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명 국(곡성취재본부장)

지난 3일 옥과면행정복지센터에서 준비한 제11회 옥과권역 사또골 힐링음악회를 찾았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띈다. 이곳 월파관 객석이 250석이라고 하니까 관객은 아마도 200명 남짓 정도인 것 같다. 주민자치프로그램 팀의 난타공연에 이어 면장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일주일간의 해외여행을 끝내고 막 돌아온 탓인지 면장님의 얼굴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새 행사는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객석은 이미 절반 이상 비어진 채 썰렁하기까지 했다. 출연자들이 자기들 공연이 끝나자마자 모두 돌아가 버린 탓에 객석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기껏해야 100명도 안 되고 그마저도 대다수가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다.

한 주민의 푸념이 이를 뒷받침한다. “뭔 행사가 관객보다 출연자가 더 많은 것 같어.” 상황이 이런데도 옥과면은 주민들이 300명 이상 참석해 성황을 이룬 행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이 행사의 취지는 이렇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옥과권역의 주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노고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하는 동시에 주민과 함께 모두가 하나 되어 행복한 희망 곡성을 만들기 위해 이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 실제 이 행사를 관람한 주민은 소수 노인층에 불과하고 대다수 주민들은 이 행사에 관심도 없는 듯 보인다. 옥과권역인 입면, 겸면, 오산면 주민들도 눈에 띄지 않고 겨우 앞자리에 앉은 면장들만 보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일과시간을 피해서 행사를 준비했더라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도 있었을텐데 자신들이 편하려고 일과시간에 행사를 개최하니 주민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행정편의주의’를 꼬집었다.

행사가 끝나고 기자의 머릿속엔 “굳이 1천만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이런 행사를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프로그램 상당 부분이 주민자치프로그램 팀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외부에서 초청한 가수들도 대중들에게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무명 가수들의 공연으로 채워져 있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이 행사 비용의 90%정도를 차지하는 이벤트 계약을 관내 업체를 배제하고 해마다 광주에 소재한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지역의 부(富)를 외지로 유출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이 행사비용으로 연말에 ‘주민자치 프로그램 성과 발표회’라도 열어서 수고한 주민자치 프로그램 팀에게 격려 차원의 비용을 지원해주던지, 아니면 어르신 위안잔치라도 열어드리던지 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별로 힐링도 되지 않는 이름 없는 가수들 불러오는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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