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파렴치한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최화삼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 2022년 담양군수 경선 실체 밝혀
이병노 군수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상실하고 담양군은 오는 4월 2일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민주당 담양군수 후보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혐의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던 이병노 후보가 이튿날 열린 민주당 비대위에서 다시 살아나면서 결국 담양군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본지는 당시 경선 상대였던 최화삼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만나 경선 당시의 사정과 후보자격을 박탈당한 이병노 후보가 비대위에서 다시 살아나게된 과정에 얽힌 비화를 소개한다.(편집자)
비대위원까지 가담한 불법 선거 공작
대법원이 지난 13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던 이병노 담양군수에게 항소심 법원이 선고한 벌금 500만원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이병노 군수는 군수직을 상실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군수는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선거운동원들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금지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되자 이들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변호사비를 대납해주는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군수는 2022년 민주당 담양군수 경선을 앞두고 이미 민주당 군수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군수는 지난 2022년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지인들에게 휴대폰요금청구지 주소변경을 부탁하다 한 주민이 이를 KBS에 제보해 언론에 집중보도되면서 민주당 전남도당 공관위로부터 후보자격을 박탈당했으며 이어 당일 민주당 중앙당 공심위에서도 이병노 후보에 대해 후보자격 박탈을 확정지었다.
당시 김승남 전남도당위원장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병노 후보의 여론조사 조작행위에 대해 ‘해당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열린 민주당 비대위에서 이병노 후보는 살아났고 담양지역은 이병노 후보를 포함한 최화삼 후보, 김정오 후보 등 3인 경선으로 결정됐다.
여기에는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이었던 A국회의원과 B국회의원이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비대위에 참석했던 복수의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그날 민주당 중앙당 공관위는 이병노 담양군수후보에 대한 후보자격 박탈과 함께 담양군수후보 경선을 최화삼 후보와 김정오 후보 2인 경선으로 치른다는 내용의 안건을 비대위에 상정했는데 이 안건이 상정되자 A국회의원이 모종의 문서를 들어보이면서 “내가 제보를 받았는데 한 후보는 금융기관에 재직하면서 여직원을 성폭행해 자살하게 만든 성범죄자고 또 다른 후보는 사기꾼에 부동산투기꾼이라면서 그래도 그중에 이병노 후보가 제일 낫다, 이병노를 자르려면 셋 다 자르고 그렇지 않으면 셋 다 경선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일을 두고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특별한 관계도 아닌 A국회의원이 왜 이병노 후보 살리기에 앞장섰을까? 하는 의혹이 일면서 이런저런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다른 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일 비대위 회의에서 A국회의원이 제보 내용이라고 들고 온 서류는 훗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800만원,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C씨가 민주당 비대위가 열리던 날 새벽 0시 경에 작성해 A국회의원 메일로 발송한 것임이 훗날 C씨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C씨는 당시 이병노 후보 캠프에서 팀장으로 활동했다.
군수후보에서 파렴치한 죄인으로
최화삼 이사장은 당시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민주당 담양군수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2년 4월 27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게시판에 '후보가 새마을금고에 근무하던 중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해 임신하게 만들고 지속적인 성폭행에 견디다 못한 여직원이 대밭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허위 비방글과 함께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력을 위조해 전남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며 학력 위조 의혹까지 제기하는 글이 게시된 것을 발견하고 즉각 게시자 ID를 추적해 그가 이병노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C씨임을 특정하고 담양경찰서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했다.
C씨는 2022년 4월 민주당 담양군수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자신이 지지하는 이병노 후보가 후보자격 박탈이 결정되자 또 다른 캠프관계자와 상의해 다른 후보들을 음해함으로써 이병노 후보 혐의를 희석시키는 이른바 물타기 작전을 꾸민 장본인으로, 경선 시 50%의 선거권을 갖고 있는 권리당원이 이용하는 권리당원 게시판에 상대 후보를 음해 비방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와관련 1심 재판부는 “최화삼 씨가 수사기관에서 특수강간죄로 수사받은 사실이 없고 학력위조에 대해서도 학력을 위조할 이유나 근거가 없다며 비방글 내용이 모두 허위사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C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으며 검찰 측과 C씨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올린 게시글은 공직선거 후보자 평가에 대한 매우 중요한 판단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C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C씨의 형이 확정됐고 그는 관내 모 시설에서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격 말살해놓고 사과 한마디 없어
최화삼 이사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C씨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재판정에서 재판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술회했다. “판사님, 저는 C씨와 아무런 은원관계가 없습니다. 왜 C씨가 저에 대해 이렇게까지 상처를 입혔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비방글이 게시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서 마치 저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쳐다보는 것만 같아 너무 괴로워서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선거판이 지저분하다고는 하지만 전국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이렇듯 천인공노할 허위사실을 게시해 40여년 세월을 오롯이 민주당원으로 헌신하며 살아온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을 짓밟고, 인격을 말살한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도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이어 최 이사장은 “더욱이 재판과정을 통해 모든 사실이 밝혀진 지금까지도 C씨는 물론 그에게 저에 대한 허위 비방글을 쓰도록 교사한 사람 누구에게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한 것이 섭섭하고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들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병노 군수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상실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화삼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저는 자신의 잘못으로 후보자격박탈을 초래한 이병노 후보가 자신이 살아나기 위해 꾸민 비겁하고 저열한 공작에 휘말려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해 자살하게 만든 파렴치한이 되었고 학력을 위조해 대학원에 진학한 사기꾼이 되었다”며 “그토록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차지했던 군수직을 잃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이병노 군수에게 한편으로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이 결국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인과응보(因果應報)이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그래서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선거취재팀