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의 침뜸강좌(4)

당뇨를 이기는 뜸① - “전 국무총리 S씨 부인의 소원”

2008-12-13     관리팀

“이 배만 좀 꺼져도 소원이…, 없겠어요.”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노년의 부인이 내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는 남편 S씨는 옆에 서서 내게 그 간의 사정을 전했다.

“서울에서 최고라는 대학병원에 50일이 넘게 입원해 있었습니다. 온갖 치료를 다 했는데도 산더미처럼 부어오른 배가 꺼지질 않는 겁니다. 사실 저희 집안에 의사가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손을 쓰지 못하니… 이제 믿을 건 침뜸 밖에 없구나, 하는 심정으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풍 치료에는 침뜸이 최고라고 추천하기도 했고요. 집안 식구들을 모아 의논한 끝에 침뜸치료를 받아보기로 결정하고 병원에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나는 병상 주위에 지켜서 있는 가족들을 둘러보았다. “이왕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으니 침과 뜸을 믿으세요. 이삼일 안에 부어오른 배가 싹 가라앉게 될 겁니다.”

내 말을 듣고 가족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두 달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해도 전혀 진전이 없었던 배의 부기(浮氣)를 침뜸으로 이삼일 안에 빼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S씨 부인과 같이 배가 부어올랐다면 배뇨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자리인 중극(中極)과 수도(水道)를 잡아 신(腎)과 방광(膀胱)을 다스려 물길을 터 줌으로써 소변이 잘 통하게 했다.

사흘 뒤, S씨 부인의 배는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얼마나 많이 부었었던지 배의 부기가 가라앉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가족들은 기뻐하면서 한편 몹시 신기해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소변이 잘 통하게 되면서 당뇨가 심한 문제로 떠올랐다. 당뇨 환자의 8할 이상이 종국에는 중풍을 겪는데, S씨 부인도 이미 오래 전부터 당뇨로 고생해 온 터였다. 이럴 때는 당뇨병을 근본으로 치료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이 중풍을 치료하는 것이 된다.

S씨 부인은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과 오른발의 말단이 저리다고 했다. 어떨 때는 아프고 어떨 때는 시리고 하는 차이는 있지만 늘 저리다고 했다. 이는 당뇨가 심하다는 증거로 이런 증상을 없애는 방법은 뜸밖에 없다. 발바닥에 있으면서 맥기(脈氣)가 샘물처럼 샘솟는 자리인 용천(湧泉)에 뜸을 떠 경맥(經脈)을 소통시켜 주면 저리고 아프고 시린 증상이 싹 가신다.

내가 S씨 부인의 용천에 뜸을 뜨려고 할 때 담당의사가 병실로 들어오면서 당뇨환자에게 상처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를 했다. 의사는 부인의 몸에 남아 있는 뜸 자리를 가리켰다. 뜸을 뜬 자리에 쌀알만 한 크기의 흔적이었다. 나는 의사에게 뜸자리는 탈이 나지 않으니 괜찮다고 설명하려 했으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이니 의사의 말이 우선일 터. 그러면 이제 환자의 가족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

S씨는 확인하듯 내게 물었다. “선생님, 뜸 정말 괜찮은 거지요?” 나는 아무 탈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뜸 자리는 탈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평생 동안 뜸을 떠 준 수십 만 명의 사람들 중 단 한명도 탈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게다가 상처가 나면 아물지 않는다는 당뇨 환자에게 아무런 확신 없이 일부러 뜸을 뜰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평생 뜸을 떠 왔다. 그래서 나는 침만 쓰는 침사(鍼師)가 아니라 침과 뜸을 동시에 쓰는 침구사(鍼灸師)이다.

“뜸은 최고의 의술이에요. 보셨잖아요. 산더미처럼 부었던 배를 사흘 만에 가라앉게 만든 건 뜸의 힘이었습니다. 뜸을 뜨면 작은 상처가 나지만 오히려 그 상처 덕분에 몸의 자연치유력이 커집니다. 몸에 병균을 살짝 감염시켜 면역력을 기르는 예방주사와 같은 이치에요. 사실, 예방주사는 뜸에 비하면 아주 초보지요. 병에 대한 저항능력으로 말하자면 뜸은 예방주사와 비교할 수도 없는 경지에 있는 겁니다. 예방주사는 한 가지 병균을 상대하지만 뜸은 모든 병과 상대하거든요. 뜸은 몸의 전쟁능력을 키우는 의술이에요. 그래서 뜸을 뜨면 평상시에는 병이 감히 넘보지 못하니 병의 발생이 억제되고, 어쩌다 병이 나면 병과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내 말을 들으며 S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상 옆에 서 있던 의사가 무슨 말인가 하려다 그만 두었다. 나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병실에 있는 사람 전체에게 말했다.

“여기는 병원이니까 뜸을 뜨지 말라고 하면 그만 두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침과 뜸을 다루는 의술자에요. 의술자의 목적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겁니다. 손끝, 발끝이 저리고 시린 증상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발바닥에 한 자리만 뜸을 뜨면 통증이 금방 사라집니다. 다른 의술로는 뜸처럼 부작용 없이 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어떻게 할까요? 뜸을 뜰까요, 아니면 그냥 갈까요?”

병실에 있는 가족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가족 전원의 시선이 의사에게 쏠렸다. 가족 중 누군가 의사에게“어떻게 해야죠?”하고 물었다. 그 때 누군가 의견을 내놓았다.

“뜸을 떠서 효과를 봤고 또 한 군데만 뜨면 된다니 한 번만 더 뜸을 떠보죠?”

가족 모두 같은 의견인 듯 반대가 없었다. 의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 잠자코 있었다. 나는 S씨 부인의 발바닥 가운데 용천혈에 뜸을 떠 주고 병실을 나왔다. 뜸 치료를 계속 받을 것인지 아닌지는 가족들이 결정할 일이었다. /김남수(뜸사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