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도깨비로 성공시대를 열자’

4. 국내에서 만난 도깨비 세상

2017-07-03     장명국, 정종대 기자


* 충북 증평군 은행정마을 (도깨비 동화마을)

충북 증평군 도안면 도암3리 ‘은행정 마을’ 입구는 일반적인 마을 초입과는 남다르다.

‘책 읽는 도깨비’와 ‘문지기 도깨비 둘’ 총 도깨비 셋이 사람들을 반긴다.

어린아이 도깨비 둘은 문지기처럼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곁눈질하며 경계하고 있는 반면

패랭이를 쓴 어른 도깨비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어 누가 오는지 관심도 없는 표정이다.
 
마을 입구를 지나자 큰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도 익살스러운 모양의 도깨비들이 곳곳에 자리하

고 있다.

자신의 똥이 자랑스럽다는 듯 들어올려 보이고 있는 도깨비, 도깨비 방망이를 숨기고 있는 녀

석 등 비롯 도서관 옆에는 돈뭉치가 가득 찬 궤짝을 든 도깨비가 다리를 후들거리듯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정자 앞에는 푸근한 인상을 한 도깨비가 방망이를 들고

서 있었다.

이 마을 왕도깨비다. 500살 먹은 은행나무하고 마을 주민들을 지켜주는 녀석인데 문지기 도깨

비들이 일을 잘하고 있나 감시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도깨비가 가득하다. 도깨비 그림이 곳곳에 그려져 있고 사람 크기만 한 도깨비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마을 담장에는 도깨비를 소재로 한 동화가 빼곡히

그려져 있다.

이곳의 도깨비 동화마을 만들기 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은행정 마을을 도깨비 이야기를 품은 우리나라 해학문학의 대표 관광지로 조성하는 게 핵심 내

용이다.

즉 도깨비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얘기다.

은행정 마을 도깨비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깨비 동화작가’ 이상배씨의 작품에서 나

온 것들이다.
 
이 작가는 고향인 은행정 마을을 소재로 도깨비 동화 150여편을 썼다. 이씨의 작품에 나왔던

도깨비굴과 도깨비 옹달샘, 도깨비 언덕, 왕도깨비 은행나무 등은 모두 이 마을에 실존하는 지

명들이다.

이상배 작가도 고향에서 이야기 콘서트를 열어 사업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등

힘을 더하고 있다.

주민들은 “도깨비 지명을 활용해 작은 시골마을을 동화마을로 만들자”며 ‘도깨비 동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새롭게 만든 도서관에 도깨비가 지어줬다는 팻말을 만들었고 마을 곳곳에 도깨비 조형물과 지

명 유래가 적힌 표지판도 세운데 이어 군의 도움을 받아 ‘도깨비 이야기 학당’과 도깨비 관

련 문화상품을 파는 도깨비 구멍가게도 문을 열 계획이며 도깨비 조형물도 30개 넘게 늘릴 예

정이다.
 
주민들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도깨비 전문가를 적극 양성, 방문객들에게 도깨비에 관한 얘기를 자세히 해주고 관광 안내까지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도깨비 스토리텔러를 길러내기로 했다. 또한 도깨비 이야기

창작 콘서트를 열고 여기서 발굴된 새로운 이야기는 창작 동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 마을이 도깨비 동화마을로 변신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모한 2016

창조지역사업에 ‘도깨비 이야기 학당 만들기 사업’이 선정돼 사업 추진에 힘이 실렸다.

은행정 마을에 3억원(도비 9000만원, 군비 2억1000만원)을 들여 쉼터와 도깨비굴, 옹달샘 등

도깨비 동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증평군은 올해 예산을 들여 도깨비 체험학습장과

놀이터, 구멍가게, 포토존 등을 추가로 조성하고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도깨비 학당 훈장도 양

성하는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도깨비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 유치로 농촌지역의 활력과 지역 경

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된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나라에서 도깨비 이야기를 가장 많이 쓴 이상배 작가를 마을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깨비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 해리포터 테마파크 같은 판타지

관광단지로 키워 가는 거이 최종 목표이다”고 입을 모았다.

 


* 보은 속리산 도깨비의 흥망성쇠.

속리산과 도깨비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 것 같다.

