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쌀판매 초과달성으로 농민고통 분담
판매처 및 마케팅 다변화 필요성 대두 개미군단 재경향후회 고작 25포 구입
올해 쌀 판매에서도 행정력은 막강했다.
이로써 노령인구가 많은 농촌소도시의 행정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담양군은 남아도는 쌀을 유통시키기 위해 주민이나 출향인을 상대로 ‘고향쌀 사주기 운동’을 펼치거나 공무원들로 하여금 ‘쌀 팔기 운동’을 매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쌀 팔기’ 성적이 우수한 공무원은 특별상여금이나 인사상 인센티브 등 각종 혜택이 돌아간다.
농민의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 쌀 안정화 대책에 호응하기 위한 이런 방법은 그러나 예상 밖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무원을 통해 구입한 쌀 가격은 38000원에 고정돼 있으나 담양 쌀 유통업체를 통해 구입한 가격은 그보다 낮은 36000원까지도 구입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구입자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 某회사 사무장 A씨는 “같은 미곡처리장에서 나온 쌀인데 작년에는 쌀 판매업자에게서 구입하고 이번에는 두 명의 공무원에게 구입했다”며 “가격차가 많이 나며 쌀 구입도 공무원들 실적 올리기를 위해 2명에게 나눠서 구입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양군 관계자는 “공무원을 통해 구입한 쌀 가격이 RPC에 비해 결코 높지 않으며 그 이유는 쌀 포대당 가격에 택배비용을 감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공무원을 통한 쌀 거래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郡 부담으로 1포 당 택배비 2850원(금성RPC 경우)을 부담하는 하석상대의 상황이며, 공무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의 업체에서는 “누적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항변이 쌓여가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친인척이나 지인을 통해 대단위 사업장을 소개받아 담양쌀을 대량 납품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도 “포상금이나 인센티브가 걸려 있기 때문에 과 내에서 사전 조율을 거쳐 ‘실적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담양군 농식품유통사업소가 올해 추산한 과잉생산된 조곡(=나락)은 약 439톤이다.
올해 담양군 벼 재배 면적은 약 6200ha로 약 47600톤을 생산했으며 이는 조곡으로 담을 경우 40kg들이 118만 가마 분량이다.
과잉생산된 쌀 양을 계산하는 방법은 전체생산량에서 예상소비량을 빼는 방법으로 올해 담양군이 대입한 예상소비량은 △정부 공공비축미 7052톤, △RPC산물벼 자체매입 17778톤, △농협 일반 포대벼 매입 6000톤, △농가 도정 직거래 5607톤, △자가소비 10718톤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과잉생산량과 상당히 다른 수치로 담양군이 판매하기로 한 쌀 과잉생산분 조곡 1000톤(=쌀 760kg, 3800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담양군은 이 수량를 놓고 지난 10월 초 ‘담양쌀 사주기 범군민 운동’을 시작해 딱 두 달 만인 지난 11월 말 목표치의 116%인 17억 6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담양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기도 미두락 1600포, (주)상희유통 3000포, 조선대병원 구내식당 500포, 한국화이바 400포 등 20여 개 업체를 고정거래처로 확보해 매월 3만포이상 고정적으로 거래 될 예정이어서 판로확보는 물론 농가소득이 앞으로도 계속 증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이러한 노력은 점차 벽에 부딪히고 있다. 거래처 확보가 어려운데다 힘겹게 거래를 성사시키더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미질(米質)로 공무원에게 돌아오는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오랫동안 지속되는 고정·대량 거래처가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나마 초과달성 실적을 올린 이유는 공무원들의 각개전투가 빛을 발한 때문이지 실제 고향쌀 사주기 대상이자 ‘개미군단’이라 할 수 있는 향우회원들의 호응은 극히 낮다.
지난달 있은 재경담양군향우회 정기총회장에서 ‘고향쌀 사주기’ 판매활동을 펼친 담양군농식품유통사업소는 당일 판매실적을 극구 감추려 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알리기 부끄러울 정도의 양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C씨는 “일반 회원들의 현장 호응도는 낮아도 그나마 기업을 운영하는 일부 향우회원들이 뜻을 같이 해주기 때문에 공무원 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속사정을 밝히며 “정기총회 현장판매는 총 25포(20kg)”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일 정기총회에 참석한 某 인사는 “작년에는 5kg 10kg짜리 경품용 쌀을 많이 줘서 좋았는데 올해는 주지 않아 섭섭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러면서도 고향쌀 사기에 인색한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공공비축미 추가와 두 달여의 치열한 ‘판매전’ 끝에 일단 안정세에 접어든 쌀 문제. 농민단체들은 ‘담양쌀 사주기 범군민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주영찬 군수권한대행에게 8일 감사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조기초과달성은 적시에 자금이 회전할 수 있게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