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조선조 중종시절 담양부사 박상과 순창군수 김정이 중종반정으로 폐출된 왕비 신 씨를 받아들이라는 상소를 올렸다가 의금부에 체포됐을 때 조광조는 임금에게 이렇게 고합니다.

“언로가 열렸느냐 막혔느냐 하는 것은 나라에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언로가 열려있으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언로가 막혀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져 망하게 됩니다.” 조광조는 “그들의 말이 지나쳤다 하더라도 그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인데 왜 죄로써 다스리고자 하십니까?”라며 임금의 지나친 처사를 지적합니다.

조광조는 당시 사간원의 정원으로 ‘대간’을 맡고 있었습니다. 대간은 사헌부, 사간원 양사의 관원을 뜻하고 사헌부와 사간원은 당시 왕과 신하의 잘잘못을 고하는 기관으로 지금의 언론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조광조는 대간들이 상소를 올린 이들을 처벌하자고 나선 것에 대해 이런 대간들과는 일을 같이 할 수가 없다면서 사헌부와 사간원의 관원들을 다 파직하라고 상소를 올립니다. 매사가 이런 식이면 누가 임금에게 바른 소리를 하겠느냐는 질책이었지요. 말단 관리가 관직에 들어오자마자 상관들이 썩었다고 파직시키라는 일종의 ‘하극상’을 벌인 셈입니다.

조광조는 오늘날 조선시대 ‘언로사상’의 대표적 학자로 꼽히면서 미디어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화가 그의 ‘언로사상’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언로사상은 오늘로 치면 ‘언론자유’, ‘공정보도’의 개념으로 조선왕조실록에 ‘언로(言路)’라는 말이 4,712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언론자유와 공정보도 개념은 꽤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소위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혼란의 극치를 맞고 있습니다. 온 나라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로 떠들썩하고 국정은 마비상태에 다름 아닙니다. 외국 언론에서도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를 대서특필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이라는 일개 필부가 대통령의 머리끝에서 청와대와 정부 요직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하수인을 통해 국고를 개인 금고인 양 주물럭거리는가 하면 기업을 협박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등 나열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횡포를 저질렀지만 그 누구도 입 뻥긋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를 세상에 드러낸 것은 바로 용기 있는 언론이었습니다. 이처럼 용기 있는 언론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앞날은 어찌됐을까요?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오두지류(五?之類)’에 의해 국정이 파탄 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좋은 신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과 함께 2008년 11월 25일 첫 발을 내딛은 본지가 어느새 여덟 돌을 맞았습니다. 창간 당시부터 지면을 통해 누누이 다짐했듯이 본지는 지역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로써,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으로써, 그리고 바른 길을 안내하는 목탁으로써 소임을 다 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본사 임직원과 기자들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세우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언론의 공명성을 부각시키는데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언론인으로서 긍지와 자긍심을 잃지 않고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능동적 변화를 리드하는 한편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창간 8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본지는 언론자유와 공정보도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부당한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기능을 강화하면서 지역밀착경영을 통해 독자 서비스에 충실을 기하는 한편 다양한 지역사회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세세한 소식과 현안을 충실하게 보도하면서 강직한 기자정신을 바탕으로 독자 여러분의 타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한편, 지역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비리와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는 청소부 역할도 감히 마다하지 않을 것을 다시금 천명하고자 합니다.

창간 8주년에 즈음하여 본지 임직원 모두는 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명예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지역언론의 소임을 다 하는 한편 지역사회 갈등 해소와 화합 추구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면서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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