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있어 행복한 '개동마을'

마을공동작업장 개소-김장체험 및 절임배추 판매

2015-11-09     한명석

배추가 있어 행복한 마을이 있다. 배추가 마을사람을 한데 모으고 협동과 배려하는 마음을 심으면서 마을 전체가 따스한 온기로 가득하다.

9일 오전 담양군 수북면 개동리 마을에 때 아닌 잔치가 벌어졌다. 떡도 하고 홍어도 무치고 맛깔나게 담근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도 상에 올랐다. 면장님도 오시고 군청에서 과장님도 오셨다. 고향 떠나 객지에서 사업하는 사장님들도 오셔서 이날 행사를 축하하고 격려금도 내놓았다. 이만하면 제법 근사한 동네잔치다.

오늘 이 잔치는 3년 전 담양군에서 실시한 지역창안경연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된 수북면 개동 마을에서 김장용 절임배추와 김장김치 판매를 위한 공동작업장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갖는 행사다. 담양군에서 지원을 받아 마련한 225㎡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마을에서 생산된 배추를 다듬고 씻고 절이는 과정을 거쳐 김장김치를 만들 요량으로 동네 아짐들은 벌써부터 들뜬 마음에 손길이 분주하다.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는 일찌감치 김장김치 500포기를 주문했다. 또 SNS를 통해 전국 이곳저곳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 김장김치 맛을 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해 홍보를 톡톡히 해주고 있단다. 이번 주말에는 외국인 20명을 비롯해 30여명이 김장체험을 예약하는 등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동마을이 한 순간 배추마을(?)로 유명해진 데는 마을 터줏대감 격인 개동교회(담임목사 김인선)의 역할이 컸다. 올해로 설립 110년이 된 개동교회는 마을과 더불어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해온 산 증인이다. 마을 주민 60%가 성도일만큼 개동교회가 마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크다. 그래서 개동교회 김인선 목사와 성도들이 주축이 돼 2013년 담양군에서 실시한 지역창안경연대회에 응모했다.

생활에 바쁜 직장인과 김장하기 어려운 환경의 도시민들의 겨울식탁을 대신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밭을 갈아 배추를 심고 수확한 배추를 손질해 김장용 절임배추를 만들고 한편으로는 양념까지 버무린 김장김치 체험행사를 준비하는 등 배추로 마을을 바꿔보겠다는 일념으로 도전한 지역창안경연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지역창안경연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되면서 개동마을은 놀랍게 변모했다. 언론에 마을이 소개되고 외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마을사람들 스스로 마을가꾸기에 나섰다. 담벼락도 고치고 그림도 그려 넣고 아름다운 마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었다.

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김장배추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 개동마을 배추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EM효소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으로 배추를 재배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개소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개동교회 김인선 목사(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를 찾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공은 회장님과 마을 주민들의 몫이라며 한사코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통사정하다시피 해 겨우 얻어들은 한마디다. “지난 해 까지는 교회 중심으로 이 일을 추진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전체 마을로 확대됐다”며 “그동안은 우리가 군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담양군관내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에 김장김치를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김 목사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박만봉 노인회장(78,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은 이 사업의 대표이자 실질적인 후원자다. 밭을 일구고 배추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박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이 사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1만5천포기의 배추를 수확해 김장김치를 담글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마을기금도 조성하고 내년에는 전남도에 열매단계 선정을 위한 신청도 해볼 계획이다.  

박 회장에게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봄에는 딸기와 수박체험을 하고 여름에는 우렁과 미꾸라지 체험, 겨울에는 김장체험을 통해 우리 마을을 친환경농업체험마을로 육성시키는 게 목표지라.”

한 말씀 하시라는 주민들의 권유에 주병채 수북면장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주 면장은 “이 사업이 줄기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된 것은 훌륭한 리더를 중심으로 개동마을주민 여러분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개동리가 다른 마을의 선도적 모델이 되어 수북면 전 마을이 우수마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취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는데 입구에 김장김치를 담을 포장박스가 높이 쌓여있다. 담양군에서 지원해 준 것이라고 한다. 포장박스에는 배추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기도로 심고 엄마의 정성으로 키운 개동절임배추’.

절임배추 20㎏-30,000원(택배비 4,000원 별도), 김장김치체험 40㎏-200,000원(체험비 1인당 3만원 어린이 1만5천원 별도)

문의 및 예약은 담양개동마을회 총무 김인선(010-4858-3927)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