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月斷想/ “불행한 습관”

2011-01-25     한명석 대기자

자의든 타의든 깊은 뜻을 가슴에 품고 지역에서 살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잘 풀어나가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스스로 조절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사람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이란 차마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듭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도 딱 한 번 잘못하면 이런 말들이 오래도록 따라 다닙니다. "그러면 그렇지 버릇없는 놈 같으니, 객지서 온 놈은 어쩔 수가 없어." 그리고 그 소문은 하룻밤만 지나면 삽시간에 온 지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래서 객지 놈은 별도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객지 놈은 가끔 이웃의 일을 거들어 줄 때도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도와주지 않는다고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이웃이 찾아와서 다른 이웃을 험담할 때는 절대로 맞장구를 쳐서는 안 됩니다. 맞장구를 치면 몇 시간 뒤에 바로 그 사람 귀에 들어갑니다. 그럴 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이 현명한 처신입니다.

주위의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며 허탈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이 지역에서 살아왔는데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때는 형님 동생 하다가도 의견이 상충되는 일이 생기면 꼭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객지 놈’”이라며 아직도 객지 놈 운운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 능력 등 객관적 기준을 갖고 평가함이 옳을 것입니다. 고향이 어디냐가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객지에서 이 지역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배달민족이요 대한민국 국민임에 틀림없을진데 마치 머리에 뿔이라도 난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그릇된 선입견은 어디에서 비롯된 사고일까요?

저마다 품고 사는 뜻이 조금 다르다 하여 서로 질투하고 '피해의식'에 젖어 등을 돌리고 사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오래도록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것이 바로 사람의 眞心인데 사람이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고서야 항차 무슨 일을 한들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세상을 볼 때나 남을 대할 때 자신만의 판단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타인을 향한 배려가 없는 삭막한 마음은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요소입니다.【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