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사육 농가들, 사료용 볏짚 수급 비상

잦은 비로 생산 차질, TMR 가격 상승 등 우려

2016-10-31     정종대 기자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창밖을 자동적으로 보게 됩니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어 행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입니다. 다행스럽게 비가 오지 않아 한우 사육에 필요한 볏짚을 묶기 위해 아침밥도 거르고 논으로 달려 갑니다”

한우사육 농가  A씨의 고충.

이처럼 볏짚 수확시기인 요즘 주기적으로 비가 오면서 올해 사료용 볏짚 수급이 크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담양의 경우 지난 9월 한 달간 총 16회 250.3mm의 비가 내렸다. 이틀에 한차례 이상씩 비가 내린 것이다. 10월 들어서도 3일 간격 꼴로 총 12차례  180.3mm의 비가 왔다.

볏짚작업을 위해서는 최소 보름이상 땅이 말라야 한다.

볏짚이 어느 정도 건조된 상태여야 하고 대형장비가 작업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경영체 관계자는 “모든 경영체가 손을 놓고 하늘만 보고 있는 상태다. 담양에서 28개의 조사료경영체가 1167ha에서 19만4273톤(3만7784롤) 원형볏짚이 생산되지만 비가 주기적으로 내려 작업 날짜가 안 나온다. 걱정스럽다 이 상태로 가면 올해 볏짚 생산은 거의 끝난 것이다”고 말했다.

가을에 볏짚작업을 못하게 되면 미뤄 내년에 봄에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품질 면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곰팡이 독소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더군다나 동계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볏짚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우사육 농가들과는 달리 쌀을 생산하는 수도작 농민들은 농경지의 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퇴비를 대신해서 볏짚을 추수와 동시에 썰어서 논에 깔고 있어 볏짚 부족현상은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여 관련기관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같이 볏짚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수입 조사료 쪽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그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볏짚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건초 톨페스큐의 10월말 기준 거래가격은 ㎏당 350원, 티모시 580원, 알팔파 580원, 라이그라스 250원, 연맥 480원으로  kg당 80~100원에 거래되는 볏짚 가격의 거의 배에 달해 생산비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고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적기 공급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소를 키우고 있는 B씨는 “ 현재 지난해 가을 곤포 사일리지(볏집) 한 롤에 4만원~4만5000원 하던 대로 거래되고 있지만 볏짚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며 “소 출하가격 하락과 한미 FTA 타결로 인해 가뜩이나 살얼음판 형국인데 볏짚 수급까지 비상이 걸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축산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산 조사료, 수입산 건초, 수입산 엔실리지 모두 상황이 좋지 못하다. 동계작물이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체들과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볏짚확보를 위한 과열경쟁, TMR 가격 상승, 품질저하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며 농가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수입조사료 배정량 확대 등 정부차원의 조사료 수급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축산 농가마다 볏짚 확보에 애를 태우고 있지만 행정당국 역시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수입 사료로 대체할 경우 생산비가 20% 정도 인상돼 축산 농가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는 상태이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