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특유 섬세함과 친화력은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

 

“남성과 여성의 경쟁이 대결 구도 같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성별을 떠나 누구나 열심히 하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지 오래이다. 후배 여성 공무원들이 선의의 경쟁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여성공무원들의 맏언니인 만큼 후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전형적 外柔內剛형인 김순복 담양보건소장은 조용조용한 말씨와 부드러운 미소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1992년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오롯이 ‘주민과 함께 웃는 웃음이 공복의 보람이다’고 여기고 살아온 궤적이 작은 몸짓마다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 김순복 보건소장이 담양군 공직사회에 새 역사를 썼다. 담양군청이 문을 연 이래 첫 여성 서기관이란 영광의 주인공이 된 것.

“서기관 승진이 별것 이냐”고 애써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 소장의 승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담양군 전 공직사회를 통틀어 최초의 여성 서기관이기 때문이다. 역대  여성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직급에 오른 것이다.

담양군은 최근 인사를 통해 김순복 보건소장을 4급 서기관으로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 특히 이번 인사에서 여성 서기관 진출은 최근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후배공무원들에게 성공한 여성공무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주고 있다.

김 소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갖춘 데다 현장 적응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난 보건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이런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아 여성 최초의 서기관 타이틀 주인공이 됐다.

그는 광주보건전문대 치위생과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임상경험을 쌓은 후  1992년 보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생활지원과, 사회지원과, 남면 복지담당, 여성가족담당, 보건행정담당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한 공복의 길을 걸으면서도 학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등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공무원 생활도 공부만큼 재미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남다른 보건과 복지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해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슈퍼맘답게 집안일에 쌍둥이 아들 돌볼라 몸은 피곤했지만 보람찬 하루하루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공직에 몸담았을 시절에는 기혼여성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희박했다.

여성 공무원들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은 쉽게 풀어낼 수 없는 숙제였다. 출산 및 육아에 대해 사회적 정책적인 배려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여성 공직자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잘해내야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편안한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과정에 여성 공직자를 아내와 엄마로 둔 가족들의 깊은 배려와 이해가 함께 했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다.

열이 나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감싸 안아주기 보다는 어린이 집에 맡겨 두고 직장에 출근하는 자신을 보면서 어머니로서 가장 미안하고 속도 상했지만 스스로 잘 성장해준 쌍둥이들을 보면 아직도 미안한 감을 떨쳐 내기 힘들다.

남편의 아내로, 아이의 어머니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1인3역을 맡아 온 길은 헛되지 않았다.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되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 보육사업 발전 유공(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어린이 날 업무 유공(보건복지부장관 표창), 국가사회 발전 유공(대통령 표창), 감염병관리 고위정책자 포상(질병관리본부 표창)은 물론 군수 표창과 전남도지사 표창 등 이후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상복도 타고났다.

이 같은 수상은 능력보다 과대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그를 더욱 채찍질했다. 만에 하나 잘못할 경우 “여자라서 그래”라는 소릴 듣기 싫어 일에 매진했고 행여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업무에만 매달렸다.
김 소장의 공직생활 철학은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큰 강과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 이다.

공무원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직원간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 주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되며 설사 힘이 들고 기피부서로 발령이 났어도 마음먹기에 따라 자기계발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제2, 3의 김순복’이 나와야 담양군과 여성 공무원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담양군 첫 여성 서기관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할 각오다. 그래야 똑똑하고 성실한 후배들이 중요한 업무를 맡아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서기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묵묵하고 성실하게 내게 주어진 역할에 몰두한 결과로 오늘이 있게 된 것 같아 공직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책임감 또한 매우 무겁게 다가온단다.

매사에 ‘여자라는 이유로 못해낼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은 공직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항상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직업이기에 고단했던 순간도 없지 않지만 주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기에 담양군과 군민을 위해 일한 시간들은 매순간이 자신을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단련시키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주었다고 여긴다.

이같은 김순복 소장과 함께 일해 온 동료 공직자들은 “김 소장의 인품은 부드럽고 바다 속처럼 깊다. 그러나 색깔 있는 여자다. 여리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강인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인간관계를 맺음에 있어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을 본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 믿고 따르니 직장 내 분위기 또한 좋아져 업무에 효율적이다”고 異口同聲.

이처럼 서기관 승진의 기쁨보다는 자신이 처음 길을 열어준 것을 몸소 보여준 그녀가 후배 여성공무원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소장이 되어 실시한 무기명 ‘보건소장에게 바란다’의 설문 내용의 태반이 ‘보건소의 위상을 제고해 달라’는 과제였다. 이를 위해 맡은 바 업무는 책임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 코로나19는 물론 보건 서비스 향상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으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순복 소장은 “승진의 기쁨보다는 공직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후배 공직자들이 진심으로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모든 민원을 내 가족의 소리처럼 가슴에 새기는 공직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독불장군은 미래가 없다. 혼자 빨리 가기보다는 함께 멀리 가는 공직자가 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든든하다.   /김다은 記者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