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태양의 도시&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上)

 
 

* 태양도시의 메카


프라이부르크 시가 ‘환경도시’, ‘환경수도’로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1970년대 초 에너지위기 당시 독일도 원자력은 꿈의 전력원이었고 독일 연방정부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약 30㎞ 떨어진 라인강가 작은 마을 비일(Wyhl)에 서독의 20번째 핵발전소를 계획했다.

숲과 포도밭이 많은 이 지역 주변의 와인 농가로부터 시작된 문제의식은 프라이부르크의 지식인들과 시민들의 반핵운동으로 이어지고 주변 지역과 독일 전역, 가까운 프랑스와 스위스 지역 주민들까지 수만 명 규모의 반핵대열로 발전했다.

우여곡절의 과정에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고 1986년엔 체르노빌의 비극이 이어지면서 결국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탈 핵발전’을 선언, 주지사는 건설을 유보하여 반핵운동은 시민들의 승리로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냥 반대운동만 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고 생활양식 개혁도 함께 이루어져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발전했다.

산성비로 흑림이 죽어가는 것을 함께 지켜본 프라이부르크에는 수십개의 다양한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이 만들어지고 지역 정치의 지평도 변하였다.
 
시민들의 각성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개혁으로 이어졌고 시 단위로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환경부서가 만들어졌으며 1990년 ‘환경부시장제’로 발전했다.

2002년 잘로몬 시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환경-에너지 산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현실과 비전을 연결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재생가능에너지,

특히 솔라에너지에 기반을 둔 태양도시의 건설을 들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는 시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물에는 에너지 절약 기준을 강제하고 동시에 태양광발전, 소수력, 열병합발전 등을 장려해 핵발전이나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갔다. 그 중에서도 특히 태양에너지의 활용을 확대하는 사업을 시정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추진함에 따라 프라이부르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 도시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태양열 주택단지가 있고 태양에너지 시설과 관련 기구, 연구기관, 관련 산업체가 집중되어 있다.

에너지 자립 도시를 지향하며 소비전력의 80%를 자급할 계획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도입한 프라이부르크에는 ‘솔라타워’와 같이 도심빌딩의 한쪽 면을 모두 태양광발전 패널로 붙이고 슐리어베르크의 연립주택처럼 쓰고도 남는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에너지 주택단지, 난간 전체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학교 기숙사 등 도시 안팎 어디서나 ‘태양의 도시’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민참여형으로 이루어진 드라이잠 축구경기장 스탠드 지붕에 설치된 면적 60㎡ 대형 태양광발전장치는 태양에너지 모듈 5개 1구좌 1만 마르크로 101명의 시민들이 구입하여 설치되었는데 행정의 구상이 주민과 밀착하여 실천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왜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지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건물인 프라이부르크 중앙역도 시의 태양 에너지 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앙역에는 벽의 3분의 1이 태양광 집열판으로 덮여 있는 2개의 건물이 있다.

프라이부르크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이 건물은 솔라 타워(solar tower)로 불린다. 높이 60m의 19층 건물로 건물 벽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산업, 연구분야와의 연계발전도 탁월한 이 도시에서는 1999년부터 이 분야의 권위를 얻고있는 태양에너지박람회(Inter Solar)가 개최되고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독일 사람들답게 ‘솔라 분데스리가’라는 환경도시대회가 있다.

그 기간에 주민 한 명당 얼마나 많은 태양광전지와 태양열집열판이 설치되었는가를 겨루는데 프라이부르크는 2001/2002 시즌에서 10만명 이상 도시 리그에서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과는 시민들의 환경의식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비를 보장해주는 연방차원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은 에너지소비량에 따른 주택분류기준 (저에너지주택, 자연형주택, 제로에너지주택)이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지원정책하에 실제 태양에너지 활용확대의 주체는 민간부문이다.

독일에서는 2000년 4월부터 발효된 재생가능에너지법 에서 용량이 500kW 이하의 친환경적 소수력 발전에 대해서만 적정한 가격으로 전기를 사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절약이 첫째이고 둘째가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으로 전체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가 5% 정도를 차지한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신축되는 건물에는 에너지 표준규격(건물 m2당 연간소비량)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에너지 표준규격은 어떤 한 건물이 최대한 소비하는 에너지 한계 수치로 정한 것으로 1992년 프라이부르크 시에서 처음 표준규격을 정했을 때 65kw였다.

그런데 3년 후 독일 연방 표준규격이 100kw로 (당시 전체 건물의 표준에너지 소비량은 220kw) 정해졌고 2009년 기분이 강화되면서 독일 연방 표준규격이 60kw로 정해져서 프라이부르크는 도전장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20~25kw로 수치를 더 낮추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처음 만들어져 지금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도시 지도가 건물 조감도로 나와 있고 지붕이 초록색, 오렌지색, 파란색, 무색으로 표시되어 초록색은 태양전지에 아주 적합한 지붕, 오렌지색은 적합한 지붕, 파란색은 직접 가서 평가해야 하는 지붕, 색깔이 없는 곳은 적합하지 않은 지붕으로 울퉁불퉁하거나 경사면이 심한 곳이다.

자기 집 지붕이나 관심 있는 지붕을 클릭하면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과 발전량이 수치로 표시되어 나온다.

따라서 시민조합, 시민주식회사, 개인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광 설치와 수익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태양전지 패널을 만들어 전세계로 수출하는 ‘솔라패브릭(Solar Fabrik)’공장과 태양에너지 건축가 롤프 디쉬(Rolf Disch)가 설계한 태양주택 ‘헬리오트롭(Heliotrop Solar House)’을 비롯해 리젤펠트(Reselfeld)와 보봉(Vauban) 생태주거단지에 있는 파시브주택 등 주거시설에서도 태양전지판의 설치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밖에도 태양에너지 관련 주요 국제기구들이 상당히 많이 자리잡고 있다.