천·지·인 형상의 천황봉은 사복신, 왕방울 눈을 가진 왕도깨비 형상인 묘봉은 벽사신을 상징

할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관음봉, 청법대, 길상봉, 봉황봉 등 유불선을 상징하는 각종 봉우리

들이 즐비해 도깨비 축제를 개최할 충분한 지형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초로 도깨비 축제를 개최한데 이어 지금은 불타 사라졌지만 내속리면 상판

리에 소재한 에밀레박물관을 운영했던 故 조자용 박사의 도깨비와 관련된 그림, 조각 등 도깨

비와 관련된 문화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10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이며 한국인의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도깨

비를 테마로 한 관광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도깨비 굿을 비롯 문화공연·상설전시·야외영화제등 부대행사와 체험을 중심으로 한 도깨비

만들기, 도깨비 사생대회, 도깨비 모델 선발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보은군은 도깨비와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재로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대표 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가 꿈이 아닌 것은 도깨비관련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것들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

속리산 도깨비 축제를 위해서는 속리산 특징 발굴과 함께 신화발굴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이의

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

“신화가 없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며 신화발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깨비 문화 동호회

조직, 설화 발굴 작업, 도깨비 박물관과 민속촌 건립, 먹거리와 할거리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

도깨비 문화 동호회는 어려서부터 자기고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야 나중에 지역을

위한 큰 대들보가 될 수 있다며 민간 주도형으로 자기고장의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로 동호

회를 만든 후 지역의 도깨비 설화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

또 지명, 전설, 민담이나 속담, 수수께끼 등 설화를 집대성하는 등 우리 것이 무엇인가 찾고

그 안에서 속리산 도깨비의 특징을 개발하고  그 특징이 살아있는 속리산도깨비 상을 입구 등

에 설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것도 청신호.

그리고 “난장이 살아야 구경꾼들이 빠져든다”며 지역에서 제조된 향토주를 팔고 행사기간에

만 보은대추를 실비정도만 받고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도 세우고 지역상품도 사가는 방

향으로 먹거리와 할거리를 개발하면 도깨비놀이문화는 축제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다 새로운 도깨비 콘텐츠도 천군만마다.

속리산 법주사 인근에 자리한 솔향 공원에 도깨비 작품으로 채워졌다.
 
조각가 장백순 작가를 포함해 김기영, 신진섭, 류제형, 정민용, 조대현 작가가 참여한 미술프

로젝트는 속리산 도깨비를 주테마로 작품을 만들었다.

도깨비를 문화 콘텐츠화한 작품은 총 8점으로 열려라 뚝딱, 도깨비 집, 도깨비 밴드, 돌아라

야~앗, 뛰어보자 팔짝, 효자 도깨비, 도깨비 언어, 도깨비탈 제작 체험 등이다.

장백순 조각가의 작품 ‘열려라 뚝딱’은 조선 초 세조가 길을 지날 때 정이품송이 가지를 들

어 올렸다는 일화를 모티브로 작업해 흥미를 유발하고 속리산을 상징화했다.
 
정민용 작가의 ‘도깨비 집’은 움직이는 듯 한 형태의 집을 제작해 집 안을 들여다보는 도깨

비는 브론즈로 제작하고 내부에 도깨비의 얼굴이 중첩돼 보이도록 했다.

조대현 작가의 ‘돌아라 야-앗’은 관객들이 적어놓은 소망들을 도깨비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준

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자연의 동력인 바람을 이용한 작품으로 도깨비의 형상이 다양한

색채로 변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김기영 작가의 ‘도깨비 언어’는 도깨비 문자를 만들어 그 의미를 다양한 문장으로 해석했다.

분수에서 나오는 물로 주변의 돌에 물이 흡수되면 글씨가 보이고 마르면 보이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을 작품화했다.
 
도깨비를 통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마을프로젝트 작품들은 관광객들에게 흥미

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하지만 속리산 도깨비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명 도깨비 박물관으로 불리는 에밀레박물관이 火災 이후 관련 기관의 무관심 속에 소중한 문

화적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 박물관은 한국 민화연구에 힘을 쏟던 고(故) 조자용(趙子庸) 박사가 1967년 세운 사립 민속

박물관이다.

