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을 낚는 어부, ‘초원의 집’ 이강렬 대표
“담양호의 精氣를 먹고 자라 신선해요”
冬將軍이 맹위를 떨치는 6일 오전 10시.
영산강 최상류에 자리한 담양호를 가로지른 그물이 물살에 흔들린다. 겨울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은 진주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깊은 곳에서 움츠렸던 물고기는 강물을 가르며 유유자적한다.
맑고 깨끗함이 자랑인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 물줄기가 가장 처음 집결되는 담양호에 몸을 싣고 평생 그물을 던지며 살아온 이의 손길이 오늘따라 더욱 분주하다.
17년째 담양호를 삶의 터전을 삼아 그물을 던져 온 어부 이강렬씨(51)도 배를 띄웠다.
금방이라도 뒤 짚어 질것 같은 조각배에 올라선 이씨는 능숙하게 시동을 걸기가 무섭게 강 복판으로 나가 그물을 걷어 올린다. 그물에는 밤사이 걸려든 붕어, 잉어, 메기, 베스, 블루길, 빙어 등 다양한 어종의 ‘자연산’ 민물고기 수십여 마리가 펄떡거렸다.
이씨는 담양호에서 합법적으로 어로행위를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씨는 군에서 일정구간 허가를 받아 어로활동을 한다. 담양호에서 허가를 받고 고기를 잡아 온 이씨는 이곳을 생계를 꾸려가는 터전 그 이상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녹음이 짙어질 때 쪽배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아요. 제게는 담양호가 그냥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自然, 그 자체가 편안한 安息處입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등으로 자연이 오염돼 물 반 고기반이 이었던 좋은 시절은 다 지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외래어종 배스나 블루길이 민물새우나 토착어종을 잡아먹으며 수생 생태계를 급속히 파괴하고 있어 빈 그물을 걷을 때도 있다고.
이씨는 “현재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황이 어려워요. 자연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도 잡아 줄 고기가 많지 않아요. 군에서 지원이 절실하다”며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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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 되면 빙어 수정란과 민물고기 치어 방류행사를 하지만 생계를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십년간 담양호를 안방처럼 누비고 살아온 이씨는 “담양호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빙어를 비롯한 어종들의 산란장소가 부족한데다 베스, 블루길 등 육식어류의 급증과 함께 수년 전부터 나타난 해파리가 수면을 떠돌아다니며 부영양화를 초래, 수질오염을 부추기는 등 담양호 환경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자연이 살고, 물고기가 많아야 낚시꾼들이나 관광객도 많이 오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뒤 “경남 합천호의 경우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3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블루길, 베스 등 외래어종의 수매를 통해 어부들 생계를 보호하고 있다”며 행정의 지원을 촉구했다.
바쁘게 그물을 걷어 올리던 이씨는 “저기에 잉어가 놀고 있네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형이나 호수의 생김새만 보고도 고기가 어디에 많은지 알 정도로 베테랑급의 이씨.
그는 그물도 아무데나 치는 것이 아니라며 가끔 낚시꾼들이 고기가 없는 곳에 낚싯대만 놓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단다.
“자연에게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씨는 고기를 잡을 때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연에 동화된 그는 산란기에는 그물을 치는 것조차 피하고, 너무 많이 잡힌 날은 몇 마리는 놓아주고 주문이 들어 온 만큼만 가져간다.
이같은 이씨의 자연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의 반려자인 조정숙씨의 손끝에서 되살아난다.
담양호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를 요리재료로 하여 재료부터 신선도가 다른데다 남다른 정성과 맛깔스런 음식솜씨가 어우러져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로 인해 고개를 가로 젓던 이들도 젓가락을 들다보면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는 이들이 태반일 정도로 깊은 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빙어를 재료로 한 빙어 튀김, 빙어 무침, 빙어회로 손님상에 내놓는 빙어철이 시작되면 그물 가득한 빙어가 바닥을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일 정도로 인기를 끌어 이씨의 삶은 하루가 48시간처럼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빙어에 대한 잘못된 것이 매스컴에 소개되어 담양호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빙어까지 덤터기를 쓰는 간접피해로 인해 경제 한파 못지 않은 추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씨는 “예전 같으면 빙어가 언제 잡히냐? 고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였는데 언론에 다뤄진 이후 빙어를 취급하는 담양호 인근 식당들이 개점휴업 상태이다” 며 “담양호 인근 식당들은 담양호는 물론 수질이 맑은 곳에서 서식하는 빙어를 소비자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변치 않은 빙어 사랑을 호소했다.
현재 가마골 상가번영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씨는 민물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는 자연이 일터인 만큼 생태계 보존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어부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전에 8년동안 한봉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벌의 부지런함을 누구보다 먼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얻어가는 만큼 깨끗한 자연을 볼 때가 가장 흐뭇하고 보람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 담양호의 파수꾼으로, 고기잡이 어부로 남고 싶다”며 그물을 손질하며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