 기삼연 대장 호남창의회맹소의
  항일의 깃발이 휘날리던 곳
  그 격랑의 역사 속에서
  추위에 떨며 얼어 죽은 자 그 몇이며
  배고픔에 굶주리다 죽은 자 그 몇이며
  적들의 칼에 베인 자 그 몇일까?


  금성산성에서는
  발걸음 하나도 함부로 내딛지 마라.
  비목은커녕 봉분도 없이 스러져간 넋들이
  골짜기 그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터이니.
  금성산성에서는
  풀꽃 하나도 함부로 꺾지 마라.
  해마다 봄이면 피어나는 풀꽃이
  충혼의 넋인지도 모르니.


  해와 달이 바뀌고 또 바뀌어
  이제는 산성의 수호신이 된 넋들이여!
  잔 부어 엎드려 비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또한 후제후제 태어날 후손들이
  천세토록 만세토록 만복을 누리도록
  따뜻이, 포근히 보듬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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