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획/ “담양, 죽녹원에서 길을 찾다”
탄소제로지대. 담양의 허파, 남도관광 1번지, 담양의 미래....
담양의 대표적 관광지 죽녹원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이외에도 많다.
음이온 가득한 바람에 쉴 새 없이 일렁이는 죽녹원 대나무 숲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으로 가득하다. 죽녹원 샛길을 걸으며 귀를 세우면 바람에 살랑이는 댓잎이 교향곡보다 더 멋진 음향을 들려준다. 총 2.2㎞의 산책로를 걸을라치면 마치 선계를 넘나드는 듯 정신마저 혼미해지곤 한다.
죽녹원은 지난 2003년 5월 민선3기 시절 담양군이 향교 뒷산인 성인산 일대에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을 조성 개원했다. 최형식 당시 군수가 주축이 돼 ‘신이 내린 향토부존자원’이라 일컫는 대나무를 이용한 담양만의 독특한 관광자원을 만들기 위해 오랜 산고 끝에 태동시킨 명품관광자원이다.
지금 죽녹원은 전국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 3위를 기록하면서 주말이면 외부 방문객만도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매달 담양군민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죽녹원을 다녀간다는 이야기다.
본지는 창간1주년을 맞아 "담양, 죽녹원에서 길을 찾다"라는 제하의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죽녹원 조성을 주도했던 최형식 前 담양군수를 만나 소위 '대박'을 치고 있는 죽녹원의 탄생 배경과 함께 담양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대나무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들어본다. /대담 : 한명석 편집국장 정리 : 서영준 기자
▶ 한명석 국장 : 담양관광 1번지로 이름난 죽녹원이 이제 남도관광 1번지라 해도 걸맞을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 최형식 전 군수 : 감회가 새롭습니다. 죽녹원을 만들 때만 해도 비난과 비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국사 다음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유료관광객이 몰려오는 명실상부한 남도관광 1번지로 발전했습니다. 또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 조성했던 금성면 대나무생태공원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24만평의 대숲에서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종목표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대나무 종류를 확보해 죽종장을 가꾸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앞으로 죽녹원이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담양군이 세계인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
▶ 한명석 국장 : 올해 축제기간 중 유료입장객수가 10만 명을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죽녹원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며 특별히 모델로 삼은 곳이 있나요?
■ 최형식 전 군수 : 죽녹원은 제가 도의원 시절 아침 산책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대나무축제를 관광자원화 하고 글로벌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소이전과 명칭변경, 대나무축제 명칭에 맞는 대나무 숲 조성을 구상했고, 민선3기 군수에 취임한 즉시 죽향축제를 대나무축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축제장소를 대나무박물관에서 현재의 관방천일대로 변경하는 한편 대나무 밭을 사들여 죽녹원을 조성했습니다. 저는 민선3기에 생태도시화와 대나무신산업 정책을 통해 담양군을 삶의 질과 소득이 높은 세계 10대 생태도시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로 발전시키겠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를 실현하고 협조를 얻기 위해 중국에서 대나무로 유명한 절강성 안길현과 자매결연을 맺고 담양군의회와 함께 제가 직접 몇 번씩이나 안길현을 다녀왔으며 부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을 사천성 의빈시에 보내 유명한 대나무 공원인 ‘촉남죽해’를 배워오게 했습니다.
