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교수(동신대 관광경영학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자치분권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얼마 전 발표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주민들이 조례 제정 및 개정, 폐지안을 지방 의회에 직접 제출할 수 있게 된다. 단순 자문기구 역할을 했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승격하여 마을계획을 수립하거나 주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자치분권 시대의 개막에 대비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본질과 발전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학습의 장이 여기저기서 열리기를 기대한다. 선거 직전에만 반짝 운영하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의 일꾼을 양성하는 민간주도형 자치교육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강화되어야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방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계속 도시로 떠나면서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위기론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때에 고장을 살리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에는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지방자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지방자치 리더십 아카데미’라는 4개월 코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년간 모범적으로 운영하여 귀감이 되고 있다. 참여 시민들은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당면과제’, ‘지방자치 혁신과 시민정치 활성화’, ‘분권사회의 비전과 지역발전 전략’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직접 현장체험도 한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군 지역에서도 지금까지 관 주도로 각종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양강좌 수준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부산의 사례처럼 지방자치와 분권에 초점을 맞춘 민간주도의 전문화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우리 농어촌에는 인력도 부족하고 재원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제대로 뿌리내리고 지속성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인접한 몇 개 시군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합치면 군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창의성과 유연성을 살리는 민간주도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프로그램 운영주체는 지역 실정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초기 단계에는 지역신문사들이 공동으로 맡아 주면 좋을 것 같다. 신문사에는 지역 사정에 정통한 언론인들이 있고 풍부한 콘텐츠도 축적돼 있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신문 활성화 토론회에서 어느 발제자는 “지방정부의 행정을 감시하고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은 지역신문이 유일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강사는 자원봉사자를 재능기부 방식으로 모셔오고 교육장소도 뜻 있는 분들이 무상제공한 곳을 빌려 쓴다면, 수강생들이 약간의 실비만 내고도 훌륭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젊고 유능한 자치일꾼을 민간의 힘으로 꾸준히 배출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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