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중국의 장미를 찾아서 

3. 산둥성 제남시 평음현 매괴진 로즈타운 

2024-08-26     김고은 기자, 한명석 기자

장미와 벚꽃 등 꽃놀이로 계절별 관광객을 손짓하는 곳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이를 지역민의 소득의 꽃으로 상시 피워 낼 수 있을까?

꽃을 활용한 축제들은 대부분이 관람객 모집에 성공적이다. 부대 행사를 성대하게 하지 않아도 꽃 자체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꽃축제를 시즌별로 늘려가는 지자체도 있다.

곡성군도 장미꽃을 관상용으로만 이용하게 되면 개화 시기에만 방문객이 한정된다. 꽃 감상과 관련된 훌륭한 생태 자원과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대한 잠재력 발굴과 활용을 못한다면 비슷한 시기 유사한 꽃축제의 남발에 피로와 지루함을 겪고 있는 방문객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지역민의 소득도 장미 축제와 관련된 상품판매에 의한 직접적인 소득도  없이 방문객의 지출에 의한 간접 소득으로 한정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곡성세계장미축제 역시 지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꽃을 활용한 축제는 꽃을 가공한 음식과 음료, 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락, 이를 활용한 에센셜오일, 가공품 등 관련 산업 사슬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연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이다. 

4월 벚꽃놀이를 숙박, 음식 및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와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만든 일본의 벚꽃 경제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산동성 제남시 평음현 매괴진의 가공용 장미산업의 현장을 찾았다. 

■ 평음현 매괴진의 장미산업 

중국에서 장미 명칭은 월계(月季), 장미(薔薇), 매괴(??)가 있는데 현대 중국에서는 주로 ‘매괴’를 사용하고 있다. 

당나라 천보 11년 평음현 추이핑산 주변과 옥대강 유역에 널리 재배된 장미는 술과 소스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청나라 말기에는 대규모 장미 생산단지가 형성되어 당시 평음현의 연간 장미꽃 수확량이 30근(150톤), 은화 오천 냥이라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1918년 이후 연속적인 가뭄과 우박으로 평음현의 장미꽃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1938년에는 일본군의 점령으로 장미꽃 판로가 막히자 농부들은 장미를 파내고 농작물을 심어 산비탈, 도랑 등에 심은 장미는 방치되어 갔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신중국 건국 이후 공산당과 정부는 장미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효적 조치를 취했다. 

1959년 매괴진에 최초로 ‘평음현 장미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자와 시험장비를 갖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평음현 장미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인 ‘평음 1호’와 ‘평음 3호’. 

4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지속적으로 꽃이 펴 생산량이 높고 결실 능력이 강한데다 자연 낙뢰율이 5~8% 정도로 낮아 중국 내에서 보편적으로 보급하는 식용장미 우량 품종 중 하나이다. 

장미는 주로 접붙이기로 번식을 하는데 대목은 파종하거나 꺾꽂이로 번식시켜 2년 후에 쓸 수 있다. 접붙이기는 생장하는 계절인 3월 중순, 7월 상순~9월 중순까지 하는데 이 시기가 활착률이 높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 내에서는 ‘장미’를 바라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미 실크, 장미 화장품, 장미 케이크 등의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식용장미 산업은 평음, 간쑤성, 파키스탄, 이란, 터키, 불가리아, 프랑스, 모로코까지 모두 북위 36도에서 45도 사이에 대륙에 진주알이 띠를 두른 듯 분포되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식용장미재배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평음은 특산물로 장미주, 장미차, 장미떡, 장미 베개 등 다양한 제품을 내세울 정도로 장미 관련된 제품이 인기가 많다. 장미를 테마로 한 축제 뿐만 아니라 장미 재배, 가공·관광산업 융합 등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에 나섰다. 

현재 평음현에서 재배되는 장미 품종은 50여 종으로 60000모(1모는 약 660평)의 재배면적에 걸쳐 매년 1만2000톤 이상의 장미를 생산한다. 

지난해 장미 산업 체인의 종합 생산액은 60억 위안(약 1조 1100억원)을 넘어섰고 평음현내 식용장미 가공기업이 40여 개가 넘는다. 

장미 재배자가 약 20,000명에 달하는 평음현은 장미를 매개로 농촌 부흥과 산업 부흥을 꿈꾸고 있다. 