▶ 한명석 국장 : 죽녹원 조성 당시 반대가 굉장히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 최형식 전 군수 : 최군수가 대나무에 미쳤다고 꽤나 욕을 먹었습니다. 대나무를 공예산업으로만 받아들였던 군민들은 대나무 밭을 사들여 테마공원으로 만들고 가로수로 대나무를 심을 때, 그 당시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나무 공예산업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어 이제 담양이 대나무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던 때라 거부감이 더 심했죠. 그러나 저는 대나무 하나만으로도 문학이 되고, 철학도 되고, 음악과 예술 그리고 관광, 환경, 첨단소재산업뿐만 아니라 담양의 농업을 살리는 자원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담양 대나무의 경제적 가치만도 해도 2조원 대가 넘으며 중장기적으로 연간 2천억에서 최대 5천억 원까지 경제유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러한 확신으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대나무신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저 나름대로 주민들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 노력했습니다만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었던지 아니면 주민들이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지 지난 2006년 군수 선거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죽녹원이 담양경제를 살리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 한명석 국장 : 현재 추세라면 16만 평방미터(5만평) 규모의 죽녹원은 앞으로 관광객들을 수용하기에 협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조언을 주신다면?
■ 최형식 전 군수 : 사람이 넘쳐나는 죽녹원은 규모면에서 작은 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죽녹원은 죽향체험마을을 통합하고 관어공원과 주변지역을 확대하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면적이 늘어나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키는데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죽녹원은 향교리를 비롯한 읍 시가지를 관광도시로 발전시켜 세계인이 찾아오는 신 성장동력으로 이끌어 내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삼다리와 차정리 등에 체험형의 제2, 제3의 죽녹원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선4기 들어와 조성이 중단된 80만 평방미터(24만평)의 금성면 대나무생태공원을 계획대로 조성하면 세계적 관광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양의 대나무는 함평의 나비 곤충엑스포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담양 자체가 대나무 정원이 되어야 하고 대나무 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해서 담양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새롭게 뜰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각 마을에 있는 대밭도 미니 죽녹원으로 개발하여 마을 주민들의 건강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조성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 한명석 국장 : 죽녹원을 조성하시다가 주민들로부터 좋은 별명을 얻으셨다고 하던데요?
■ 최형식 전 군수 : 사람들이 저를 죽광이라고 불렀습니다. 대죽(竹)자에 미칠 광(狂). 대나무에 미친 사람이라고 그렇게 불렀습니다. 지금은 제 호가 됐습니다만 여기에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죽광이라는 별명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죽광이라는 좋은 별명을 붙여주신 군민들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대나무에 미쳐있는 단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주민들께서 중국처럼 대죽해가 될 수 있도록 대나무를 많이 조성해 주시면 담양이 산소도시가 돼서 큰 자원이 될 것이고 또 건강하게 살고 싶은 분들이 담양에 몰려오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가 그때는 넓을 광(廣)의 죽광을 쓰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나무가 많이 조성되고 대나무를 통해 담양이 발전해 안정을 이루면 그때 제가 빛 광(光)자를 써서 소위 삼광, 죽3광으로 할 생각입니다. 1단계 미칠 광, 2단계 넓을 광, 3단계 빛 광 이렇게요. 이렇게 쓸 수 있는 영광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명석 국장 : 담양이 갖고 있는 2대 자산으로 대나무와 가사문학을 꼽습니다. 유형의 자산으로는 대나무, 정신적 무형적 자산으로 가사문학을 꼽고 있는데요, 군수님이 생각하실 때 상호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최형식 전 군수 : 대나무 숲과 정자는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한국 최고의 정원인 소쇄원 입구에 대나무가 없다면 어떨까요? 담양의 가사문학과 정자문학은 풍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안위를 걱정하고 위기에는 의병을 기병한 호국의 문학이요 선비정신이 있습니다. 담양의 정자는 특이하게 방이 있습니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조선시대 펜션이죠. 옛 선조들께서는 이미 수 백 년 앞을 내다보신 듯합니다. 대나무의 절개와 기개를 배우고자 한 선비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접목하고 그들이 즐겼던 정자문화를 되살리면 세계적인 상품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니까요. 이러한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정자 하나를 짓더라도 국보급으로 명확하게 전통을 살려 지어야 합니다. 드라마 ‘대장금’을 예로도 알 수 있듯 ‘한국의 미’는 분명 세계인의 심금을 울릴 강한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담양의 정자문화와 대나무가 관광 산업화되고 새로운 생태관광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게 되면 세계적 명품 아이템이 될 것으로 저는 믿고 있습니다.
