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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칼럼/ 보수와 진보 그리고 ‘명절 민심’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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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2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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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TV나 인터넷에 단골로 등장하는 뉴스들이 있다. 굳이 해마다 새로 만들지 않고 작년에 만든 것을 그대로 써도 무방한 뉴스들이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예측이다.

그것도 대부분 서울을 기준으로 해서 비수도권 거주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뉴스이다. 명절 차례상 비용을 예측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뉴스도 빠지지 않는다.

주부들은 음식준비로 힘들고, 미취업 청년들은 가족들 만나기가 두렵다는 뉴스도 매년 등장한다. 새롭고 유용한 뉴스도 있다. 명절에 가족들과 대화 소재로 삼지 말아야할 금기사항에 관한 뉴스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취업이나 결혼에 대해서 언급하지말고, 기혼자들에게는 친정이나 시댁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누락시킨 명절 금기사항이 있다. 정치이야기이다. 탄핵정국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설 민심” 전략을 짜느라 분주했지만, 화기애애한 명절 분위기를 깨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가족친지들과 정치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원래 정치란 말로 이루어지고 말이 중요한 소통행위이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정치에 대해서 함부로 말했다간 인간관계가 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한국사회가 아직 정치적 견해차이에 서투르기 때문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아직은 정착하지 못했다. 우선하는 가치와 이념이 다르거나, 지지기반이나 소속정당이 다른 정치인들이 상호 대화하고 인정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보기 힘들다. 그 많은 대선후보 들 중, 경쟁 후보들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을 아직 보지 못했다. 다 경쟁자들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우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뉴스와 토론도 정치인의 능력보다는 흠결위주로 다루어진다. 자연 유권자들의 정치담론도 비지지 후보에 대한 비난과 공격과 배제가 주를 이룬다. 지지정당이나 지지후보가 다른 사람끼리 정치를 두고 대화를 하면 십중팔구 뒷끝이 좋지 않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얘기하면 친밀했던 사이마저도 소원해진다.

민초들의 정치적 대화는 지지 정당이나 지지 후보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리다 보니, 유권자들도 보수 혹은 진보로 규정되곤 한다.

한 개인이 품고 있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정치적 성향과 견해가 무시되고, 저 사람은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식으로 규정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를 규정하거나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내 스스로 보수라고 자처해도, 나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이 있으면 난 진보적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거나 “보수적 진보주의자”라고 자칭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보수나 진보라는 정치적 틀이 불편한 소위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겨냥해서 지지율을 높이려는 정치인들의 말장난이다.

물론 통상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잣대들은 존재한다. 자본가는 보수이고, 노동자는 진보라는 유럽식 기준도 있고, 백인들은 보수이고, 유색인종은 진보라는 미국식 기준도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반공은 보수, 용공은 진보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고, 민주화 이후에도 보수는 대북강경, 진보는 대북화해라는 식으로 구분한다.

한편 새누리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라는 식으로 정당을 기준삼기도 하고, 중장년층은 보수, 청년층은 진보라며 연령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항상 그렇다는 엄격한 기준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서로 배제하는 정치문화는 유권자의 활발한 정치적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 보다 성숙한 민주국가가 되려면 보수와 진보가 상호 경쟁하되,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치현안을 두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명절민심이 국정에 반영되는 제대로 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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