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공빈(곡성군 감사팀장)

국제청렴성기구(TI)는 지난 1월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와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도에 비해 3점이 낮은 53점을 받아 조사대상 176개 국가 중 52위로 평가받았다. 순위로 치면 중상위권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15계단이나 하락한 점은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성적표로 드러난 수치의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적 혼란을 빚고 있는 대통령의 탄핵심판, 판사출신 변호사의 고액 변론비용, 검사가 친한 친구에게 받은 주식에 대한 무죄판결 논란 등 일련의 사건들에서 우리사회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의 부도덕한 현실을 ‘노답’이라 진단하며 청진기를 들이대기조차 거부한다. ‘헬조선’의 현실에서 그들이 찾은 답은 부패한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과 같은 권력자가 되지 못한 자신의 삶을 자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능력도 실력이라던 누군가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것만이 제 자식만큼은 흙수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들과 닮기 위해 오늘도 자녀들을 학원 등으로 내몬다.

이런 사실은 최근 한두 해의 일은 아니다. 우리의 내재된 인식 속에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라는 말이 각인되어 있다. 이 말은 중국 명나라 말기 사람인 홍응명(자성)이라는 사람이 통속적인 처세술을 담은 채근담(菜根譚)에서 찾아볼 수 있다.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魚, 故君者 當存含坵 納汚之量 不可持好 潔獨行之操(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고군자 당존함구 납오지량 불가지호 결독행지조)” 해석하면 이렇다. “더러운 땅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때 묻고 더러운 것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져야 하고, 깨끗한 것만 즐기며, 혼자서만 행하려는 절조를 갖지 말라”라는 뜻이라 한다. 얼핏 듣고 생각하면 마치 적당한 때 묻음이 오히려 덕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말이다. 맑은 물에도 물고기가 산다. 맑은 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매우 맑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마음 놓고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을 말한다. 그리고 그 맑은 물에는 버들치, 버들개, 열목어, 산천어 등이 살고 있고 1급수에서만 송어를 양식할 수 있다. 이 물고기들은 모두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는 종류들이다. 그만큼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청정해역임을 소문내고 있고, 웬만한 해산물도 청정해역에서 생산되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기도 좋다. 맑은 물은 모두에게 이로운 존재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다.

맑은 물이 아닌 2급수, 3급수에서 더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피라미, 붕어, 메기, 미꾸라지 등과 같이 일반 강물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도 많다. 그러나 이들 어류는 날 것으로 먹지 못한다. 열에 익혀야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만큼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이 왜 나온 것일까? 사람이 너무 맑고 깨끗하면 사람이 모이지 않고 편협한 사람이니 큰 그릇이 되지 못하므로 그런 사람은 멀리해야 되고, 부정부패도 포용적으로 담아내야 큰 정치를 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화합이고 통합인 냥 말한다. 대부분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들은 이 말을 자기합리화로 무장하여 마치 군자의 도를 걷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하고, 많은 국민들도 이러한 말에 현혹되어 맞장구를 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때 묻고 더러움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군자의 덕 일수는 있겠으나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자의 덕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맑은 물에서는 청정어종이 살고 있고 그냥 마실 수도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청렴은 특히 공직자에게 더욱 요구된다. 공직자의 청렴은 맑은 물과 같이 깨끗해야 한다. 청렴은 금수저, 흙수저를 구분하지 않는다. 청렴은 누구나가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공정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청렴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말인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2016년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인식지수 조사결과 일반국민은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51.6%인 반면 당사자인 공무원은 4.6%만 부패하다고 하여 그 인식의 차이가 무려 47%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 바로 맑은 물과 물고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처럼 국민들은 부패로 보는데 공무원들은 관행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첫째, 공무원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관행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제는 벗어날 때다. 청렴하자고 외치치만 어떤 행동이 청렴하고 어떻게 하면 청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방침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공무원의 관행적 행태를 개선하고 청렴한 행동방향이 뭔지를 정립하는 청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지난 2016년 9월 28일자로 시행한 청탁금지법이 아직 경제적인 측면과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청탁금지법」에서 정한대로만 하면 대다수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공직자들 또한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이라 생각한다. 금년에는 「청탁금지법」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고한 기준으로 정착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행정이건 기업투자건 모든 일은 결과에 대한 성과 분석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청렴에 대해서도 공공감사 기능을 활용하여 지적과 적발위주의 감사보다는 청렴을 위한 노력,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에 대한 감사를 통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렴은 공공에 대한 신뢰이며 믿음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은 헌법에서 정한 바와 같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공직자는 맑은 물과 같이 투명하고 차별 없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청렴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 대다수 주장은 대한민국의 불공정성에서 기인한 것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촛불과 탄핵정국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청렴한 사회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하며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직자의 역할이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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