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료 정책 “갈 길 멀지만 희망이 보인다”

장기정책 수립 · 사료품질 제고 과제 남겨

2009-07-03     서영준 기자


전남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료 수급 안정’을 진단했지만 일선 농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남도는 “지난해보다 조사료를 2배 이상 생산했지만 판로 걱정 없이 전량 판매 가능해 경종농가에서 306억원, 축산농가에서 1462억원 총 1768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남도가 ‘띄우기’를 하는 이유는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조사료 정책이 “피 같은 세금 출혈만 있었다”는 비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근래 3~4년 지속적으로 폭등한 국제 곡물가격은 배합사료 가격을 인상시켰고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청보리 등 조사료 개발에 적극 나선 결과 지난해 전남도에서는 재배면적을 2배 이상 확대해 18500ha에서 39만5000톤을 생산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청보리 같은 동계작물이 작년에는 80만 7000톤 생산됐으나 올해에는 124만 2000톤이 생산돼 54%인 43만 5000톤이 증가했다. 청보리의 경우 2008년 9000톤 생산됐던 것이 2009년에는 무려 4.4배인 33만 5000톤이 늘어나 43만4000톤이 생산됐다.

이를 보면 증가량의 대부분이 전남도에 집중돼 추후 적응이 쉬울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지난 16일 경남도가 올해 191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총 650억원을 투입해 조사료를 62만톤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혀 조사료 정책에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각 道는 도내에서 생산된 조사료를 제때 소비하지 못하면 조사료 가격파동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 도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사료 전반에 대한 예측이 빗나간 데다 작년 벼농사가 풍작을 이뤄 볏짚 수확량이 많아 청보리의 ‘윗방신세’는 면치 못할 것 같다. 볏짚도 작년에는 2007년보다 18만 7000톤이 늘어난 231만 5000톤이 생산되면서 ‘조사료 공급 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담양은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고 있다. 전반적 과잉생산 속에서 유독 목표량에 못 미친 청보리 생산량 때문에 수급조절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담양의 생산목표량은 13600톤이었으나 생산량은 13006톤으로 594톤이 생산량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약 1000톤 가량(2000롤)의 청보리가 축산농가에 배분되지 못하고 남았다.

전남도에 따르면 담양, 장흥, 영광 등에 도내 생산량 2.6%에 해당하는 10000톤(17000롤) 정도 잔량이 있으며 이는 7월 말까지 전량 도내에서 소비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축산농가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청보리가 좋은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들이 잘 먹지를 않습니다. 이삭이 패면 껄끄러워서 소가 잘 먹지 않고 곤포(=롤)를 트면 그날 다 소비시켜야 하기 때문에 허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은 과잉생산된 조사료의 가격하격을 기다리고 있는데다 수입조사료인 라이그라스나 알파파 등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어 청보리 구입을 더욱 망설이게 하고 있다.

한 축산농가의 말이다. “원래 청보리는 관리하기도 힘들고 소들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볏짚 먹이듯이 먹여서는 안 먹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료배합기에요, 청보리나 볏짚, 라이그라스, 배합사료 등을 알맞게 섞어서 줘야 소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먹습니다.

그런데 몇 농가 빼고는 사료배합기가 없으니 문제죠, 그래서 저는 소가 잘 먹는 라이그라스만 조사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사료가 이처럼 축산농가의 외면과 과잉생산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조사료경영체까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보리, 호밀, 라이그라스 등 조사료의 품질이 고르지 않고 질 낮은 생산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급 청보리나 라이그라스 한 롤(550~600kg)은 45000원 선. 그러나 호밀이나 하급 조사료는 35000만원에서 40000원 선에 거래된다.

담양군 관계자는 “현재 조사료경영체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 초기 청보리 한 롤 당 평균 55000원 정도로 판매될 것을 예상했으나 현재 10000원 가량 차이가 생겨 수지타산에 불균형을 호소하고 있어 몇 몇 경영체는 사업 포기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료경영체가 더욱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지정리 된 곳은 시설작물 하우스가 많아 조사료 단지가 집적화 돼 있지 않고 다랭이논이 많아 시간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조사료 수확 현황이 낮은 경영체에 대해서 패널티를 고려 중이며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사업비 5000만원 가량의 사료배합기(발효배합기) 보급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양축협 관계자는 이번 조사료 파동에 대해 “일단 조사료가 축산농가에서 환영할 수 있는 품질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며 두 번째는 조사료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장 올 가을 생볏짚 사일리지 생산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사료경영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하고 저질 볏짚사료보다는 양질의 조사료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절실하다”며 “많은 축산농가가 고품질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사료배합기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사료값 걱정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조사료 공급 과잉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