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만(곡성군 농정팀장)

곡성군은 본예산 3천억 시대를 열었다. 이중 농업예산은 복지예산 보다 많은 21%를 투입한다. 농업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지방세 수입이 127억에 불과한 자치단체에서 630억 정도의 농업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농업에 대한 의지와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돌아보면 국가 경제발전과 함께 우리 농업과 농촌도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5천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쌀을 자급할 수 있게 되었고, 신선한 농산물을 한겨울에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농경지가 정비되고 농작업이  기계화되었다. 우리의 이러한 농업과 농촌발전을 외국인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지금 우리농업과 농촌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읍?면 소재지 권을 벗어난 자연부락에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농 간의 소득격차가 계속 악화되었으며, 향후 이 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농가소득은 1985년에 도시근로자소득의 110% 수준으로 도시보다 높았으며, 1990년대 초반까지도 도시근로자소득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소득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여 2001년에는 도시근로자의 76%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30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의 농업소득 감소는 정부의 농정실패나 농업인의 노력부족보다도 농업의 구조적인 특징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이론이 ‘농업의 트레드밀(Agricultural Tredmill)’이론이다. 이 이론은 1950년대 코크런(Cochrane)에 의해정립된 것으로, 공산품과 다른 특성을 가진 농산물 수요구조 하에서 기술발전이 농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를 분석한 이론이다.

농산물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고 농산물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재화로 가격이 비싸든 싸든 소비해야만 하는 필수품이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농산물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고,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농산물은 가격에 대한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아 수입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기술의 발달로 농업생산은 증가하나 농업수입은 오히려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영원히 투입비용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의 트레드밀 이론이다.

농업소득은 농업수입에서 투입비용을 뺀 개념이다. 그런데 농업수입은 가격하락과 수요의 비 탄력성 때문에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농업소득을 유지시키는 방법은 농업수입의 감소만큼 투입비용도 계속 줄여 나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영농규모가 작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어 경영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농가당 경지규모는 1.4ha로 미국의 176.4ha, 영국 59.3ha, 덴마크  42.6ha, 독일 32.1ha, 프랑스 41.7ha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작은 네덜란드 18.6ha, 스위스 14.0ha 보다도 훨씬 작은 실정이다. 따라서 기계화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영농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농민이 자기자본으로 농지소유 규모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농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농지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이용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농업수입 감소는 구조적인데 비해 영농규모가 영세하여 단기간에 수입 감소만큼의 비용절감이 어렵고, 생산조정에 의한 가격인상으로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트레드밀에 따른 농가의 농업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농민에 대한 직접지불제 도입을 확대했다.

EU의 경우 전체 농업예산의 65%가 직접지불로 보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WTO 출범 이후 그 규모를 오히려 70% 이상 확대(2000년대 총 27조원, 농가당 1,300만 원 수준)하면서도 WTO 규정에 의한 감축보조금보다 훨씬 적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직접지불예산이 5,900억 원(연간 농가당 45만 원) 수준으로 농림부 예산의 7%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많은 돈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지불 확대는 국민의 동의가 관건이다. 즉 농민에게의 직접지불은 농민이 가난해서도 아니고 농민이 시위해서도 아닌 농민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과 경관을 보전하며, 5천년 역사의 전통을 지키는 데에 따른 보상을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는 영농규모를 늘리기 위해 농지 소유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는 대신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직접지불금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농업을 산업으로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고령화와 경제성 때문에 농업에 대한 회의(懷疑)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도시 근로자 못지않은 소득을 일구는 농업인이 있다. 그런 농업인의 공통점은 꾸준한 농업에 대한 연구와 성실성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아는 경영방식이다.

고소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잘 이용하는 경영방식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다.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면 귀농자나 농업을 시작하려는 주민이 상담을 하는데 첫 질문이 무엇을 하면 돈을 벌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라고 화답한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나도 공무원생활 접고 농업을 한다고 답한다. 사업계획을 충실히 짜고, 시장 동향도 연구하고 출하처를 확보해도 농산물 시장은 변화가 심해 성공가능성이 희박한데, 막연하게 농사나 지어볼까 했다가는 100% 실패한다고 알려 주곤 한다.

비타민제에도 각기 효과가 다른 여러 종류가 있듯이 농업보조금도 기반시설부터 직접지불금까지 다양한 보조사업이 있다. 자기 농장과 여건에 맞는 그리고 투명한 보조금 사용으로 경영을 한다면 농업보조금이 유용한 비타민제가 될 수 있지만 일부 농업인처럼 모럴헤저드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 예전에도 그랬다는 등 농업인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게 보조금을 사용한다면 마약으로 전락할 것이다. 농업 보조사업이 경영에 탄력을 받는 큰 힘이 되어야지 보조금으로 인해 농업인 자력 의지가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농업인, 행정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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