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마을에서 보듬고 길러주는 담양 마을학교 

2. 창평의 꿈꾸는 마을학교

2024-12-09     김고은 기자

창평은 광주, 담양읍 어디로든 대중교통편이 좋지 못하다. 

아이들이 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광주로 나가거나 읍으로 가야 한다. 

모든 교육여건이 외부에만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터전을 옮기거나 담양에서 잠만 자고 교육을 위한 투자는 광주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가능한 오래 마을에서 발을 딛고 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만들어진 곳이 창평 꿈꾸는 마을학교다. 

2018년부터 창평초등학교 아이들 12명을 대상으로 한 전통 공예문화수업을 진행하다 담양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마을학교로 운영중이다. 

마을학교로 시작을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 학교 이름을 지어보자’며 광목천에 대나무와 판다를 그리고 쓴 ‘꿈꾸는 마을 학교’가 창평 마을학교의 이름이 되었고 담양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학교다. 

김미선 마을학교 대표는 “창평은 국영수 학원을 다니기 위해 읍으로 광주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아마 마을학교가 없었더라면 문화·예술에 관한 교육도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데 마을학교가 있음으로써 일정부분은 붙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이공예 작가로 활동 중인 김미선 대표가 시작했던 만큼 종이공예수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환경을 베이스로 한 창의공예를 기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양말목, 대나무 껍질 등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움을 입혀 다시 만들기도 하고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해 장난감을 개발한다. 기후변화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농촌이기도 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어 업사이클링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대나무 축제 이후 버려진 대나무를 가져와 새 조각을 더해 딱따구리 장난감을 만들고 양말목도 더해 조명등, 가방 등을 만들어 내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환경수업이 특색이다. 

김미선 대표와 세 명의 마을학교 강사들은 매년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수업에 적용한다. 

마을학교를 통해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교육을 하며 지역에 발을 딛고 살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 되는 곳을 꿈꾸고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학교 수업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을 비롯해 형제자매를 따라 온 유치원생들부터 대상자의 스펙트럼이 넓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구성하는 것에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2명에서 시작한 꿈꾸는 마을학교는 2020년부터 창평초등학교의 요청으로 방과 후 수업이 없는 수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 연간 30회 수업을 한다. 

하지만 마을학교의 취지인 ‘아이들 케어’라는 목적에 맞춰 방학도 가리지 않고 활동을 해야 하는데 연간 30회라는 한정된 예산으로 올해는 3월 셋째주 부터 시작한 마을학교의 활동이 11월 16일로 끝났다. 

7년 전 마을학교 시작했을 때와 큰 변동이 없는 강사료와 처우지만 마을 학교 교사들은 ‘내 지역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손길을 한 번 더해준다’는 봉사의 마음으로 임한다. 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창평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매년 마을학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꿈꾸는 마을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창흥학당. 

창평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 다목적 강당, 프로그램실 등이 있는 곳이다. 원래는 김미선 대표의 작업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작업실을 대덕면으로 옮겼다. 창평의 마을학교인데 대덕면으로 아이들을 오게 할 수 없어 창평면을 통해 창흥학당을 무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창흥학당을 담당하며 꿈꾸는 마을학교는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대관료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창평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이지만 사용주체인 꿈꾸는 마을학교는 공모사업을 통해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간 6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돈을 지불한다. 

학원사업도 아니고 지역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는데 갑자기 생겨난 비용을 아이들에게 더 투자를 해주고 싶어도 걸림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말한다. 

그나마 아트센터를 운영하며 다른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 예산과 상관없이 재료 공급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점이 다행이라고 한다. 

어렵고 이해안되는 행정적인 부분들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내년에도 하고싶은 프로그램을 앞다퉈 말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눈빛을 보면 마을학교를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딜레마 속에서도 힘을 얻게 된다고.   

또 첫째아이, 둘째아이를 마을학교로 보내고 동네 사람의 소개로 마을학교로 왔다며 소속감과 유대감이 끈끈해지는 에피소드가 매년 생긴다.    

에듀 택시 사용을 할 수 없고 별도로 운영되는 차량이 없어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치면 마을학교 교사들의 차 3대로는 부족해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두말없이 나타나주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따뜻하다. 

지난해에는 마을학교 전체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만족도와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놓게 나와 다행이다”고 했다.

아이들은 마을학교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유대감을 쌓고 다른 마을학교와 활동을 같이하며 팀워크와 사회성을 기른다.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꽃꽂이 수업, 송편 만들기 공개수업 등을 통해 소통의 폭을 넓히고 학부모들과의 교류, 학교와는 다른 장소에서 자녀들의 생각과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선 대표는 7년간 마을학교 운영을 하면서 행정적인 불편함을 마주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보상받지 못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오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껴 멈출 수 없다. 오히려 시간과 보상을 돈으로 따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담양의 마을학교는 하나의 가족처럼 잘 뭉쳐진다고 한다. 사업적인 수익성을 보고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돌본다’는 관심사 하나로 뭉쳐진 사람들이라 체험학습, 교육프로그램들을 위한 워크숍과 세미나, 회의를 한다.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