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月斷想/ “물을 돈 쓰듯”

3월 22일은 제19회 세계 물의 날

2011-03-08     한명석 대기자

예로부터 물은 우리민족에게 있어 풍요와 생명력의 상징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고구려 동명왕의 모후인 유화나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이 물에서 출생했다는 설화(說話)나 우물을 지배했다는 물할미 전설 등이 풍요와 생명력으로서의 물이 형상화됐던 대표적 사례들이지요.

또 이른 새벽 소반에 받쳐놓고 소원을 빌었던 정한수 역시 부정을 씻어내는 힘의 상징으로 물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어린 시절 개울가에 나가 흐르는 물을 두 손으로 움켜 마시면 그 시원함과 단맛에 온 몸이 생기로 가득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허나 이처럼 풍성하고 깨끗하고 맛나던 우리 물의 이미지가 어느 사이 오염과 불신의 대명사로 우리 곁을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산업화를 향한 무분별한 개발을 서두르면서 막대한 양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들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오염을 심화시켰고 이로 인해 식수공급량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이제는 마음 놓고 마실 물도 모자라 외국에서 먹는 샘물(生水)을 수입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PAI(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지난 1995년에 발표한 ‘21세기 세계각국의 수자원 상황’이란 보고서에서 이미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활용가능한 수자원은 63㎦로 세계 78위이며 국민 1인당 수자원 양은 1470㎥로 PAI에서 설정한 물부족국가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오는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44%인 35억 이 2050년에는 65%에 달하는 77억 인구가 물부족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연(自然)은 균형과 조화를 절대 필요로 합니다. 이는 모든 살아 숨 쉬는 것들의 원칙이며 생명을 유지 존속키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와 훼손을 일삼고 이로 인해 균형을 흩트리고 조화가 망가진다면 우리 인간의 삶도 자연과 더불어 병들고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물로 인한 고통을 남겨준 얄미운 부모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병들어가는 우리의 물을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하는 습관을 길러야겠습니다. 이제는 ‘돈을 물 쓰듯’이 아닌 ‘물을 돈 쓰듯’하는 지혜가 절대 필요한 때입니다. /한명석(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