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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속 좀 풀어주시오”박균조(前 전라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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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1  09: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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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답답하다. 경기도 불황이다. 날씨 탓도 있지만 이런 때, 술에 오그라든 속을 펴는 데는 홍어만한 생선이 없다. 홍어는 화재현장의 인명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듯이 몸을 바쳐 속 쓰린 술꾼들을 구해왔다. 

홍어를 처음으로 맛본 것은 아버지 회갑 날이었다. 돌아가신 큰 누님의 손끝에서 나온 미나리의 감칠맛과 홍어의 부드러움은 향긋했다. 가난한 시절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성장한 뒤에는 향수로 범벅된다. 소위 소울 푸드(soul food)다.

홍어는 암치(암놈) 7~8킬로 짜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수놈을 잡으면 어부들은 거시기를 잘라낸다. 수놈이 암놈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편번호 500번(옛날) 사람들 잔치에는 빼 놓을 수 없다. 대소사가 닥치면 우선 홍어부터 사서 썩힌다. 심해에 산다.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중요 어족이다. 흑산도 근해가 오염돼 떠난 적도 있다. 영양분은 별로지만, 남도 사람들은 싱싱한 흑산도 홍어를 찰 지게 씹어 먹는 맛을 즐긴다. 

올 겨울에 흑산 홍어 한 마리(8키로 기준) 값은 65만원 정도다. 어획량 제한으로 다른 해에 비해 비싸졌다. 홍어가 전국적 음식이 된 것은 전직 대통령의 덕이 크다. 홍어 맛을 세계만방에 알린 장본인이다. 도정공장을 운영하던 모씨가 국회의원 공천이 어렵게 되자 홍어를 얼음에 재워서 영국에 체류 중인 그 분에게 직접 공수한다. 비행기를 탄 최초의 흑산도 홍어다. 대선에 지고 쓸쓸하게 해외에서 재기를 꿈꾸던 분에게 진짜 흑산도 홍어를 가지고 갔다. “이 귀한 것을 여기까지 가져와 부렀는가” 그러고는 국내로 전화해 국회의원 공천 이야기를 거들어 주었다고 전해진다. 홍어가 썩은 속을 풀어 줬다. 외국에서 소울 푸드로 속을 푼 뒤 결국은 꿈을 실현한다. 

살다보면 속이 터질 때가 많은데 홍어는 속을 정리해 준다. 사업상, 상사와의 다툼, 연인과의 마찰 등등...이런 때를 대비해 가정 상비식품으로 홍어 한 조각 정도 비축해 두면 좋다.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홍어다. 중독성이 강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 얼큰한 홍어탕은 명약이다. 그렇다고 홍어에 술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 ‘술에는 장사 없고 술꾼에게 제 명은 없다’.

홍어탕에는 보리 잎이 제격이다. 외국에서 국산 홍어를 드신 뒤 새로운 인생길을 열었던 전직 대통령처럼, 공직을 명퇴한 인생2막은 사람의 속을 풀어주는 식재료가 되고 싶다. 닭의 해에 출발하는 새 인생은 햇병아리이지만, 토실토실한 씨암탉으로 커서 세상에 답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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