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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칼럼/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언론통제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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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3  09: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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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당시 유권자 사이에선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박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녀가 아버지와 같은 딸이 되리라 기대했다.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 대열로 이끌어낸 강인한 지도력의 유전인자가 딸의 핏속에도 흐르고 있을 거라 믿었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소통하던 그녀 어머니의 인자한 유전인자도 딸에게 전달되었으리라 믿었다.

반면 박근혜 후보를 반대한 유권자들은 그녀가 아버지 같은 딸이 되리라 걱정했다. 무수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을 다시 청와대로 가져와 피땀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대기업과 결탁해 부정축재를 일삼고, 근로자를 희생양삼아 소수 특권층이 지배하는 갑질사회로 되돌아갈 것을 우려했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녀의 골수 지지층마저도 허탈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그녀는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채우기도 힘들게 되었고, 설사 임기를 채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역할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아버지와 딸 모두 불행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박씨 부녀의 불행한 정치적 종말은 언론의 기능을 통제하고 탄압한 결과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언론통제는 권력의 부패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민심이 이탈되고 분노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야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비리나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박정권과 여당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국민여론도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 언론의 소극적 보도로 기존의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는 형식적인 시늉만내다 유야무야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도 아버지처럼 언론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박정희 정권은 무자비하면서도 교묘한 언론통제 덕에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에는 좌익일간지 민족일보의 조용수 사장에게 간첩혐의로 누명을 씌우고 사형을 시켰다. 문화방송과 같은 민영방송을 부정축재를 핑계로 박정희의 사유물로 만들었다. 권력에 도전하는 언론에게 어떤 보복이 주어지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성공적인 언론통제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정희 정권은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을 시도했다.

군사독재 정권의 가혹하고 무자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대학캠퍼스와 근로현장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언론검열로 인해 그러한 사실이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민심의 방향은 분명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불신이 언론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확산되자 당시 젊은 언론인들도 반독재 투쟁에 나섰다. 1974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중앙정보부의 언론검열과 감시에 저항하며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선포했다. 그러자 박정희 정권은 기자들에겐 손대지 않고 대신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했다. 신문광고가 줄자 신문사주들은 경영압박을 핑계로 기자들을 해고하고, 신문발행을 재개했다. 박정권은 언론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민심까지 통제하진 못했다. 1979년 부산과 마산을 기점으로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인 양상으로 나타나자, 박정희는 최측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도 아버지처럼 언론을 통제하고 회유하고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할 만 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신문이나 방송의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해바라기 언론인들이 늘 그녀의 주변에 널려있었다. 청와대 입성 후에는 언론의 접근을 차단했고, 국민과의 소통수단으로서 기자회견조차도 사실상 거부했다. 연례 기자회견조차도 사전에 짜여진 각본대로만 진행했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없는 듯 보였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녀의 측근들은 언론에 대한 회유와 보복과 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보통 사람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오만하게 법을 어기고 권력을 남용했다. 그러나 KBS와 같은 관영언론은 장악했어도 JTBC와 같은 신생언론의 집요한 추적보도는 봉쇄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독재자 아버지의 그릇된 언론관을 답습한 딸의 비극적 말로를 목도하고 있다. 언론통제에서 비롯된 그녀의 착각과 교만과 위선이 가져온 국가적 불행이 역사적 교훈으로 후세에게 길이 남겨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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