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재 (前 전남일보 정치팀장)

아무리 듣기 좋은 꽃노래도 삼세번이면 시들해진다. 하물며 합당한 논리도, 근거도 없이 틀에 짜인 고리타분한 문구로 상대방을 폄훼하는 소리를 단골메뉴처럼 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짜증스럽기 짝이 없을 일이다.

민선 7기 담양군수 선거를 치켜보며 군민들이 느끼는 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담양군수 선거전에 ‘다선(多選)’이 문제인 것처럼 입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겨냥해 여론전을 펼치는 행태가 올 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3연속 군수직 도전에 나선 최형식 더불어민주당 담양군수 예비후보를 겨냥해 상대후보 진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인 물은 썩는다’, ‘군수는 혼자 해먹는 자리가 아니다’ 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문구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유포하는 등 선거전을 펼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입만 열면 ‘고인물 타령’이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들의 표현대로 고인 물이 썩을 수도 있지만 썩지 않는 물이 있으며, 흐르는 물이 썩는 경우도 있다. 고인물을 사람과 비유하는 것은 비약이며 논리도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그를 군수로 뽑아준 군민을 모욕하는 행위다. 법정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황당한 ‘고인물 타령’이 능력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론 군민을 상대로 ‘생떼’ 쓰는 모양새로 다가오는 것 또한 난감하다. 문제는 아무리 ‘고인물 타령’을 목놓아 불러봐도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점이다.

가수만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인기없는 가사를 리메이크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흥행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 하면 되고, 군수는 군정을 잘 이끌면 된다. 각자의 주어진 역할과 직분을 잘 수행했을 때 팬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스타덤에 오르기 마련이다. 운동선수에게는 환갑으로 불리우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큰 족적을 남기는 이들도 적잖다. 구단이나 팬들은 실력 여부를 문제 삼을 뿐 나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군수직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면 군민은 그 것으로 만족한다. 더욱이 군정을 선두에서 이끌며 군민이 원하는 지역 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면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최 예비후보는 적어도 이 부문에서 칭찬을 받았으면 받았지 욕먹을 일은 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일 잘 하는 대박 군수’라는 명성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인물 타령’은 최 예비후보 상대 진영의 핵심 전략이 되는 양상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은 물론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 불보듯해 우려스럽다.

군수 선거는 민선 7기 4년간 군의 살림을 맡아 책임지고 꾸려가야 하는 최적임자를 뽑는 지역적 중대사다. 이 때문에 군수직을 자임하고 나선 입지자들은 먼저 지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비전이며 발전방향 등을 꼼꼼히 설계하고, 자신이 왜 군정을 이끌어야 하는 최고의 상품인지 마케팅을 펼친다. 상대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모름지기 군수직을 맡겠다고 나선 후보로서 일의 선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은 상품의 질로 승부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제대로 된 상품 하나 없으면서 무작정 사달라고 조르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싸늘한 외면만 불러올 뿐이다. 이는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지역민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군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

다선(多選)을 했다는 것이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지자체장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과 청렴성, 정책비전, 일에 대한 열정 등을 수차례 선거를 통해 지역 유권자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같은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은 후보가 단지 상대 후보가 오래 했으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고 비약일 뿐이며, 군민의 동의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른바 ‘내로남불’식 주장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 유권자들은 자질과 능력이 없는 후보를 또다시 뽑아줄 만큼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역량 및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30년 이상 지자체장을 연임한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일본은 연임 제한 규정이 아예 없다. 이는 지자체장으로서 갖춰야 할 청렴성과 도덕성, 정책비전 등을 검증받지 못했다면 언감생심(焉敢生心) 넘볼 수 없는 일이다.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지자체장이 오래도록 자리를 차고 앉아 있는 것은 분명히 폐악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고인물 타령’으로 시종일관한다면 다선(多選) 단체장의 타이틀을 부여해준 현명한 유권자를 모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자체장 선거를 4년마다 치르도록 규정한 입법 취지를 보더라도 능력 없는 입지자에게 군민은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지자체장을 뽑고 안뽑고는 오로지 주민의 선택권에 달려있으며, 상대 후보 진영이 왈가왈부 할 일도 아니다. 군수직은 단순히 횟수가 아닌 얼마 만큼 선두에서 지역발전을 견인해왔느냐의 자질과 역량의 문제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3연임에 성공하면 4연임을 할 수 없기에 군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측근과 토착세력 만을 위해 마구잡이식 행정을 추진하게 된다’는 일부 후보의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차기를 염두해 두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지역발전을 위해 추진해온 각종 사업들을 중단없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요 더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표현대로 군민은 봉사하는 자리지 해먹는 자리가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

담양군은 ▲세계대나무박람회 성공 개최 ▲죽녹원 조성 ▲첨단문화복합단지 ▲담양산업단지 ▲메타랜드 조성 등 성공적으로 추진했거나 마무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이들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추진하느냐 여부에 따라 담양군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누가 담양호를 이끌어야 할지 선택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군민은 더 이상 ‘고인물 타령’을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 군민은 천년 담양의 미래를 선두에서 이끌고 갈 검증된 일 잘하는 일꾼을 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때다.(※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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