산둥성 농업농촌부는 농업·문화·관광의 융합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마을과 구역을 기본 단위로 삼아 총 2500개의 아름다운 농촌 마을과 224개의 시범 구역을 건설했으며 160여 개의 농촌 관광 코스를 만들었다. 지난해 산둥성 전체의 농촌 관광객은 5억2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소비액은 2350억 위안(44조41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몇 년 동안 COVID19와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장미 구매 가격은 크게 변동했다. 

100여 년 전에도 장미의 판로가 막히자 어쩔 수 없이 장미를 파내고 옥수수와 콩 등의 농작물을 심는 농가가 있었던 것을 막고자 장미 산업 사슬을 유지해 화훼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평음현은 ‘선도기업+협동조합+가족 농장’의 발전 모델을 구축해 협동조합은 기업과 농민을 연결하고 농민은 기업의 요청에 따라 생산해 화훼농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장미의 품질과 효율성을 향상시켜왔다.  

5월 장미 축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장미꽃 뿐만 아니라 산업이기도 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평음현 인민정부 부주임 리런펑(李任鳳)은 “장미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 유치 노력을 강화하고 ‘장미 산업 발전 가속화에 대한 이행 의견’ 같은 일련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지난 3년 동안 금융 지원 기금에 거의 1억백만위안을 투자하여 Huamei, Fanglei, Zijin과 같은 주요 장미 가공 기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밝혔다. 

평음은 장미 특성 산업 외에도 빅 헬스, 지능형 제조 및 신소재, 비상 장비 및 녹색 건축 자재의 4대 선도 산업을 목표로 하며 토지 공급, 표준 공장 건물, 재정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 ‘꽃 경제’를 활용하여 100억 산업을 구축하고 있다. 

■ 평음로즈문화축제와 장미식품 

평음현에는 장미 외에도 홍판 연못(Hongfan Pond), 수위안(Shuyuan)샘, 일월(SunMoonSpring), 호춘(Hu Spring)의 4개 샘을 포함하여 72개의 유명한 샘이 있어 ‘샘물의 고향’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여기에 더해 5월이면 ‘로즈타운’에서 열리는 로즈문화축제를 중심으로 길거리 곳곳은 넝쿨장미와 장미 조형물, 장미를 테마로 꾸민 간판들이 짙은 장미향기를 뿜어내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일명 장미의 호수라 불리는 평음호수를 둘러싼 버드나무와 장미꽃 터널 사이로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꽃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식용 장미꽃 따기 체험을 한다. 이때 채집한 장미꽃으로 관광객은 장미 셴화빙, 만두, 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식용장미 가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장미셴화빙’은 밀가루에 물과 설탕, 옥수수기름, 소금을 함께 넣고 반죽하여 숙성시킨 후 밀대로 얇게 밀어서 피를 만들어 넣고 장미꽃설탕과 함께 섞어 소를 만들어 둥근 모양으로 빚어 오븐에 구운 중국식 과자다. 

또 일반적인 장미꽃봉오리로 만든 장미차가 아닌 이른 개화기의 장미로 만드는 ‘로즈크라운’티는 매괴진을 벗어나면 맛보기 힘든 귀한 차. 

장미의 향기와 장미 에센셜 오일이 완전히 형성되어 방출되기 전 첫 번째 꽃봉오리로 만든 ‘로즈크라운티’는 향기가 더욱 강하고 오일 함량도 높다. 장미에는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갱년기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월경 전 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예민함을 해소하는데에도 일조한다. 또한 장미꽃에는 인체에 필요한 18종류의 아미노산과 여러 종류의 미량원소를 함유하고 있어 혈액순환을 돋우거나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국내외 의약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장미꽃은 심혈관질병에 특별한 효과가 있어 약선(藥線 한방 약재를 섞은 자양 강장식품)의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뜨거운 물에 담궈 하나하나 펼쳐지는 장미 꽃잎을 보며 진한 장미향을 마시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감이 즐길 수 있는 호사다. 

이 외에도 평음현에서는 장미가 들어간 닭 요리, 장미꽃잎으로 속을 가득 채워 동그랗게 말아 튀겨낸 완자, 견과류와 장미꽃잎이 들어간 장미스프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축제기간에 평음현 장미의 역사와 문화를 나누는 세미나, 각 회사별로 장미 제품을 홍보하는 라이브커머스를 개최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평음현 곳곳에 위치한 각 회사의 홍보관에서 장미로 만든 갖가지 제품들을 테스트 해보며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로즈타운은 축제기간에  667㎡당 평균 수익이 5000위안(94만원)에 달한다.

장미가 활기찬 도시를 만들고 그 향기 덕분에 전 세계에 평음 장미가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농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김고은 한명석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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