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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月斷想/ 동피랑 마을설재록(주필)
설재록 기자  |  dg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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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03  14: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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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대표적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편의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면 동피랑 마을이 나온다.

동피랑 마을은 많은 돈을 들여 조성한 마을이 아니다. 특별히 볼 것도 없는 옛날 그대로의 누추한 마을일뿐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 통영을 찾는 외지인들은 반드시 이곳 동피랑 마을을 찾는다. 원인은 벽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실 낡은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뛰어난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입소문이 나서 전국 각처에서 이 벽화를 보러 오는 것이다. 사실 동피랑 마을에 와서 꼼꼼히 벽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나 역시도 벽화는 건성으로 보면서 지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고샅을 거닐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오고 싶어졌다.

동피랑 마을에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중앙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객들이었다. 상인들은 동피랑마을 때문에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동피랑 마을이 지역경제에 툭툭히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피랑은 통영의 사투리다. 피랑의 표준어는 벼랑이다. 그러니까 동피랑은 동쪽의 벼랑인 것이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던 곳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옛 자취는 사라지고 어부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위태위태한 곳에 삶을 터전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삶은 분명 고단했을 것이다.

2007년, 통영시에서는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때 통영의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이 공공미술의 기치를 걸고 ‘동피랑 색칠하기-전국공모전’을 열었다. 이때 전국에서 18개 팀이 참가하여 벽화를 그렸다. 이후 소문이 나고 벽화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피랑마을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역의 여론도 비등해졌다. 결국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을 헐고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했다. 그러고 나서 동피랑마을은 통영의 명소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동피랑 마을은 낡은 옛것도 문화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만약에 통영시가 계획했던 대로 동피랑 마을을 철거하고 새롭게 단장을 하고, 한쪽에는 그럴싸하게 에게해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유럽풍의 건물을 지었더라면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되었을까? 처음에는 호기심에 사람들이 반짝 모여들지 모르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푸른통영21의 관계자를 만났다. 통영에 온 사람들에게 통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유럽은 유럽에 가서 보고 통영에 왔으니 통영을 보고 가라고 했다.

소설 ‘인간의 조건’의 저자인 앙드레 말로는 드골 정권에서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다. 앙드레 말로는 취임 일성으로 파리의 오래 된 건물의 때를 벗기고 말끔하게 단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혹독한 비난에 직면했다. 오래 된 건물의 때가 ‘파리다움’인데 그걸 모르는 무식쟁이라고 비난을 받은 것이다. 앙드레 말로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다움’을 지키는 것은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왜 한국을 찾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다움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의 발길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담양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담양다움을 지키는 것은 담양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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