당시 조 박사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禾谷洞)에 박물관을 개관한 뒤 1983년 4월 현재 정이품송(

천연기념물 103호)이 있는 속리산 초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박물관은 1만1000여㎡ 넓이에 수(壽)·복(福)·벽사(?
邪)를 주제로 전시관을 나눴고 뒤뜰의

연못 가운데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초당(草堂)이 있다.
박물관 안에는 십장생, 까치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사령도(四靈圖:용·봉황·거북·기린)·운룡

도(雲龍圖)·약리도(躍鯉圖:잉어가 변해 용이 되는 그림)·어락도(漁樂圖)·쌍압도(雙鴨圖)·

백자도(百子圖), 풍운·우레를 내리는 도깨비상인 치우도(蚩尤圖) 등 수많은 민화가 소장돼 있

었다.

국·내외 사람들을 초청해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개최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민속 전문박물관

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지난 2000년 조 박사가 타계한 뒤 관리자를 찾지 못한 데다, 관련 기관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원형을 잃었다.

한때 전통미술을 계승하려는 제자가 재건하려고 노력했지만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자 결국 폐

관에 들어가면서 자취를 감추다가 박물관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2채(231㎡)와 그나마 남아있던

장식품, 비품 등을 태우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박물관과 관련한 기본적인 현황을 파악하거나 자료조차 수집해 놓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뜻있는 주민들은 “속리산권 관광산업이 침체한 상황에서 문화적 가치가 높은 에

밀레 박물관을 개발해 운영했다면 지역 경기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며 “지역의

역사,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도깨비를 소재로 한  박물관을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 친절한 전북 장수 ‘도깨비 전시관’


   전북 장수는 신기하고 기묘한 도깨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도깨비 전시관’이 있다.

장수 도깨비전시관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이야기를 소재로 꾸며진 공간으로 수많은

도깨비 이야기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도깨비에 대해 알아가는 학습의 기회로, 어른들에게는 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어

린 시절을 회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가족탐방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깨비도서실, 도깨비 이야기 및 도깨비 퀴즈 등 도깨비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며

위치상 논개 생가지 뒤편에 조성돼 있어 전시관 뿐만 아니라 논개생가와 주촌민속마을까지 구

경할 수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수 도깨비전시관은 철저하게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이다.

도깨비 방망이의 힘을 아직도 믿는 성인들의 눈높이까지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청

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씨름도 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등 시합도 하고 통방운눈 도깨비 이야기와

함께 도깨비와 친구가 되는 느티의 도깨비 소풍 이야기를 설명한 4D체험관을 비롯 도깨비불 체

험, 퀴즈, 학습공간, 꾸미기, 마을공방,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은 포토존도 있다.

깨비라는 캐릭터 외에 방울, 한우장사, 자루, 두께 등 다양한 캐릭터도 있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기공룡 둘리는 물론 피카츄, 뽀로로를 능가하는 아이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도깨비와 숨바꼭질 장소를 지나면 블록쌓기, 도깨비 그림 뽐내기, 도깨비 손을 잡으면 노

래가 나오는 무대와 고구려 백제 신라-통일신라 시대의 귀면기와, 한중일 3국의 도깨비, 부모

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해주는데 일조할 캐릭터샵과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계를 거칠 때마다 스템프를 찍게 한 것도 철저하게 어린이 맞춤형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개관 이후 그대로인 것과는 달리 현실에 맞게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관광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남다르다.

특히 장수 도깨비 전시관은 친절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들게 했다.

도깨비전시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물론 주변경관을 가꾸기 위해 꽃을 심거나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젊은 청년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찌 그리 친절 하던지.

가벼운 목례는 고사하고 본의 아니게 눈을 마주치면 시선을 돌리거나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외

면하는 곡성과 담양군 공직자들과는 다른 천양지차의 친절을 느꼈다. 친절의 절대甲 이라고 표

현하고 싶고 친절 벤치마킹 선진지역으로 강추하고 싶다.

장수군 홈페이지를 방문해 칭찬의 글을 남겨 두려다 포기했다.

친절한 공무원이 부지기수다. 이같은 공직자들이 넘쳐 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

기고 인터넷검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답을 찾았다.

한누리전당 뿐 아니라 군립도서관, 작은 도서관, 장계국민체육센터, 논개사당, 논개생가지, 장

수향교, 도깨비전시관 등 주민과 외지인이 연간 15만명 이상 방문하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장수

군의 얼굴로 친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다는 것.

민원인이 신뢰하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근무상황 유지에 철저를 기하고 친절이 몸에 밸 수 있

도록 야간 및 휴일근무 요령, 공직자 신분유지 제도 등 근무규정 교육의 효과였다.

/장명국 정종대 記者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