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습지 공존의 미학(6) 담양·곡성지역 습지 실태

자연과 조화·지역사회 협력이 생태관광 열쇠

2012-09-11     조상현기자

담양지역에는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담양습지’가 있다. 또 곡성지역에는 현재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신청을 한 습지가 4군데 있다. 반구정습지·월봉습지·제월습지·장선습지가 이들이다. 이 두 지역의 습지실태를 살펴보며 생태관광으로서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생태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과 홍콩 습지공원 등 자연자원 관광상품화의 잇따른 성공사례는 자연자원을 지역발전의 주요한 기회요인으로 부각시켰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마다 고만고만한 특산물을 내세워 축제를 벌였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차별화된 자연자원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잠재력이 있는 자연자원을 발굴한다 해도 마땅한 활용전략을 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자연자원을 무작정 보전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앞서 본지 ‘인간·습지 공존의 미학’ 기획시리즈를 통해서 본 결과 자연 보전과 교육, 체험 등의 3요소를 엮어 이를 관광자원화하는데 성공한 사례에 주목한 바 있다. 그렇다면 담양·곡성지역에 분포해 있는 습지는 환경적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면서, 동시에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담양습지, 올초 생태하천 조성

영산강 본류에 형성된 ‘담양습지’. 대전면 강의리부터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에 이르는 ‘하천형 습지’로서 총 면적이 98만575㎡에 달한다.

이곳에는 수달·삵·고나리 등 포유류를 포함해 황조롱이 등의 조류와 달뿌리풀·애기마름 등 식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두 38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에 환경부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보전돼 있다”며 지난 2004년 담양습지를 국내 하천습지 중에선 처음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절대보호지역으로 남아있을 담양습지는 지난 2010년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영산강 일대에 하천 조성사업을 벌이게 됐던 것. 이 과정에서 담양습지 면적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대나무숲(10만1692㎡) 일부(2만6800㎡)를 벌목해 논란이 됐다.

당시 담양군은 대숲을 벌목하는 과정에서 습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발했지만 중앙정부는 ‘개발논리’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최형식 군수는 이때 “물길의 너비를 넓히려고 습지보호지역의 원형을 훼손한 일은 부끄러운 정책 실수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벌목된 대나무숲은 현재 인근 하류에 1만주를 이식해 놓은 상태다.

올 초,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2년에 걸쳐 172억여원을 들여 담양습지 일대를 생태하천으로 조성했다. 이로써 담양습지는 수북면 황금리 이미보에서 대전면 응용1배수문에 이르는 2.9㎞ 구간을 탐방할 수 있게끔 정비했다. 또 습지 주변에 생태탐방안내소를 비롯해 조류관찰대, 탐방로,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했다.

발전단계론의 차원에서 볼 때 담양습지는 이제 ‘도입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습지라는 자원을 어떻게 연계하고 이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과제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담양습지가 국가하천습지여서 담양군이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잠재력이 충분한 곡성 4개 습지

곡성지역에는 환경적 가치가 큰 습지가 여러 곳 있다. 바로 반구정습지·월봉습지·제월습지·장선습지 등 4곳이다.

이들 습지에서 꼬마잠자리·수달·원앙·황조롱이·하늘다람쥐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다양하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섬진강변 자연환경조사 보고서’에 의해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섬진강 일대에서 서식하는 조류 및 포유류가 580여종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곡성군은 이들 4개 습지에 대해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해 놓고 있는 상태다.

보성강에 자리한 ‘반구정습지’는 꼬마잠자리를 비롯해 희귀한 습지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들 4개 습지 가운데 람사르협약에 가입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습지 총 면적 156만6415㎡ 가운데 일부는 개인소유지인데다 공유수면이어서 현재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낚시꾼들로 인해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있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조성된 도림사 오토캠핑장(곡성읍 월봉리) 옆에 자그마한 ‘월봉습지’(2만1187㎡)가 있다. 휴경지 논을 활용해 꼬마잠자리 서식지로 탈바꿈해 학계에선 꽤 관심을 끌고 있는 습지 중 하나다. 논에서 습지로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도 이채롭지만 가래 등의 수생식물이 둠벙을 수놓아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군은 올해부터 5개년에 걸쳐 국비 지원사업으로 총 50억원을 투입해 ‘꼬마잠자리 생태습지원’을 조성키로 했다. 이 꼬마잠자리는 현재 멸종위기동식물 2급으로 분류돼 있어 월봉습지가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섬진강변에는 제월습지와 장선습지 등 2개의 습지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신기철교에서 내려다보이는 장선습지는 곡성천·오곡천이 합류해 퇴적지가 발달됐는데, 이 때문에 습지초지와 버드나무 등 습지식생이 잘 자라고 있다. 343만2040㎡의 넓은 면적을 가진 장선습지는 최근 야생동물1급인 수달이 출현하는 등 14종 154개체가 서식하고 있다.

제월습지는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인근에서부터 청계동계곡까지 이어진 9㎞에 283만8555㎡의 면적을 갖고 있다. S자형으로 굽이친 강 내부에 습지초지와 강변에 버드나무림이 넓게 분포해 있어 습지경관이 탁월한 곳으로 손꼽힌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관찰되는 등 14종 144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곳은 제방보강·하도정비 등 올 연말까지 ‘섬진강살리기 사업’을 진행중이어서 생태계 교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자체-지역민간 협력 모색

담양 및 곡성지역에 분포해 있는 습지는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반면에 활용전략은 마련돼 있지 않고 있다. 곡성 월봉습지만 ‘꼬마잠자리 생태습지원 조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본지가 대안사례로 취재한 습지 가운데 전북 고창군 운곡습지는 주변 관광지(고인돌유적지)와 연계한 점이 주목됐다. 또 경남 창녕군 우포늪과 홍콩 습지공원 등의 경우 생태관 운영·전망대 조성·탐방로 등 관광기반을 구축해 놓아 연간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었다.

우포늪의 경우 일개 지역단위에서 추진한 습지 보전 운동이 군 단위로 확장한 경우다. 여기에 관 주도가 아닌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홍콩 습지공원 조성 사례의 경우 정부가 총괄하면서도 시민단체가 실질적인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산하 국가습지센터 정의석 팀장은 “잠재력이 있는 자원에 활용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기회자원으로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연자원 활용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시설을 설치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 팀장은 “습지와 같은 생태관광자원화는 무엇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수익창출을 전제로 한 생태관광자원화는 환경보전, 관광객 만족, 지역사회 발전 등 3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조직의 추진력과 지역사회 참여가 고루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끝)
/양상용·조상현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