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관점에서 먹거리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곳

2019년 봄, 강원도 일대에 큰 불이 나 축구장 2500개 면적의 넓은 숲이 사라졌다. 강원과 양양 일대도 수 백 년 동안 자라온 숲을 순식간에 잃는 피해를 입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고온건조해지는 날씨 때문에 산불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로 나무를 잃은 숲의 토사 유출량은 일반 숲보다 85배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1세기에 대두된 기후위기와 전염병은 지구 전체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인류에 있다' 라는 책방의 소개글이 써진 곡성의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찾았다.

친환경 소비를 위해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채식) 식습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소비 후 버려지는 것만 줄이는 게 아니라 일상 속 소비와 생활습관을 모두 환경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사용하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다시 폐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과 자원이 필요하다. 생태계 복원과 유지에 관한 연구와 활동 역시도 친환경적인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사진제공/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안내를 맡은 들녘의 마음 소속 기미경 팀장의 설명을 따라 엄선된 책들을 둘러보니 동화책부터 두꺼운 책들까지 생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생태를 연구하는 책이 이렇게 많을까 싶었는데 생태와 이어져 옛 마을 이야기, 청년 공동체의 이야기,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 등 지구 전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방에 자리하고 있다. 

생태책방이라고 해서 어렵고, 진중한 환경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점차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초보 도시 농부들을 위한 텃밭 이야기 등 여러가지 방향으로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쉽고 귀여운 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같은 건물에서 운영 중인 (주)미실란에서 생태학교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모내기, 추수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장성 습지 걷기 체험, 논 습지 환경과 환경 속 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상황이 어떤 건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잇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되어 있어 이론과 체험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생태 환경을 연구하는 교사들이 왔을 때도 책방에서 관련된 책들을 셀렉하여 환경 교육용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주제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책을 배치해 둔 덕에 생태책방에서 마주친 책이나 구절이 마음에 들면 비슷한 주제나 소재를 찾아 읽어가는 독서 확장이 될 수 있도록 점차 책방의 주제인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책을 진열해 둔 곳에는 하드보드지에 쓰여진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추천이 담긴 글이 나무 조각에 끼워져 있다. 

이 역시도 예전에는 플라스틱에 적어두었던 것을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바꾼 것이다. 책방의 공간도 가능한 재활용 되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고 했다. 건물 바닥도 삐그덕거리던 교실 나뭇바닥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가능한 한 플라스틱이 최소화 될 수 잇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재활용 경제에는 한계가 있기에 잘 버리기보다는 적게쓰기에 초점을 맞추어 포장지 없이 미실란의 유기농 쌀을 판매하고 있었다. 쌀을 해초나 라탄바구니에 그대로 담아두고 1g단위로 무게를 달아 판매를 한다. 처음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지역 주민들의 입에 착 감기지 않아 낯설어하기에 '환경을 생각하는'으로 풀어서 썼고 직접 찾아와 문의를 하거나 재방문 때 '친환경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의 한가지다' 고 설명을 하자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바구니에 담긴 쌀을 판매하는 모습,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제공
바구니에 담긴 쌀을 판매하는 모습,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제공

어떻게 쌀을 구매해야 할지 몰라 직원에게 해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다음에는 통을 준비해오고 무게를 직접 재서 구매해가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쌀 판매는 잠정 중단상태이다. 5월 말부터 급격하게 기온이 오르더니 날벌레가 등장했다는 것. 마트처럼 일정량을 밀봉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선선해지는 가을 쯤 햅쌀로 다시 돌아온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지금은 끈제본으로 만들어진 섬진강 노트와 메모장, 펜 몇자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올 가을에 새롭게 리뉴얼될 곡물상점이 사뭇 기대된다.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 책으로 얻은 지식이나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해갈 수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책에 나온 장소로 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책에서 나온 방법대로 각자의 경험을 덧붙여 확장해가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들녘의 마음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생태 교육을 하고 영화를 함께 보고 습지를 거닐어보고. 

슬며시 읽어보면 좋을 책을 추천해주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훗날 더 좋은 환경 속에서 모두가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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