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변방’이 될 것인가 ‘호남의 중심’이 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 서우내 샌님의 우리터 이야기 - 8 -

2010-03-02     서영준 기자

8편 후편

얼마 전 담양고등학교에서 KBS 장학퀴즈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이 방영됐다. 이미 본지 한명석 국장이 지적했듯 학생 대다수가 ‘소쇄원’을 답하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중앙예속적이고 서울 중심의 일렬종대적 문화형태는 ‘향토사’를 등한시하게 하고 ‘사투리’는 배제돼야 할 것으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다. 이제야 조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아침 SBS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이 시각 서울시내 교통상황입니다”를 내보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왜 이 시간에 서울시내 교통상황을 봐야하나”라고 의문을 갖기보다는 그저 TV에 나오므로 그냥 바라본다.

눈 내리는 상황에 도로에 눈을 치워야 하는 공무원들 아니고서야 주체적으로 ‘우리 동네의 교통상황’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는 지금 이 시대 주체적 시각이 필요하다.

주체적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정신적 문화적으로 변두리만 찾아 다녔다. 담양 안에서 해결하고 담양을 성장시키기보다 ‘전라남도’를 찾고 ‘광주’를 찾았다. 이는 비단 담양만의 문제는 아니나 너무나 뿌리깊이 박힌 이 의식은 자연스럽게 ‘전남 광주’라 하지 않고 ‘광주 전남’이라 말한다.
균형성장보다 고속성장을 선택한 지금까지의 한국은 도시의 성장을 ‘집중’에 두고 상생보다는 ‘선택’을 택했다. 이런 과정에서 도시는 급격히 성장했고 반대로 농촌은 급격히 쇠퇴했다. 이제 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빼어든 카드가 국가를 권역별로 나눈 행정구역통합이나 혁신도시, 행정도시 등이다.

이는 어느 한 정권의 선택이기 보다는 학자들의 오랜 연구와 외국의 사례를 살펴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며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시대를 막론하고 누가 보아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善의 善’ 규범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호남에서 광주만 독주했던 ‘선택과 집중의 시대’는 가고 ‘분배와 균형의 시대’가 왔다.

이러한 때 담양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정하자며 일부에서 대안을 주장하는데 그 명제는 의존적인데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 박힌 사상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광주를 끌어들이고 있다.

도시는 쇠퇴와 성장을 반복한다. ‘전라남도 광주시’를 어느새 잊고 이제는 ‘광주 전남’이라며 광주를 먼저 말하지만 50년 전만 하더라도 광주는 호남의 한 도시였을 뿐이다.
담양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호남 제1의 도시로, 세계 최고의 도시로 성장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담양에는 두 마리 용이 있다

이 코너의 근저이자 필자가 항상 하는 말이 “사람이 지어 놓고 부르는 이름이야 말로 주문이 되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담양은 못담(潭)자가 들어가서인지 댐이 두 개나 들어섰다. 그중 담양호는 영산강 시원에 들어선 호수로 담양지역 평야에 보배와 같은 용수를 공급한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다 기억하겠으나 댐이 들어서기 전 모내기를 앞둔 국가적 관심은 ‘비가 언제 얼마큼 내리느냐’뿐이었다.

이처럼 소중한 담양호를 채우는 물은 가마골 용소에서 시작하는데 그 동네를 댐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용천동이라 했다. 지금도 댐이 있는 지역을 용면, 용연리라 하고 있는데 지명에 용을 그대로 쓰는 예는 드물다.

그런데 진짜 용이 생겼다. 하늘이 용을 현신시킨 것인지 인간의 이름부름이 주문이 돼 그러한 것인지 몰라도 기적과 같이 용이 출현했다. 그런데 이마저 우리 담양사람들은 잘 모른다. 심지어 용면에 사는 사람들조차 코웃음을 친다.

이건 아마도 일제시대 민족말살정책에 기이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담양에서 용과 관련된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지금은 정맥이라 하며 산맥이란 말은 쓰지 않고 더욱이 위성사진으로 보았을 때 노령산맥은 그 맥이 정확히 이어지지 않는다 하여 주로 호남정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풍수학자들은 아직도 노령산맥을 이야기 한다. 서해바다의 정기를 내륙으로 이으며 또 내륙의 정기를 바다와 잇는 산맥이 노령산맥으로 고창 방장산에서 시작해 불태산 용구산 삼인산 추월산에 이어진 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추월산이 바로 정점으로 추월산은 서해 용왕의 분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제시대 일본 풍수가들이 이러한 점을 알고 용의 기운을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격하시키고 뒤로는 추월산 정기를 누르기 위해 산의 급소에 쇠말뚝을 박아 놨다.

