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전원마을 곡성으로 오세요”

공기 맑고 경치 좋고… 1억이면 전원과 通한다 죽곡면 태평지구 일대 10만㎡ 전국 최대 전원마을 조성 정부 보조·의료체계 구축·펜션 경영 등 ‘인생 2모작’ 탁월

2011-04-19     조상현

국민소득 2만달러를 앞두고 우리 농촌에 서구식 전원마을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귀촌·귀농의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난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 야심찬 전원마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촌을 단순한 먹을거리 차원의 생산기지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문화·휴양공간으로 전환해 도시의 은퇴자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점에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곡성군 죽곡면에 조성 중인 도시 은퇴자 전원마을 조성사업현장을 찾아 이모저모를 소개한다.(편집자)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에 조성 중인 도시은퇴자전원마을 ‘강빛마을’ 조감도.

곡성군이 도시 은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원마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군에 따르면 내년 말께 죽곡면 태평리 일대 10만190㎡에 109가구를 수용하는 대규모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이같은 규모는 전국 130여개 전원마을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이다.

입주자들은 토지 매입 및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농식품부·전라남도·곡성군 등은 국·도비를 들여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제공키로 했다. 또 양도소득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태평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전원마을은 입주자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마을을 꾸미게 된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사실상 ‘두레’와 같이 공동체 마을이라는 이상향을 갖추고 있다. 완공을 1년여 앞둔 4월 현재, 82%(89가구)의 분양률을 나타내고 있다.

가구당 분양면적은 주택용지 270~330㎡, 공유토지 481㎡, 마을공동재산 181㎡, 공공용지 201㎡ 등의 규모이다. 또한 입주대상자가 융자를 희망할 경우 일반대출은 6천5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정책대출을 통해서도 4천만원 이내에서 연리 3%로 지원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현금 9천만원만 있으면 각종 대출과 세제지원을 받으며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김화중 전 복지부장관이 강빛마을에 들어설 전원주택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단지에는 전용면적 100㎡의 단층 또는 2층 구조의 주택이 들어서고 커뮤니티센터, 삼림욕장, 산책로, 텃밭 등이 들어선다. 주택은 모두 8개 단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타운하우스와 같은 양식을 갖추게 된다. 특히 주택의 일부를 민박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 이른바 펜션사업을 통해 소득도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포괄적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서울대병원과 헬스케어시스템 협약을 맺어 매년 한차례씩 정기검진을 받으며 통상적인 질병 등은 인근 보건지소에서 치료받게 된다.

이와 아울러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가진 입주자들이 정착해 있기 때문에 ‘1인 1취미’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곡성군은 조기 은퇴와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에 건강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은퇴 도시민이 보람을 느끼고 농촌에서 제2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은퇴자마을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구례·곡성·담양·순창 등 4개 지역이 ‘장수지역’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에 구곡순담 장수벨트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이같은 내용으로 미루어 강빛마을이야말로 은퇴자마을의 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곡성군의 한 산기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빛마을에 들어설 전원주택은 방 한 칸을 펜션으로 활용해 수익사업을 병행한다.

한편 농식품부가 최근 도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베이비붐 세대 농촌 이주·정착의향’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6.3%가 은퇴한 뒤 농촌지역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고, 41.4%는 현재 농촌으로 이주·정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이유로는 ‘가족의 건강(37%)’, ‘여가 생활(32%)’, ‘고향에 대한 향수(11%)’ 때문이라며 귀촌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상현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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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명함 떼고 촌로로 살다"


인터뷰/ 전원마을사업 진두지휘하는 고현석 전 곡성군수

지난 15일 오후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 산기슭. 보성강 상류가 내려다보이는 산속에서 난데없는 포크레인 소리가 울창한 숲속의 정적을 깼다.

인부들은 전원마을단지의 기초공사를 위해 땅을 깊게 파고, 절개지를 내는 등 분주했다. 공사현장을 둘러보던 고현석 태평지구 전원마을추진위원장은 공사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친환경적인 주택단지 조성을 위해 전문가들에게서 조경 등에 대한 조언도 듣고, 애로사항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첫 삽을 든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고현석 추진위원장은 “내년 하반기면 입주해서 마을이 문을 열게 된다”며 “전국에서 이와 같은 대단지 전원마을이 없기 때문에 공동체 마을의 전형을 만들고 싶다”고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곡성군의 살림을 총지휘했던 군수이다. ‘곡성군수’라는 이름표를 뗀 지 몇 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흐트러진 머리카락, 구릿빛 피부가 영락없는 촌로였다.

그는 잘나가던 농촌운동가이자 정치인이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농협에 입사한 그는 농협 지부장과 농협대학 교수를 거쳐 곡성군수를 두 번씩이나 지냈다. 그는 군수 재임시절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고 심청 설화를 재발굴해 곡성군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힘썼다. 특히 곡성군의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갖가지 교육시책을 마련했지만 ‘인구 늘리기’ 시책이 만만찮았다.

모두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산 그가 두메산골에서 촌로가 된 이유는 뭘까.

“군수재임시절 아쉬운 것은 인구문제였어요. 섬진강기차마을 등 많은 도시사람들이 찾아오는 곡성까지는 만들었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인구도 늘고 지역사회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는게 뭘까 고뇌하다가 도시 특히 수도권의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전원마을에 착안하게 되었지요.”

인터뷰 도중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읍내에 갔던 아내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온 것이다. 추진위원장이자 일꾼인 남편은 아내를 ‘마케팅 팀장’이라 부른다. 김 전 장관은 평소에 복지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여서 그에겐 더할나위 없는 참모인 셈이다. 사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노인인구가 10%를 넘게되는 2010년대에는 노인들에게 편리한 시설이 잘 갖추어진 실버도시를 만드는 고령사회 대책의 로드맵을 구상했던 이가 바로 김 전 장관이다.

고 위원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이미 시작되었다”며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 은퇴자 등을 공동화된 농촌으로 흡수하면 농촌은 신형엔진 수혈로 활력이 살아나고, 도시 실업자의 양산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이 더 이상 식량생산기지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여유와 안락함을 주는 공간으로서 경쟁력을 높일 수가 있다”며 “도시에서 인생 1모작을 했다면 평생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농촌에서 2모작을 시작하는 것도 의미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조상현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