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성 일(담양부군수)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기업과 대학가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 9월 22일 군민과 함께한 담양포럼에서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가치있는 삶’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연을 접했다.

나와 가족, 사회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그것들이 내 삶속에서 지니는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행복이고 나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에 대해 평소 지녀왔던 추상적인 물음도 금번 강연을 통해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연구이고 그러한 관심과 연구를 실천하는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든 활동’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인문학일까? 사람들은 왜 잊혀온 인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것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최근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비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모습에 우리네 마음이 인간성의 회복을 요구하는 바람이 커진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사실 빠른 성장시대에 인문학의 활동범위는 협소했고, 명확한 논리와 이론으로 무장한 자연과학의 효용가치가 더욱 커 보였다. 그러나 기술의 정점에 다가선 우리 사회가 보여준 행태는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가치발견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경제적 풍요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정신적 빈곤을 해결하고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공동체를 만들며 기초적인 삶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중심의 사회, 그 해결책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18일 담양군의 전국 최초 ‘인문학 교육특구 지정’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무릇 사람들은 ‘담양’하면 대나무를 쉽게 떠올리지만 풍부하고 역사깊은 인문학적 문화기반을 지닌 고장이라는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조선중기 가사문학 부흥의 중심이었던 의암서원과 송강서원, 대치서원이 자리했고, 뜻있는 선비들이 나라를 걱정하며 담론을 나누던 소쇄원과 식영정, 송강정 등 지역에 산재한 정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누정문화로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더불어 근래에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는 갤러리, 미술관 등이 들어서면서 담양의 인문학적 기반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담양군은 이런 인문학적 자산을 바탕으로 지역의 군민과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인문학 인프라 구축과 창의인성 인문학 캠프, 평생 인문학 학교운영 등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문가가 함께하는 심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 청소년들이 스스로 인문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담양교육 백년대계’를 구상하고 있다.

‘대숲맑은 담양’이 인문학을 만나 사람 냄새나는 “인문학 생태도시 담양”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인문학으로 단련된 지역의 동량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국가의 희망을 제시하는 리더가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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