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의 침뜸강좌(10)

손저림과 목디스크 어떻게 치료할까?

2009-01-30     관리팀

“손이 저리시다고요?”
“어깨가 저릴 때도 있어요.”
두꺼운 안경 너머로 나를 넌지시 쳐다보며 N선생이 대답했다. 교사로 정년퇴직 했다는 그는 손이 저리다고 한 마디 하고는 아무 말 없이 팔목만 내밀었다. 맥을 짚어 보라는 것 같았다. 나는 하기 싫은 대답을 억지로 하는 듯한 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털어놓고 얘기하면 큰일 나는지, 참 이상하다. 병원에 가서는 의사가 묻지 않는 말도 속속들이 털어 내고 보태기도 하면서 침구사에게 오면 꿀 먹은 벙어리다. 한의사한테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데 맥만 탁 내놓고, 마치 점술가에게 점을 볼 때처럼 알아맞히나 못 맞히나 하고 눈치만 살핀다.


목뼈 누르자 터져 나온 비명 소리

N선생은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손이 저리다고 하며 손목을 내놓았다. N선생 본인은, 용하다고 소문이 났으니 능력이 있으면 알아내 보라는 짓궂은 심사였을지 모르나, 이미 결정적인 단서를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넌지시 물었다.

“한약을 많이 드셨나 봐요?” 뭔가 감추려다 들켜버린 어린아이처럼 N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 뭐 그저…” 그는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고 우물거렸다. 그리고 내가 마치 죄를 캐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폈다. 사실 그의 용모만 보아서는 한약을 많이 먹었는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맥을 짚으라고 손을 척 내미는 품새가 아주 익숙한데다, 손이 저려서 침구사에게 올 정도라면 이미 한의원을 여러 군데 돌며 약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비싼 한약을 잔뜩 먹었지만 낫지 않으니 소문 따라 내게 한 번 와 본 것이고 내친 김에 내 실력을 떠보려 했던 것이리라.

그의 말만으로 의심할 수 있는 질병은 목 디스크이다. 대개 손이 저리다고 하면 중풍의 전조 증상이니 어깨통증이니 하면서 약을 먹게 한다. 그러나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는다면 중풍의 전조 증상이나 견비통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목디스크뿐이다. 나는 정말 목디스크인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팔은 잘 돌아가지요?” N선생은 팔을 앞뒤로 돌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견비통이 오래 되어 어깨가 굳었다면 팔을 돌리지 못할 테니 견비통으로 손이 저린 건 분명 아니다. 나는 그에게 손가락이 저려오면 이야기하라고 이르고서 등의 천종(天宗)혈과 고황(膏?)혈을 차례로 눌렀다. 여기를 눌러 손가락이 저리면 흉추에 이상이 생긴 상태이다. 제3 흉추에서 제7 흉추까지 눌러 자지러질 정도로 아픈 곳을 찾으면 되는데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눌러보았으나 N선생은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깨마루 끝과 목뼈 사이의 중간인 견정(肩井)혈 조금 아래에 있는 천료(天?)혈을 찾아 눌렀다. 그러자 그가 손가락이 저려온다고 했다. 천료를 눌러 손가락이 저리다면 목뼈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다. 나는 왼쪽 천료와 오른쪽 천료를 번갈아 누르면서 말했다.

“오른 손은 괜찮은데 왼손이 저리지요?” “네, 왼손이 저려요.” 양쪽 손이 똑같이 저린 법은 없다. 나는 그의 왼쪽에 서서 그의 이마를 잡고 목을 끌어당겨 왼쪽 뒤로 젖혀 보았다. 그는 손이 저리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대쪽인 오른쪽 앞으로 그의 목을 기울였더니 저린 게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목디스크였다. 이제 목뼈를 눌러보면 탈이 난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오른손 엄지로 그의 목뼈를 아래에서 위로 차례로 눌렀다.

“으아악!” 그는 목뒤가 터질 듯이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다. 더 저린 쪽이 왼쪽이니 굉장히 아파하는 목뼈의 왼쪽 옆을 눌러 더듬으면서 가장 아픈 곳을 찾았다.

“여깁니다. 탈이 난 곳이.” 그는 내가 목디스크 때문에 손이 저린 것이라 하자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반문했다.

“그럼, 제가 다녔던 한의원에서는 그런 얘길 왜 안 한 거죠?” “거기에서는 무엇 때문에 손이 저린 거라고 하던가요?”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중풍이 올 징조라거나 견비통으리고 했을 겁니다. 그렇죠?” 그는 대답 대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중심점과 위, 아래, 옆도 치료해야

목디스크이건 허리디스크이건 탈이 난 곳, 즉 눌러서 가장 아픈 곳이 침뜸 치료의 중심점이다. 디스크는 대게 세 마디가 함께 탈이 나므로 중심점과 위, 아래, 옆을 치료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디스크를 치료하는 침뜸 특효 처방의 핵심이다. 중심점만 치료해서는 쉽게 낫지 않고 나았다가도 쉽게 재발하는데 세 마디를 함께 치료하면 치료 경과가 탁월할뿐더러 재발율도 대단히 낮다.

더불어 저린 손의 손등에 있는 중저(中渚)혈, 손목 바깥의 양지(陽池)혈, 팔목 바깥의 외관(外關)혈을 배합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치료한다. 이는 잎사귀가 마를 때 뿌리에 물을 주면서 잎사귀에도 물을 흠뻑 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병의 근본과 증상을 어깻죽지 부위의 천료혈, 천종혈, 고황혈을 함께 쓰면 탈이 난 뼈 부위의 통증이 가라앉고 손저림이 곧바로 사라진다.

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도 함께 썼다. 흉추의 이상보다 더 근원적인 원인, 쉽게 말해 흉추에 이상을 일으키게 한 근원적인 원인이란 뼈(흉추)가 탈을 일으키게 한 원인을 말한다.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뼈의 탈은 신(腎)이 허하거나 몸 전체가 허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몸 전체를 보해 주는 무극보양뜸을 겸해 병의 깊숙한 뿌리까지 완전히 걷어낼 수 있게 했다. N선생은 침과 뜸을 맞고 일어서서는 손 저린 게 없어졌다며 신기해했다. /김남수(뜸사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