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 향촌 사족의 재산 분재 방식 연구 자료

 

‘담양 고세태 분재기’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는 최근 ‘완도 백련암 천수관음보살도’ 등 3건을 유형문화재로, ‘나주 송재사 나세찬 유묵 목판’을 문화재자료로 지정하고 ‘담양 고세태 분재기’와 ‘해남 도장사 목조 석가여래좌상 및 보살좌상과 복장 유물’은 유형문화재로 지정을 예고했다. 지정 예고된 유물들은 앞으로 예고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지정한다.

이번에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담양 고세태 분재기’는 장흥 고 씨(長興 高 氏) 양진재파의 중시조인 고세태(高世泰, 1645~1713)가 생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급한 분재기(分財記)로 가계의 내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1711년(숙종37) 12월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18세기 초 향촌 사족의 토지와 노비 소유 등 경제적인 측면, 재산 분재 방식과 변천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문서에는 작성배경, 당부하는 말, 상속대상자인 2남 5녀 자녀 각자에게 노비, 전답 등의 개인별 몫이 기록되어 있으며 뒷면에는 1767년(영조43) 상속받은 노비를 다른 사람에게 매매한 사실에 대해 창평현(昌平縣)의 공증을 받은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고세태(高世泰)는 학봉 고인후의 3대손으로 고인후 가계는 부림→두흥→세혁ㆍ세태ㆍ세항으로 이어지다가 세혁의 동생 세태에 의해 한 일파가 나누어진다. 고세태는 호가 양진재(養眞齋)여서 그 문파를 '양진재파'라고 하고 그 종가를 '양진재종가'라고 한다.

양진재의 4세손 고시홍(高時鴻)은 문과에 급제하여 대사간을 역임했다. 중국 사신으로 다녀와서 기행문 ‘연행록’을 남겼고, 인근에서 발간된 문집의 서문이나 발문을 많이 썼다. 그의 호패도 집안에 보관되어 있다.양세항의 7대손으로 고정주(高鼎柱, 1863~1933)가 있다.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있다가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낙향했다. 조카 항렬인 고광순과는 달리 근대학문을 연구하는 호남학회 설립에 참여하여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상월정(上月亭)이라는 집안 정자에 영어를 가르치는 영학숙(英學塾)이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영학숙 운영이 여의치 않자 창흥의숙(昌興義塾)을 설립하여 신학문을 가르쳤다. 지금의 창평초등학교 전신이다.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일념에서였다. 이들 학교에서 김성수, 송진우, 김병로, 양태승, 백정기 등이 함께 공부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산 증인이 배출된 곳이다.

고세태 분재기(高世泰 分財記)는 현재 장흥고씨 양진재파 종손인 고훈국 씨(창평면 유천길 154-15)가 고세태 씨 인장 1점과 함께 소유하고 있다. /한명석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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