태양에너지 연구자, 기술자 건축가 등 100여개국 5000여 회원을 거느린 국제태양에너지협회(ISES: International Solar Energy Society)가 지난 95년에 미국에서 이곳으로 본부를 옮겼고 유럽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관련 기구인 유로솔라(EUROSOLAR)도 있다.

이에 힘입은 탓인지 솔라산업이 지역경제의 견고한 기반으로 자리잡은 프라이부르크 시는 해마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태양에너지 관련 산업의 박람회장으로도 아주 인기가 높다.
 
유럽에서 가장 큰 국제 태양에너지전시회 ‘인터솔라(Inter Solar)’가 매년 이 도시에서 열리는 것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박람회와 심포지엄 등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열린다.

 


 

 

*환경친화적인 인간 중심의 도시창조

프라이부르크 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뮌스터 대성당을 제외한 도시 건물의 약 80%가 파괴된 곳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프라이부르크를 찾는 외국인들은 수백년간 잘 보존된 도시와 건물들을 여전히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 이유는 재건 당시에 전통과 역사의식을 깊게 간직한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이 예전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복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의 지혜가 친환경적인 인간 중심의 도시를 창조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부르크에는 도심 내에 순환수로와 바람의 통로 등 친환경적인 도시설계가 잘 이루어져 있다. 시 중심가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게 서 있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도록 설계된 노출수로가 시내 골목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베히레(B?chle)라 불리는 이 수로는 총연장이 8.9㎞이며, 그 중 노출되어 열려진 구간은 5.1㎞에 이른다.
 
이들은 폭이 대략 30㎝ 정도로 넓지는 않으나 오래된 도심을 중심으로 시내 전역을 통과하면서 흘러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며 프라이부르크를 상징하는 독특한 이미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 수로가 도시 내부로 들어오면서 도시 내의 온도조절과 청정환경을 유지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건축계획을 통제하여 바람 길을 조성함으로써 도시 내에서 대기정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70년대 극심한 차량혼잡을 경험한 이후 일부 상인과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뮌스터 대성당을 중심으로 반경 1.5㎞ 지역인 옛 도심 내에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전용 공간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 자전거 주차장인 모빌레와 자전거전용도로 건설 등을 통해 자전거천국을 만들고 버스와 노면전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의 수송분담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요금을 획기적으로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1984년에 독일 최초로 ‘레기오카르테(Regio-Karte)’-독일?스위스?프랑스로 이어지는 2200㎢의 ‘레기오(Regio)’라는 지역의 중심에 프라이부르크가 위치해 있다.

레기오 지역의 환경정기권이라는 뜻에서 ‘레기오카르테’라 부른다. ‘환경정기권 제도’를 도입해 도심 반경 50㎞내 지역을 엮는 연장 2600㎞의 국철, 시영 및 사영버스, 노면전차 등 거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레기오가르테 한 장 가격은 실제 대중교통 실비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시와 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한편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도시 내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길을 열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량속도제한 강화와 주차요금 인상시책을 병행?추진하여 자전거와 노면전차 등 대중교통수단의 비교우위를 높이고 자동차의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갔던 것이다.

 

 
 
*살아있는 환경교육 현장

프라이부르크 시내에는 1986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정원박람회 때 만들어진 호수공원이 있다.

여기에는 ‘외코스타치온(?kostation)’이라 불리는 자연친화적인 환경교육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외코스타치온의 토지와 건물은 시 소유이지만 건축물의 구상에서부터 다양한 환경교육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운영은 독일의 최대 환경단체의 하나인 분트(독일환경자연보호연맹)의 주지부에서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생태건축의 대표적인 모델 가운데 하나인 이 건물의 면적은 불과 50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자재는 지역에서 나는 천연목재를 주로 활용했고 단열재도 폐지를 이용하고 점토 반죽을 함께 사용했다.

천장 중앙에는 자연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밝은 창이 나있다. 6각형의 통나무식 건물 주변은 대부분 흙으로 덮여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북측 벽면은 열차단을 위해 전부 흙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남쪽에는 태양열 온수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유리와 솔라패널 등이 자리잡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주 인상적인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주말이 되면 부모와 아이 등이 가족단위로 몰려와 쓰레기 분리수거, 숲 체험하기, 나무 의자와 수공예품 만들기 등 여러 가지 현장 실습을 하고 다양한 강좌에 참여한다.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에 사는 학생들은 동식물을 관찰하고 야채와 꽃을 재배하거나 새집 만들기를 하는 등 교실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자연교육을 받고 있다.

외코스타치온 주변에는 수만 평에 달하는 잔디밭과 호수, 숲을 가로지르는 자전거도로, 숲에 둘러싸인 나지막한 주택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구에는 생태정원인 ‘비오가르텐(Biogarten)’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자연 퇴비화와 무농약 유기농법 등을 통해 다양한 야채나 꽃 등을 기르고 있다. 이 비오가르텐은 외코스타치온과 함께 프라이부르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환경공간이자 생태학습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처럼 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시는 지역산업구조를 환경과 태양산업 위주로 전환시킴으로써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흥미로운 도시이다.

수려한 자연경관보다는 프라이부르크 시 자체의 정책적인 환경보호 노력과 시의회?시민?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효율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이 만든 산물이기도 하다.


/정종대 양상용 記者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