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경북 성주군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7일 국방부는 미사일 발사대 4기를 추가배치하면서 사실상 사드 미사일 배치를 완료했다. 정부는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우려를 감안해 범정부 차원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안보나 전체 국민의 공익을 위해서 특정 지역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보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시행되는 국방정책이나 국책사업은 결코 지원과 보상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큰 상처를 지역사회에 남긴다.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이다.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만 보더라도 성주군민들은 중앙정부의 강요와 압박뿐만 아니라, 성주군민들 간, 그리고 인근 김천시민들과의 의견차이로 인한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극히 일부 성주군민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지만, 사드배치를 지지하는 타 지역 보수단체들이 성주지역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성주군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왔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의견대립으로 인해 지역주민 간의 유대와 신뢰가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근 지역과의 이해차이로 인한 갈등도 빈번하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 위치에 따라 의견이 달라 상호 반목이 깊어지곤 한다. 타지의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지역주민들 간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작년에 완공된 제주도 화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연인원 700명에 달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연행되었고 사법처리 건수도 48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해양 안보를 명분으로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고, 제주도 자치정부가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인 강정마을을 부지로 선정했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했고, 찬반 의견이 갈린 강정마을 주민들은 명절이나 제사까지도 각각 따로 할 정도로 지역공동체가 피폐해졌다고 한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태투쟁의 경우도 지역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졌다. 울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건설한 52기의 송전탑은 2005년 시작해 2014년 12월 공사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은 허사가 되었고, 한전의 회유와 협박을 거부한 지역주민들에게는 무려 200건이 넘는 고소 고발과 2억원에 달하는 벌금고지서가 전달되었다.

한전과 정부의 압박보다 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힘들게 한 것은 지역사회 내의 불신과 갈등이었다. 환경분야 전문잡지 <녹색평론>에 따르면,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지역 국회의원, 민선 시장, 관변단체, 지역의 유력자들, 마을의 남성 지도자들이 모두 돌아서고, 언론과 사회운동의 아무런 조명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힘없는 할머니들만이 남은 외롭고 고달픈 투쟁”이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의 유치나 반대를 두고 지역사회 내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으로 갈리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문제는 그러한 차이와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오히려 그러한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보다는 반대주민들을 고립시키는데 이용한다. 갑작스런 문제에 당면한 지역주민들은 스스로 대처하기 보다는 외부 세력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결국 정당정치권이나 시민사회가 지역사회 문제에 개입하면서, 중앙의 반목과 갈등이 지역에 그대로 재현된다. 결국 대부분 국책사업은 추진세력이 의도한대로 사안이 종결된다. 외부인들은 떠나고, 상처받은 원주민들만 남게 된다.

국책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는 지원과 보상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중앙정부의 그릇된 인식은 폐기되어 한다. 지역주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반대세력을 와해시킨 후 목적을 달성하는 치졸한 술책도 버려야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 기다리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이익을 명분으로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과오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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