우리나라를 호랑이라 표현하지 않고 토끼라 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해 용왕의 분신 추월산은 이러한 분을 참지 못하고 담양호로 현신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약간만 돌려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눈앞의 이익을 위해 광주로 편입을 논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약간 돌려보기를 바란다. 우리의 용을 우리가 지켜야지 못 살겠다고 보따리를 산다면 영원히 ‘업둥이’일 수밖에 없다.

양두구육

‘양두구육’을 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 지역신문이 보도한 기사를 보면 “추진위는 그 사례로, 현재 대구광역시 달성군, 부산광역시 기장군, 울산광역시 울주군, 인천광역시 강화군, 옹진군 등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행정구역을 변경했으며 담양군도 현행법 내에서 광주광역시 담양군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까지 오도해도 되는 것인가. 단체가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면 언론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그건 사회적 도구로서의 의무이다. 하기야 없는 절도 있는 것처럼 유물까지 왜곡하는 언론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지 모르겠다.

또 있다. “지금까지 대다수 군민들이 추진위의 활동을 광주에 담양을 흡수합병 시키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사항이며 우리는 행정구역 명칭을 광주광역시 담양군으로 바꾸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며 지면에 소개했다.

이는 그 정도가 만행 수준이다. 지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조삼모사인가.

첫째 대구와 부산 등이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는 일반행정법이 아닌 도농복합도시개발을 위한 특별법 등을 제정해 추진했으며, 특히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한 것으로 대도시 주변의 군이 통합된 것은 명백히 대도시의 토지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광주는 땅이 모자라기는커녕 남아돌고 있으며 그들이 주장하는 데로 현행법 즉 일반법으로 통합한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특별히 통합을 위해 제정한 특별법으로 통합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양두구육’이라 하는 것이다. 이 단체는 현행법으로 가능하다면서도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가능하다면 현행법으로 하지 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하나.

요지경은 계속된다. 이 단체 한 인사는 “김효석 의원이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모 신문은 이러한 정을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지 모를 정도로 김 의원이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양두구육’인 점을 하나 더 소개한다. 이 단체 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에 올린 글이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고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박준영 전남지사와 모든 것을 공조하고자 하는 박광태 시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던 모양이다. 현재의 나의 위치가 광주광역시의 공직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나에게 일단 조금만 물러나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나도 그런 점들이 조금은 걸리던터라 그렇겠다고 답변을 하고 그에 따르는 수순을 밟았다.”

두 도시의 이름을 걸고 ‘광주와 담양의 통합만이 담양의 미래고 희망’이라고 주장할 정도이면 어느 외세에도 굽히면 안 될 정도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광주시장이 거론되고 광주시장 한 마디에 위치가 바뀌는 사례는 타 지역의 이름을 건 단체의 방향은 아니다. 수장의 위치에 있는 자가 광주시장의 지시에 움직이면 그 단체가 곧 광주시장의 지시에 움직이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10년 한일합방에 대해 동조하고 찬성한 매국노들의 논거는 대부분 이러했다.

조선은 피폐하고 성장 동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을 돕고 협조해만야 대동아 경영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일본과의 합방만이 서구열강에 침탈되지 않으며 조선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헌데 왜? 우리나라가 독립한지 70년이 되어가는 데도 비슷한 이야기가 담양에서 들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자랑스런 ‘호남의 중심’이다.

담양이 광주에 통합되든 편입되든 아니면 흡수되든 어떤 식이든 현실의 평가는 ‘전남에서 못살겠으니 광주에 붙는 꼴’이다. 광주와 통합을 이야기하는 자들도 전남에서 소외되고 있으니 광주와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그러나 그 어떤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붙여도 만약 ‘광주광역시 담양군’이 된다면 떨치지 못할 낙인은 ‘우리가 스스로 광주의 변방을 택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특별법이 제정돼 담양에는 어떤 혐오시설도 들어 올 수 없고 앞으로 광주로 유치된 기업은 무조건 담양으로만 가야하며 도농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담양지역 학생들이 모두 광주로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틀을 짜 호남의 중심으로 성장할 꿈을 꾸자. 광주와의 통합이 거론되자 담양 전체가 안 되면 광주와 인접한 면이라도 광주에 편입시키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실제 그 지역 인사들이 가장 활동적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광주 인접에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기 싫으면 적어도 “광주와의 통합만이 왜 담양의 미래이고 희망인지”를 사실에 근거한 자료에 의해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도시가 강등되는 사건은 역모나 일어나야 발생하는 일이다.
어떠한 형태를 취하든 광주와 동등한 위치가 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심적정 평가마저 굴욕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면 “그냥 내 생각에 광주와 합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