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性 평등한 인간다운 토양 만들 터”

백영남 담양인권지원상담소장

2009-04-23     정종대 기자

“ ‘죽고 싶다. 나는 죽어야 한다’며 절규하는 성폭력피해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의 잘못된 회식문화, 접대문화의 변신을 도모함과 동시에 양성이 함께 누리는 건강한 성, 양성이 함께 존중하는 성으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건강한 성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가정에서부터 여자다움, 남자다움의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느 상황이나 개인의 생각과 생활양식으로 상황에 맞는 선택을 우리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양성평등한 인간다운 삶을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양성이 함께 누리는 성, 건강한 성’을 주창하고 있는 백영남 담양인권상담소장(사진)의 변하지 않는 持論.

지난해 여성부가 전국 111개의 참여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협력사업에 대한 종합평가에서 담양인권상담소가 우수단체로 선정되기 까지는 백 소장의 至高至順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데 異論을 제기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이다.


상담소가 우수단체에 선정된 것은 8000명을 목표로 추진했던 것이 주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1만1104명이 참여함으로써 당초 계획대비 138.8%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데 힘입은 것.




상담소가 주력한 사업은 관내 주민과 초중고생은 물론 직장인을 대상으로 ‘건강한 성문화형성 및 양성평등적 성역할 교육’으로 정형화된 가부장적 성역할과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함으로써 성문화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결혼이민자 위기가정 10쌍을 1박2일간 부부양성평등교실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부부갈등을 해소하고 가정내 성평등 의식을 고취시킨 것을 비롯 관내 42개 기관을 대상으로 건강한 성문화 형성 및 양성평등적 성역할 교육을 지원, 여성과 청소년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데 매진했다.






또한 양성평등 홍보관 운영, 양성평등 성 역할극, 취약계층의 특수아와 지역아동센터 성폭력 예방 교육 및 양성평등 교육 등 양성평등 문화마당으로 건강한 성문화의 형성과 양성평등적 성역할 홍보를 통해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들이 CF의 한 장면처럼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결코 아니다.


담양인권상담소를 개설하기 이전부터 광주에서 환경에 관한 NGO 활동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뒤 힘없는 서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이들의 고통을 해소해준 백영남 소장을 정점으로 운영위, 자문위, 자원활동가, 후원자들의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마음이 모여졌기에 가능했다.

백 소장이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어린 시절 술만 드시면 거칠어지는 아버지의 폭력성과 이에 힘없이 무너지는 어머니를 누구보다 옆에서 지켜보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짙은 음영처럼 자리 잡은 피해자 증후군을 인지하게 된 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은 전환점이 됐다고 보통사람이라면 감추고 싶은 가정사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백 소장으로부터 경외감을 느낀다.

2007년 3월 상담소 개소한 이래 수많은 이들의 든든한 보호자 이자 우정을 나눈 친구이며 가슴깊이 갈무리한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아 갈등을 해소하는 상담역 등 1인 多役을 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는 백 소장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내는 이유는 뭘까?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이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현재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가슴에 온정의 불씨를 항상 지니고 사는 소방공무원인 남편이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해보라고 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자녀들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을 도와서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 줄 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안타까움과 울분으로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지난해에만 600여건의 상담을 한 백 소장이지만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들도 부지기수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 중 하나는 출산 후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거동을 못하는 부인을 상대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인간 이하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을 비롯 부인에게 제초제를 강제로 먹여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려는 것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린 일,

남편과 시댁 식구의 괄시와 폭력에 시달리다 상담소의 도움을 얻어 병원에서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여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 왕따가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등교를 거부할 사태까지 간 것을 가해자, 피해자를 상담하여 이제는 누구보다 친한 친구사이로 승화시킨 것들은 대표적인 수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백 소장의 일 욕심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양성평등이 문제 해결의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자체 홈페이지 구축을 도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후원을 얻기 위해 발이 부르틀 정도로 발품을 팔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부부양성 평등 교실을 운영하고 싶지만 부족한 예산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며 “이와 함께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문화를 형성시키는 일과 바람직한 부모역할 교육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백소장이 있기에 지역사회의 미래가 밝기만 하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