▶ 한명석 국장 : 앞으로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대나무신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 주시죠.
■ 최형식 전 군수 : 21세기 범지구적 화두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저탄소 물결입니다. 저는 이 물결을 정보화 시대에 이어 제4물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제거하는데 대나무 숲이 최고라고 합니다. 또한 시멘트와 철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대나무가 최적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세바스쳔 대학의 메지아 교수 연구 팀은CO2를 줄이고, 대나무를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 권위의 알트란 재단에서 2008년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담양은 참으로 복 받은 거죠. 담양경제를 살리는 대나무 신산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것입니다. 따라서 민선4기에 없어진 대나무자원연구소를 복원시켜 정부차원의 연구지원을 이끌어 내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나무 전통공예를 살리면서 농업, 관광, 친환경 첨단 소재 산업으로 발전을 주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담양군이 대나무 신산업화에 대한 브랜드 파워를 선도적으로 가꾸어 지역경제 발전의 모태가 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해나 사천에 대나무에 대한 자원의 가치를 넘겨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나무공예산업도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고 새로운 담양의 희망산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것을 만들어 낼 공예인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희망을 젊은 사람들에게 불어넣어서 우선 공예인들을 육성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전남도립대학에 대나무공예분야를 신설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첨단산업을 연구해야 합니다. 대나무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목재입니다. 50년이 필요한 일반 목재에 비해 3년이면 순환할 수 있는 대나무는 건축자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대나무 문화가 없는 유럽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흔한 아토피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천연재료로 정말 천혜의 자원입니다. 음이온을 대량 방출하는 대나무는 딸기나 멜론 같은 다른 작목이나 축산물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상품의 질을 높입니다. 이처럼 대나무를 이용한 바이오농법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므로 그만큼 대나무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어 대나무바이오농법과 바이오축산도 농촌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한명석 국장 : 대나무가 Em게 되면 농업분야 브랜드 가치가 함께 발전하게 된다는 얘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 최형식 전 군수 : 담양의 모든 농산물 브랜드는 청정 대나무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대나무가 뜨면 농산물의 가치가 동반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나무 숲은 공기를 맑게 하고 물을 정화시키며 악취를 제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나무 숲이 많으면 산소도시가 되고 산소도시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은 최고의 상품이죠. 농산물은 결국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에너지 넘치는 토양이 제일 중요합니다.
유럽에서 농산물 최고표시는 에너지표시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氣(기)죠. 그런데 이 氣가 바로 음이온입니다. 이 음이온을 가장 많이 뿜어내는 것이 대나무고요. 음이온을 먹고 자란 농산물과 축산물은 인간에게 가장 좋은 최상의 상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나무가 들어간 포장재로 싼 물건의 신선도가 더 오래간다는 실험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낚시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물고기라도 플라스틱 바구니에 물고기를 담아 집으로 가져온 때와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왔을 때를 비교하면 대바구니 속의 물고기는 살아 있어도 플라스틱 쪽은 죽습니다. 저는 우리담양의 농업을 대나무와 결합만 시키면 돈 벌이가 널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농업으로서 대나무바이오 농법과 바이오축산은 담양농업을 최고의 브랜드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호를 먼저 읽으면 농산물이든 축산물이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성공케이스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저는 죽순도 ‘죽삼’이라고 합니다. 산에는 산삼, 바다는 해삼, 대나무밭에는 죽삼이죠. 지금은 중국산 저가 죽순이 판을 치지만 실험에서도 명확하게 나와 있듯 노화방지물질이 담양 산 분죽 죽순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량 내포돼 있습니다. 저는 대나무를 부자담양이 될 수 있는 자원으로 개발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나무는 담양의 경제를 살리는 최고의 자산으로 자리메김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